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경기지사 선거는 여전히 안개 속

힘빠진 '세월호 책임론' 엎치락뒤치락 혼전

2014-06-03     이지원 기자

 

   
▲ 지난 5월26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열린 TV 토론회에 앞서 남경필(오른쪽)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가 고양터미널사고 현장 뉴스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6·4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지사 선거 판세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권 심판론이 표심의 향방을 가르는데 최대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현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남경필(49),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67) 두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남 후보와 김 후보는 모두 수원 출신으로 고교 선후배이자 같은 교회 신자이기도 하다. 둘이 맞붙은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은 세월호 참사와 김 후보의 ‘보육교사 공무원화’ 공약, 남 후보의 ‘제주도 땅 투기’ 의혹, 통합진보당 백현종 후보의 사퇴 등으로 압축된다.
 
일찌감치 당내 경선에서 승기를 거머쥔 남 후보와 달리 치열한 경선을 통해 후보로 낙점된 김 후보는 선거 초반 ‘세월호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워 기선 제압에 나섰다.
 
김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세월호 참사로 분노한 여심을 공략하기 위해 40대 ‘앵그리맘’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해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나흘 앞둔 지난달 18일 김 후보가 꺼내든 보육교사 공무원화 공약도 쟁점으로 부각됐다.
 
남 후보는 김 후보 공약이 ‘포퓰리즘’, ‘졸속공약’이라며 TV토론에서 공개적으로 공약 철회를 요구했고, 이에 맞선 김 후보는 '엄마 행복 정책'을 남 후보가 의도적으로 폄하한다며 맞섰다.
 
남 후보 측과 난타전을 이어가던 김 후보는 승기를 잡기 위해 지난달 29일 남 후보의 제주도 땅 투기 의혹을 들고 나왔다.
 
남 후보가 헌법과 농지법 등을 위반, 제주도 서귀포시 일대 과수원 땅을 불법 소유하고 있다는 주장인 데 지난 2010년 남 후보가 문제의 땅을 국가에 기증했다고 말한 뒤 실제론 기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은 가열됐다.
 
남 후보는 ‘포퓰리즘이 안 되니 네거티브를 한다’고 맞받았지만 김 후보는 ‘도덕성 검증을 네거티브라고 억지주장하며 오히려 교묘한 네거티브를 한다’며 반발했다.
 
TV토론에 나온 통합진보당 백현종 후보도 남 후보의 땅 투기 의혹을 집중 거론하며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 때문에 그는 남 후보로부터 김 후보와의 공조 또는 연대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일 “진보당원, 목회자로서의 양심에 기초해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라며 돌연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백 후보의 사퇴로 ‘남경필 대 김진표’ 양자 대결구도가 더 선명해졌지만 막판 5% 안팎의 지지율을 보인 백 후보 지지층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 지는 미지수다.
 
백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에게 단 한 표도 줘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남 후보를 겨냥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왕적 통치를 하는 데는 제1야당의 책임이 작지 않다”며 새정치민주연합도 싸잡아 비판했다.
 
두 후보는 사전투표(5월30~31일)까지 끝난 상황에서 백 후보 사퇴가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백 후보 사퇴로 인한 반사이익이 어디로 향할 지 셈법에 분주한 모양새다.
 
남 후보는 백 후보의 중도 사퇴를 ‘제2의 이정희 사퇴’로 비유하며 통합진보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연대를 부각하고 있고, 김 후보는 ‘철지난 색깔론’이라며 대응하고 있다.
 
두 후보의 ‘불꽃 접전’은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29일 지상파 방송이 발표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남 후보가 김 후보를 오차범위에서 앞섰지만, 열흘 전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남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온다.
 
SBS·MBC가 지난달 26~28일 TNS코리아와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남 후보는 36.0%의 지지율을 얻어 김 후보(34.7%)를 1.3%P 차이로 따돌려 오차범위(± 3.5%P)에서 초박빙 접전을 벌였다.
 
반면 이보다 앞선 지난달 17~19일 KBS·MBC·SBS 지상파 방송 3사가 미디어리서치 등 3개 기관에 의뢰,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35.7%의 지지율로 남 후보(34.8%)를 0.9%P 차이로 역전, 오차범위(± 3.5%P)에서 앞선 것으로 나왔다.
 
선거를 하루 앞둔 3일까지도 두 후보는 각각 ‘웰컴 투 동네방네 골목길(웰컴 투 동방골)’ 투어, ‘무박 3일 진심장정’이라는 이름으로 바닥 표심을 훑으며 막판 표심잡기에 전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