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로 지목된 구원파 “억울하다”
구원파 자금으로 비자금 조성 및 사업 확장 의혹
수백 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승객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은 채 탈출한 선장과 일부 선원들로 인해 피해가 더욱 컸다. 이런 가운데 선장을 비롯한 청해진해운 임직원 상당수가 일명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라는 의혹이 일었고, 세월호의 실소유주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밝혀지면서 구원파에 이목이 집중됐다.
구원파는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회장과 그의 장인인 권신찬 씨가 1962년 창시했다. 유 전 회장 일가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복음침례회, 이요한 씨를 따르는 대한예수교침례회 등 3개 파로 분할됐으며, 기독교복음침례회는 1981년 정식 발족했다. 1985년 이후 국내 기독교 교단들로부터 이단으로 지목됐지만 현재까지도 서울 삼각지 서울 교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전국에 10개 지부를 두고 상당수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원파의 존재가 사회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1987년 발생한 오대양 사건이다. 당시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공예품 공장에서 32명의 오대양교 신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결과 오대양교의 창시자인 박순자 씨는 숨진 신도들로부터 17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사채를 빌려 쓴 뒤 원금을 갚지 않았으며, 열성적인 침례회 신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박순자 씨가 사채로 빌려 쓴 돈의 일부가 유 전 회장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벌였지만, 유 전 회장과 오대양 사건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다만 유 전 회장은 종교적 지위를 이용해 구원파 신도들로부터 거액을 빌리고 갚지 않은 상습 사기 혐의로 징역 4년형에 처해진 바 있다.
청해진해운, 직원들에 십일조 요구
세월호 사고 이후 구원파가 청해진해운 관계사와 거액의 자금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이용화 기독교복음침례회 안성교회 대표는 4월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유 전 회장의 친척이 대표로 있는 ‘트라이곤코리아’가 교단에 거액의 자금을 대출해줬다는 의혹에 대해 “드라이콘코리아가 교회를 짓기로 교단과 계약해 신축 헌금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청해진해운 직원의 90%가 본 교단의 교인인 것처럼 보도됐지만 확인 결과 교인은 10% 남짓으로 나타났다”며 “탈출한 선원 15명 중 2명만이 구원파 신도이며 이준석 선장도 교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이 직원에게 기독교복음침례회에 매달 십일조(급여의 10%) 헌금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청해진해운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청해진해운 직원들은 입사 조건으로 십일조를 내라는 요구를 받으며 이를 거부하면 입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선원마다 선호하는 게 달라 내항선을 타는 사람들은 내항선만 타는 경향이 짙다”며 “회사가 이런 심리를 이용해 십일조를 강요하는 것 같다. 나 같이 교인이 아닌 사람은 적은 급여에 십일조까지 내야해 생활이 고달팠다”라고 말했다.
구원파 서울교회의 자금을 끌어들여 사업을 확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유 전 회장이 다른 계열사에서도 십일조 헌금을 강요했는지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사건 이후 다수의 직원들에게 사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청해진해운 관계자는 “직원 일부가 십일조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입사 조건인지는 모르겠다”며 “60여 명이 사표를 냈으며 수리 여부는 명확히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이에 대해 “29일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고 수당도 받지 못해 억울하다”고 밝혔다.
4만 원짜리 사진 1,000만 원에 강매
유 전 회장이 구원파 신도들 및 계열사 직원들에게 사진을 고가로 강매해 수십억 원을 챙긴 혐의도 포착됐다. 검찰 조사결과 ‘AHHA(아해)’라는 예명의 사진작가로 활동해 온 유 전 회장의 사진이 계열사 등에 1,000만 원을 호가해 팔린 것으로 밝혀졌다.
청해진해운의 계열사인 (주)아해 이강세 전 대표는 지난달 1일 인천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 8점을 1억 원에 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해 구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열사에 한 장당 1,000만 원을 호가해 팔린 작품들이 아해 사진의 해외 공식 판매 사이트인 ‘아해프로덕츠닷컴’에서는 한 장당 40달러(4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또 구원파 신도들과 계열사에 개당 500만 원에 강매한 것으로 알려진 ‘2014년 달력’은 같은 사이트에서 160달러(16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검찰은 이 같은 강매가 유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한편 구원파의 본산으로 알려진 안성 금수원에서는 매년 수만 명의 신도가 모여 여름 수련회를 갖고 유 전 회장의 계열사로 알려진 ‘다판다’의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수원은 외부와 철저히 격리되어 신도들이 함께 농장을 가꾸고 종교 활동을 하고 있으며 유병언 회장의 자택과 사진 작업실, 대형 강당 등을 갖추고 있다.
“사고는 선사 탓, 탄압 중단하라”
유 전 회장 일가 비리 수사에 착수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4월23일 청해진해운, 천해지, 아이원홀딩스를 비롯해 유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용산구 삼각지 기독교복음침례회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이 5월6일 인천지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기독교복음침례회 인천교회 신도 1,000여 명(경찰추산 40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인천지검 정문 앞에서 ‘종교탄압 중단 요구 집회’를 개최하고 “유 전 회장은 기독교복음침례회 발족에 아무런 참여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 전 회장이 발기인 명단에 들어있지 않고 평신도 복음선교회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본 교단과 상관이 없다”며 “그럼에도 검찰은 교단에 인권·종교 탄압을 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교탄압 OUT’ 이라는 팻말을 든 신도들은 “냉정하고 엄중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는 사법기관조차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본 교회에 대한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을 했다”며 “검찰은 이 같은 탄압을 중단하고 압수해 간 여러 문서와 기물을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또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 직원 상당수가 구원파라는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신도들의 헌금이 유 전 회장 측으로 흘러들어갔다는 보도와 구원파가 청해진해운 관계사와 거액의 자금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앞서 4월28일에는 기독교복음침례회 서울교회 신도들은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