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전 ‘안녕, 그리고’ 展, 부암동에서의 마지막 전시

11월 2일부터 2019년 2월 10일까지 부암동 ‘라 카페 갤러리’

2018-10-31     하명남 기자

[시사매거진=하명남 기자] 부암동의 울림이 있는 명소 ‘라 카페 갤러리’가 2019년 새봄, 이전을 한다. 2012년부터 7년간 ‘라 카페 갤러리’를 다녀간 20만 명의 관람객들께 뜨거운 감사를 전하며, 지난 15번의 전시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박노해 시인의 사진을 모아 특별전시를 개최한다.

11월 2일부터 시작하는 ‘라 카페 갤러리’의 박노해 사진전 <안녕, 그리고>展. 이번 사진전은 2019년 새봄, 경복궁역 인근으로 이전을 앞두고 부암동에서 개최하는 마지막 전시다. 지난 7년 동안 15번의 사진전에서 전시된 작품은 370여 점. 그중 관람객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고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긴 15점의 작품을 엄선해 <안녕, 그리고>展에서 선보인다. 도심 속 고즈넉한 숲길의 싱그런 공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초록 벽, 계절마다 정성으로 가꾼 꽃, 제철 과일로 손수 담근 계절 담근 차, 조용한 분위기 속에 흐르는 엄선된 월드뮤직까지. “숲 속의 초록 카페”, “힐링 카페”, “내 영혼의 아지트”로 불리며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명소가 된 ‘라 카페 갤러리’. 지난 2012년 비영리사회단체 <나눔문화>가 문을 연 ‘라 카페 갤러리’는 카페와 책방과 갤러리가 어우러진 좋은 삶의 문화공간이다.

‘라 카페 갤러리’에서는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이 상설 전시되며, 수익금은 글로벌 평화나눔 활동에 쓰인다. 2012년 파키스탄 사진전 <구름이 머무는 마을>을 시작으로, 버마 <노래하는 호수>, 티베트 <남김없이 피고 지고>, 안데스 <께로티카>, 수단 <나일 강가에>, 에티오피아 <꽃피는 걸음>, 볼리비아 <티티카카>, 페루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알 자지라 <태양 아래 그들처럼>, 인디아 <디레 디레>, 카슈미르 <카슈미르의 봄>, 인도네시아 <칼데라의 바람>, 쿠르드 <쿠르디스탄>, 라오스 <라오스의 아침>, 팔레스타인 <올리브나무의 꿈>까지 15번의 박노해 사진전을 통해 12평 작은 공간에 세계를 담아온 ‘라 갤러리’. 지난 7년간 ‘라 갤러리’를 다녀간 관람객은 20만 명에 달한다.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시집 『노동의 새벽』을 통해 억압받는 노동자들의 ‘영혼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박노해 시인. 지구인류 시대에 그는‘빛으로 쓴 시’인 사진을 통해 75억 인류의 ‘노동의 새벽’을 써 내려왔다. 지난 17년간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펼치는 한편, 지상의 가장 높고 깊은 마을을 찾아 ‘결핍 속에서 꽃피워낸 존엄한 삶’을 묵묵히 포착해온 박노해의 사진들. 그리고 “박노해 시인의 글은 사진을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다”는 관람객의 말처럼, 작품의 이해와 내면의 울림을 증폭시키는 박노해 사진전만의 독창적이고도 독보적인 사진 캡션까지. 그의 사진을 통해 깊은 감동의 파장을 경험한 사람들은 ‘라 갤러리’의 전시를 “관람이 아닌 순례”라 부른다.

부암동 ‘라 카페 갤러리’의 마지막 겨울, 마지막 전시를 놓치지 말자. 백두대간에서 자란 홍옥으로 정성껏 담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계절 담근 차 ‘시나몬 애플티’를 마시며 추위에 언 몸을 녹이고, “또 다른 나를 만나고 또 다른 길을 꿈꾸게 하는” 박노해 시인의 사진을 마주하며 또한 경복궁역 인근에서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며.

파도 속에 심은 나무가 숲을 이루다

Ulee Lheue village, Banda Aceh, Sumatra, Indonesia, 2013.

2004년, 쓰나미가 아체 주민 수십만 명을 쓸어갔을 때 울렐르 마을Ulee Lheue은 가장 먼저 해일이 덮치고 가장 처참히 파괴된 거대한 폐허의 무덤이었다. 당시 울렐르 마을의 스물다섯 살 청년 사파핫은 손가락만 한 나무를 홀로 바닷물 속에 심고 있었다.

“이 여린 바까오 나무가 지진 해일을 막아줄 순 없겠지요. 하지만 자꾸 절망하려는 제 마음은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요.”

무릎을 꿇고 나무를 심던 사파핫은 끝내 파도처럼 흐느꼈다.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나는,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가느란 바까오 나무가 파도 속에 자라나 숲을 이루었고, 그는 오늘도 붉은 노을 속에 어린 바까오를 심어가고 있었다. 절망의 바닥에서 자라나지 않은 것은 희망이 아니지 않느냐고, 파도는 끝이 없을지라도 나는 날마다 나무를 심어갈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