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마지막 가구 장인의 삶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깊이가 느껴지는 장인가구
나뭇결 하나, 무늬 하나에서도 정성을 쏟아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가구, 소위 장인이 만든 가구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많은 땀의 결정체인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아마도 지금이 가구 장인의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평생 가구와 함께 살아온 삶
남양주시 삼패동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선산엔틱갤러리가 보인다. 이곳은 100% 주문생산되는 국내산 원목가구와 함께 이태리 직수입 명품 엔틱가구를 판매하는 전시장이고, 경기도 광주시에 제조공장이 있다.
이곳의 노영식 대표는 35년여 동안 가구만을 만들어 온 가구 장인이다. 그의 손을 거친 나무는 마술처럼 아름다운 가구로 다시 태어난다.
평생 가구와 함께 한 삶이지만 지나온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의 손의 굳은살을 보면 그 말이 이해가 된다.
노 대표는 “우리는 정년이 없는 직업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이제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도 광주 공장에는 60~70대가 대부분”이라며 “아마 우리 세대가 가구를 만드는 이 시대의 마지막 장인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고된 일 속에서 그를 지킨 건 자긍심이었다. 장인은 자기 이름 석 자에 사명감을 갖는 것. 어떤 가구를 만들더라도 자신의 이름에 사명감을 갖고 떳떳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를 이끌고 있는 신조다.
심오한 깊이가 느껴지는 실용적인 가구
1980년대 초,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엄청나게 보급되면서 가구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중국제품들이 물밀 듯 밀려오면서 찍어낸 듯한 저렴한 가구들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마진이 좋으니 가구업계에서도 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영식 대표는 100% 국내에서 제조하는 가구만을 고집했다. 가구라는 것이 매일 아침저녁 사용하는 것이고 1, 2년 쓰다 버리는 것도 아닌데 고객들이 세월이 흘러도 후회하지 않는 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고집이자 신념이었다.
선산엔틱갤러리에는 이렇듯 노 대표의 신념이 묻어 있는 원목가구와 이태리 명품가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가 만든 가구에는 뭔가 다른 심오한 깊이가 느껴졌다. 오랜 세월 동안의 노하우가 배어 있는 그러한 가구들이었다.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것들도 인기가 많았다. 고객들은 오히려 소박하고 실용적인 가구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국산 원목가구는 정말 나무냄새를 맡을 줄 아는 사람, 가구를 볼 줄 아는 사람이 선호한다. 그렇게 대중화 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번 찾은 고객은 꾸준히 찾아준다”라고 밝혔다.
때마침 찾아온 단골고객인 건설사 회장이 테이블 하나를 구매해 갔다. 그가 기자에게 살짝 귀띔했다.
“저 양반, 가구 만드는 솜씨 하나는 대단해요. 그래서 나는 오며가며 가구를 보고 구입해 갑니다. 우리 와이프도 여기 원목을 그렇게 좋아한답니다.”
올해 말 이집트 가구 들여올 예정
노 대표는 오랫동안 가구를 만든 장인답게 가구를 보는 안목 또한 대단하다. 자신이 가구를 만든다고 해서 원목가구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35년 동안 가구와 함께 하는 삶을 살아온 노 대표. 그는 이제 제2의 가구인생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올 하반기에 이집트 가구를 들여오는 것. 이집트 가구를 본격적으로 직수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미 이집트 가구회사와는 모든 계약이 끝난 상태다.
이 가구는 이태리 명품가구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지향한다. 화려한 이집트 가구의 문양은 한 번 본 사람들은 누구나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노 대표는 “우리나라에도 이집트 가구열풍을 일으켜 볼 계획”이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 시대의 마지막 가구장인, 가구에 대한 열정이 그의 가구를 더욱 빛내주는 듯하다.
문의 : 031-576-8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