‘캐스팅 보트’ 충청을 보면 결과 보인다
광역단체장은 모두 야당, 기초자치단체당은 여당 우세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선거에서 충청권은 ‘캐스팅 보트(Casting Vote)’ 역할을 해왔다. 그만큼 충청권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는 지를 파악하면 선거 결과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6.4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은 야당이 모두 승리했다. 충북, 충남, 대전, 세종 4곳 모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이 광역단체장에 당선됐다. 도지사들은 재선에 성공했고 대전시장과 세종시장은 새로운 얼굴로 바뀌게 됐다.
[충남·대전·세종]
투표 마감 직후 발표한 출구조사결과에서 충남도지사, 대전시장은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충남지사 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 안희정 후보가 49.8%,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 48.1%로 근소하게 앞섰으며 대전시장 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후보가 49.8%로 48.2%를 얻은 박성효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구조사에서 근소하게 앞섰던 후보들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안 지사는 재선에 성공, 기반을 더욱 탄탄히 다지게 됐다.
개표가 시작되기 전 충남지사는 박빙이 예상됐다.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정 후보가 현 지사의 대항마로 나섰으나 예상과 달리 안 지사가 여유 있는 표차로 당선됐다.
안 지사는 4년 전만 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자’ 등의 수식어와 학생운동권 출신이라는 강한 이미지로 보수 세력의 견제를 받아왔으나 이번 당선을 통해 ‘충청의 대표주자 안희정’으로 우뚝 섰다.
기초자치단체장은 여전히 여당이 강세를 보였다. 새누리당에서 ▲오시덕 공주시장 ▲김동일 보령시장 ▲이완섭 서산시장 ▲박동철 금산군수 ▲이용우 부여군수 ▲노박래 서천군수 ▲김석환 홍성군수 ▲황선봉 예산군수 ▲한상기 태안군수가 당선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구본영 천안시장 ▲복기왕 아산시장 ▲최홍묵 계룡시장 ▲황명선 논산시장 ▲김홍장 당진시장이 각각 당선됐다. 청양에서는 무소속 이석화 후보가 당선됐다. 2010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아산, 논산, 서천 등 3곳에서 당선된 것에 비하면 선전했지만 여전히 여당이 우세다. 도의회 역시 전체 40개(비례대표 포함) 의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30석, 새정치민주연합 10석을 차지했다.
대전은 지난 1995년 치러진 제1회 지방선거에 이어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대전시 5개구 가운데 유성구가 유권자 24만 489명 가운데 13만 8,741명이 투표해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고 이어 중구(54.5%), 서구(53.7%), 대덕구(51.9%), 동구(51.7%)의 순으로 집계됐다.
대전시장은 2006년과 2010년 시장선거를 준비하다 번번이 염홍철 시장에 막혀 출마의 꿈을 접어야 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 중반까지 여론조사에서 전직 시장 출신인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에 비해 20%이상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막판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드디어 시장자리를 수성했다.
권 시장은 “20년 만에 민주개혁세력이 처음으로 대전시장에 당선됐다. 위대한 대전시민의 승리”라고 자평하며 “시민의 목소리를 늘 경청하고 서민을 중심에 두는 시장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5명의 구청장 후보 역시도 새정치민주연합 4명이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한현택 동구청장, 박용갑 중구청장, 허태정 유성구청장 후보가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재선에 성공했고, 장종태 서구청장 후보도 접전 끝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새누리당에서는 대덕구(박수범)만 차지했다.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권자수가 가장 적은 ‘초미니 선거구’ 세종시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승전보를 울렸다. 세종시장 자리를 비롯해 13석인 시의회도 야당이 절반 이상(8석)을 차지했다. 특히 이 같은 결과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표심이 야당으로 향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더욱 흥미롭다.
세종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춘희 후보가 2만 6,451표(42.21%)를 얻은 새누리당 유한식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당선이 확정된 후 이 시장은 “시민 여러분들께서 저를 선택하신 것은 우리 세종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이자 도농이 균형 잡힌 명품 도시로 발전시키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약속드린 대로 제 혼신을 바쳐 세종시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따뜻한 행복도시를 만들어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충북]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충북지사 재선에 성공하면서 ‘충북도지사는 영원한 야당’이라는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충북지사는 1995년 민선시대 부활 이후 지금까지 치러진 5차례 지방선거에서 모두 대통령과 소속정당이 엇갈리는 기록이 유지됐으며 야당 소속이었다.
충북지사의 경우 이 지사와 새누리당 후보였던 윤진식 후보가 고교 동창이라 선거 초반부터 ‘동창들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민선 1~3기 충주시장 선거, 17·18대 총선, 민선 5∼6기 충북지사 선거 등 7차례 선거에서 모두 승리해 ‘선거의 달인’이라 불리는 이 지사가 “이번 6.4지방선거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접전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득표율 49.75%를 기록, 47.68%의 윤 후보를 2.1%p 차로 눌렀다.
그런가하면 야대여소이던 충북도의회 의석구조는 여대야소로 바뀌었다. 충북지사와 도의회 다수당이 같은 당 소속이던 전통도 20년 만에 깨졌다. 지역구·비례대표를 포함해 새누리당 21명, 새정치민주연합 10명으로 의회가 구성됐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는 새누리당 소속 ▲이승훈 청주시장 ▲조길형 충주시장 ▲류한우 단양군수 ▲박세복 영동군수 ▲김영만 옥천군수 ▲이필용 음성군수가 당선돼 13곳 중 6곳을 장악했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이시종 충북도지사 ▲이근규 제천시장 ▲유영훈 진천군수 ▲홍성열 증평군수가 당선됐다. 양대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무소속 현역 단체장인 정상혁 보은군수(재선), 임각수 괴산군수(3선)도 다시 한 번 당선의 기쁨을 안았다. 여기에 처음으로 진보 성향인 김병우 교육감도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