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한국 불교문화, 자긍심 가져달라

“문화재 보존처리연구소 설립을 통해 체계적인 보호 및 계승 발전해 나가야한다”

2014-05-12     박재형 기자

언론 정론지 시사매거진의 5월호 ‘부처님 오신 날 특집’에서는 한국 불교의 찬란한 문화 유산을 수호하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장 덕문 스님을 뵙고, 박물관의 역할과 가치, 앞으로의 행보와 전시 계획 등에 대해 전해 들었다.

한국 불교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역할

불교중앙박물관은 한국 대표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설립하여 2007년에 개관했다. 전국 사찰 소재한 성보박물관을 대표하는 헤드오피스로, 조계종단 내 성보박물관의 운영 지원 및 다양한 성보문화재들의 보존·관리에 역할하고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은 무엇보다, 한국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국내외적으로 선양함과 동시에 불교전통문화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조계종단의 문화 관련 부서는 총무원문화부와 문화재연구소, 불교중앙박물관 3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문화부가 문화관련 정책과 기조를 만들고, 연구소에서 발굴과 보존사업을, 박물관은 기록과 전시, 교육 등 대중화 사업을 맡고 있다”라고 설명하는 덕문 스님은 “불교문화는 단순히 종교를 넘어, 한국의 역사적 산물이자 정신의 발현이다. 이를 계승 발전해 나가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과 같다”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문화정책을 실천해 나가는 주요 기관으로서, 불교중앙박물관장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인다.
지난 2013년 12월4일, 제3대 불교중앙박물관장으로 취임한 덕문스님은 1985년 화엄사 종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이후 해인사 선원과 화엄사, 봉암사, 통도사 선원 등지에서 안거수행했으며, 1990년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제19교구본사 화엄사 기획국장을 시작으로 의왕 용화사 주지, 울산 도솔암 주지, 직영사찰인 보문사와 선본사 주지, 총무원 호법부장을 역임했으며, 전 원로회의 사무처장이자, 제13대에서 15대 중앙종회의원이다. 15년째 초암불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종단의 문화정책에 많은 역할을 해오고 있다.
문화재 보존처리연구소 설립, 중요한 역점 사업
취임 소감과 함께, 금년도 불교중앙박물관의 역점 사업으로 단연, ‘문화재 보존처리 연구소’ 설립을 강조하는 덕문 스님은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있어 불교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국가의 주요 문화재가 이동과 예산, 기술력 등의 이유로 방치 훼손될까 염려스럽다. 이를 차후 복원하려면 더 많은 비용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불교문화재만이라도 한국 불교계가 스스로 보전할 수 있는 전문 연구소의 설립이 시급하다”라고 설명한다.
국가 주요 문화재가 그 가치만큼, 더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덕문 스님은 “한 번 훼손된 문화재를 복원하기란 더욱 어려운 법인만큼, 문화재로 얻는 수익의 상당 부분이 이를 지키고, 계승하기 위한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말하며, 관계부처와의 긴밀한 협의와 협조를 통해 종단 내 문화재 보존처리 연구소 설립이 내년에는 시작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올해는 그 첫 시작으로 실제 다량문화재 소장자 및 관리자들이 일상에서 문화재관리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전문 소양교육을 실시한다. 권역별로 4곳을 정해 2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성보박물관의 시설관리와 모니터링도 실시한다. 또한 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문화재 다루기와 재질별 취급 방안, 온습도 조절 및 도난, 화재 방지 등 관리방법, 효율적 관리를 위한 전문가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금석문 탁본 사업과 유물기증 운동 활성화

불교중앙박물관은 금석문 탁본 조사사업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올해 1년 동안 경상북도 일부지역 50여 개 유물을 대상으로 탁본과 사진 및 영상촬영을 하고, 이를 통해 금석문 탁본 기본 자료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존하는 금석문 자료들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연 상태로 노출돼 있어 풍화와 마모, 인공적인 훼손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개탄하는 덕문 스님은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통해 경북 일부를 넘어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금석문 자료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보존과 관리 대책을 수립하고, 탁본사업을 통해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중요 유물이 될 수 있도록 힘써 나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불교중앙박물관은 근현대 스님들의 소장유물 기증사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조계종 역사가 전승될 수 있도록 원로스님들의 소장유물기증을 유도하는 한편, 현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해 교육원장, 포교원장, 호계원장 스님 등을 중심으로 유물을 기증 받을 예정이다.
한국불교문화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이색전시회 다채롭게 준비
덕문 스님은 올해 주요 전시 일정을 밝히며, “소중한 문화재에 대한 자긍심과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다양하고 이색적인 문화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종교를 넘어, 한국불교의 문화적 가치를, 느끼고, 이해하고, 즐기기 바란다”라고 덧붙인다.
오는 6월, 사리신앙이 유행했던 한국 불교문화의 특징에 맞게 탑의 사리장치와 불상의 복장 등을 살펴볼 수 있는 특별전을 개최된다. 일반 대중이 사리신앙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또한 오는 9월에는, 조선후기 대표적 문인이자 실학자인 추사 김정희와 천년고찰 봉은사가 만나는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추사와 봉은사’를 주제로 서울 봉은사의 창건과 역사인물을 다루는 이번 전시회는 봉은사 성보문화재와 추사 그리고 벽암각성 스님 등 관련유물들을 정리해 사찰 창건부터 현재까지 되돌아보는 전시를 가질 계획이다.

불교 문화는, 한국의 역사 종교를 넘어 편견 없이 봐달라

인도의 초대 법무장관인 암베드카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 위대한 역사가 토인비 등을 비롯한 20세기, 그리고 21세기 세계 석학들은 인류의 무한경쟁과 심화되는 개인주의, 인간성 상실, 자본과 권력 지배의 독선, 배타주의와 정신문화의 황폐화 등 환경과 문화를 넘어, 인류와 자연의 화합과 공존에 대한 해답을 ‘불교’에서 찾고 있다. 인류의 인간성 회복과 세계의 평화 질서가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이다.
과거에서부터 지금의 현대 첨단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선악과 영혼, 육체의 삶을 주관하면서, 인간의 문화에 거대한 뿌리를 내려온 불교는 종교를 넘어, ‘인류’의 역사적 산물이다.
“불교문화는 종교를 넘어, 한국인의 삶이다. 이를 수호하고 계승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큰 적이 ‘배타적인 시선’이다”라고 말하는 덕문 스님은 “현대사회 더욱 가치를 발하고 있는 불교문화를 선양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며, 영구적 과제이다. 우리 문화에 대한 긍지어린 시선으로 관심 가져 달라”고 당부한다.
끝으로, 21세기 정치적으로도 경제, 사회, 문화, 종교적으로도 무수한 갈등과 대립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답을 구하자, “‘하늘세계와 인간 세계를 통틀어 내가 가장 존귀하다(天上天下 唯我獨尊). 삼계가 모두 고통 속에 있으니 내가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三界皆苦 吾當安之)’라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나를 먼저 사랑하고 이해하고 나에게 자비를 베풀라”라고 설하는 덕문 스님 “자신 스스로 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이가 누구를 감히 사랑할 수 있고, 누구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겠는가”라고 일침한다.

세계 인류가 지켜나가야 할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불교문화, 더 큰 문화적 가치는 그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한국인 고도의 정신세계이다. 현대사회, 세계 평화를 위한 해답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불교 사상과 그 속에서 위상을 정립해 나가고 있는 한국의 불교문화가 편견 없는 시선 속에서 국민 모두의 자긍심으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오래도록 계승 발전되길 기대한다. 그 역할의 중심에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장 덕문 스님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