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확실하지만, 무책임한 대책
진짜 없애야 할 것과 고쳐서 써야 할 것에 대해
범국가적 재난이라 할 만한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대한민국이 가장 역동적으로 꿈틀댄다는 지방선거가 걸쳐져 있었음에도, 가히 나라 전체가 잠시 멈췄다고 할 정도로 사고 충격과 애도의 물결은 거셌다.
진도 앞바다에서는 여전히 실종자 수색활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이 비극적인 사고는 수습 국면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19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사고 이후 대책들을 내놨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해양경찰청(이하 해경)을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새로 신설되는 부처들에 업무를 분산해 이관시키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입장이다.
이는 해경이 사고 발생 이후 초동대처에 있어서 무능함의 극치를 보여줬고, 이후 관련 수사과정에서 세칭 ‘해피아’라 불릴 정도로 조직구조에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것이 드러난 것에 대한 처벌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해경 구성원들은 그야말로 충격과 무기력증에 빠진 분위기다. 해경은 지난해에 창설 60주년을 맞이한 바 있다.
오랜 조직의 역사와 그 과정에서 헌신했던 열정이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니 그들의 마음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실종자 가족들도 해경해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조직해체가 결정된 가운데 수색활동에 소홀함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이에 해경은 마지막 한 사람을 구조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이러한 다짐에도 불구하고 해경 구성원도 사람인지라 사기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박 대통령이 내놓은 여러 대책들을 보며 큰 우려가 생긴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어떤 문제에 있어서 그것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아예 없애버리는 방법은 문제를 재발시키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실제 사고 직후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교의 외부행사를 모두 취소시키거나 연기시켰다. 물론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원인이 될 만한 외부행사를 아예 없애버린 덕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확실한 대책’에는 간과할 수 없는 커다란 맹점이 숨어 있다. 확실함만큼의 무게를 가지는 무책임함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해경을 두둔하고자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으나, 해경을 해체시키는 부분에 있어서는 매우 큰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인력이 소속만 바뀔 뿐 해당 업무를 지속한다고는 하지만 지휘체계를 비롯한 조직 전반이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치게 됨으로 전혀 새로운 조직으로 바뀐다고 봐야 한다.
이는 60여 년 동안 쌓아 왔던 해경의 노하우를 없애는 것이나 다름없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부처가 해경의 기존 업무를 이관 받은 이후 60년 전에 그들이 겪었던 시행착오과정을 고스란히 되밟아야 할 수 있다. 목숨을 걸고 불법조업 중국어선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인력들의 사기와 소속감은 또 어찌할 것인가. 핵심은 이번에 확인했던 문제를 다시 발생시키지 말아야 하는 데 있다. 그것이 해경을 해체하는 데에 있다면 마땅히 신속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저간의 상황을 짚어보면 과연 해경해체가 그 정답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