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잃어버린 대한민국 결혼문화
한국의 결혼 비용 미국보다 6배 더 많이 든다
연인이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낭만적인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연애결혼. 결혼은 남녀가 부부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결혼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는 새살림 혼인의 형태다. 사랑하는 사람과 어려움을 극복하던 사랑을 중시하고 낭만을 찾던 결혼이 이제는 물질이 우선시 돼버렸다.
최근 티비 프로그램에서 양가 가족들이 부담을 주고받아야하는 결혼식 문화를 비판했다. 남자 측에서 신혼집을 마련하고 신부는 그에 상응하는 예단비용과 모피, 이불, 명품가방 등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을 평생의 배필로 맞이해 함께 한다는 낭만이 스며있었고 복잡한 절차 없이 단칸방을 얻을 여유만 있다면 결혼했다. 또 부모의 반대에 무릅쓰고 운명의 상대와 결혼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은 연애뿐 아니라 결혼, 내 집 마련의 어려움으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는 결혼은 하지 않는다’, ‘부모님의 경제적인 지원이 있어야 신혼집 마련이 가능하다’라고 할 만큼 결혼의 실질적 권한을 부모에게 넘기고 있다.
1분당 86만 원 가량 소비
결혼을 당연시 여겼던 과거 세대에 비해서는 결혼을 꼭 해야 하는가에 관한 의구심마저 제기하기도 한다. 2013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 소득자가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는 5억 3,351만 원으로 2030세대의 힘만으로 결혼하기는 쉽지 않다.
한 연구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녀 평균 1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고 한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다른 사람의 이목을 중시하는 결혼문화와 웨딩업계의 가격거품 때문이다. 또한 단골이 없고 재구매로 연결되지 않는 판매의 특성상 업체들이 한 번의 계약에 폭리를 위하는 경우도 많다.
비싼 결혼식 준비 비용으로 인해 결혼과 동시에 빚을 지면서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부부를 일컫는 ‘웨딩푸어(Wedding poor)’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낭만적인 결혼 문화는 사라지고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신혼집, 살림마련, 비싼 결혼비용으로 가난해지기 쉽다.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결혼비용으로 주택 마련 비용을 제외한 비용은 결혼식을 1시간으로 봤을 경우 평균 1인당 5,198만 원으로 분당 약 86만 원씩을 소비하는 것이다.
미국의 결혼 비용
19세기 미국에서는 딸이 결혼을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신부 아버지가 모든 것을 처리했다. 혼인 날짜, 사위, 형식까지도 신부 아버지가 마음대로하고 비용도 모두 부담했다. 그러나 요즘은 결혼식 비용 중 12가지 정도를 신랑이 부담하는 추세다. 2012년 미국 커플의 신혼 여행비를 뺀 평균 비용은 2만 8,427달러(약 3,100만 원) 정도다.
피로연 비용은 결혼 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케이터링 음식의 경우 1인당 15~20달러,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1인당 50달러 정도다. 예물의 경우가 그 다음 가장 큰 비용으로 약혼반지와 웨딩링으로 평균 4,400달러, 신랑의 턱시도 대여는 100달러, 800달러 정도의 신부 웨딩드레스, 꽃 장식 1000달러 정도로 전체 웨딩비용은 훨씬 저렴하다. 미국은 전세가 없고 주로 월세로 신혼을 시작하기 때문에 적은 비용이 든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세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2000년 평균 4,600만 원이었던 전세금이 2003년에는 두 배로 늘어났고 요즘은 주택 매매가의 80%에 육박해 1억 원이 훌쩍 넘어 평균 결혼비용은 2억 원을 웃돈다.
CNN머니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균 2만 8,427달러(약 3,100만 원)로 뉴욕의 경우 7만 6,687달러(약 8,435만 원), 시카고 4만 9,810달러, 뉴저지 4만 8,496달러, 캘리포니아 4만 2,319달러, 보스톤 3만 9,239달러 순이었고 알래스카는 가장 검소한 결혼식을 올리는 지역으로 평균 1만 5,504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리한 혼수 요구
일반적으로 남자가 집을 구해오면 그에 상응하는 혼수를 준비하고 집값의 10%를 현금예단으로 보내고 현물 예단을 보내는 것이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가장 많은 갈등을 겪는 부분이 혼수라고 할 만큼 예단, 혼수를 두고 갈등을 빚어 파혼을 부르기도 한다.
지난 3월 결혼 예정이었던 곽 모(30)씨는 결혼을 두어 달 앞두고 시댁의 무리한 혼수와 예단비 때문에 파혼했다.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 결혼자금을 스스로 준비했던 곽씨는 6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3,500만 원에 1,000만 원을 대출받아 결혼자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예비남편은 1년 전 경기도 지역에 피부과를 차린 개원의로 시댁에서는 개원에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며 전셋집 마련 비용, 혼수, 예단까지 모두 곽 씨가 부담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최근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혼수나 예단 문제로 결혼을 미루거나 파혼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 특히 남녀 평균 결혼비용이 1억 원에 육박했는데 물질을 중시하는 결혼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행복하기만 해야 할 결혼 준비가 점차 상처만 남는 결혼준비로 변화한 것이다.
한 시어머니의 경우 예비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2억 5,000만 원의 지참금을 요구하고 아이까지 혼자 낳게 했다. 혼수 비용을 7,000만 원 정도로 예상했던 여성은 친정 소유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제안했으나 거절당했고 예식장도 시어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서울 강남의 특1급 호텔로 다시 잡는 등 거액의 지참금으로 파혼했다.
똑똑한 결혼
각종 혼수, 스드메(스튜디오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예물, 허니문, 한복, 폐백, 이바지 음식 등 가격과 서비스는 천차만별이다. 우리 사회 속에서 깊숙이 뿌리내린 결혼식장 바가지 상혼은 고질이 돼버렸다. 문의 때마다 다른 비용을 제시하거나 가격표에서 절반을 깎아주는 곳도 있어 정찰제와는 거리가 멀다. 잡다한 부대비용을 청구하거나 원가가 얼마 되지 않는 물품을 제공하면서 수십만 원을 챙기는 등 결혼식장의 횡포가 늘고 있다.
최근 알뜰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장소도 있다. 서울시민청, 청와대 사랑채, 국립중앙도서관, 고용노동부남부지청, 도로교통공단, 서울법원종합청사, 한국거래소, 한국감정원 등이다. 서울시와 구청들도 결혼식 장소를 대여해준다.
또 똑똑한 예비부부가 가짓수보다 실속을 챙기는 등 거품 없는 상품을 골라 진행한다. 예물이나 예단 역시 가짓수만 늘어놓던 예물 대신 반지나 시계 하나만을 교환하는 커플들이 늘고 있다. 또 예단을 대폭 간소화 시키고 집 장만을 신랑의 부담에서 신부가 공동으로 부담하기도 한다. 한복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한 벌만 맞추고 당의와 두루마기와 같이 잘 입지 않는 것은 대여하는 추세다.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결혼을 망설이거나 물질만능주의적 사회 인식에서 벗어나 ‘낭만을 전하는 결혼’, ‘행복한 결혼’을 준비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