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VS 이명박 경쟁
2006-10-16 글/김정숙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 앞세워 세 불리기 한창, 과열 우려도
한나라당 내 차기 대선주자 중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박근혜 전대표를 누르고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100일 민심대장정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10%대의 지지율을 회복하는 등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9월15~16일 실시)에서 한나라당내 차기 대선주자 중 대통령감으로 가장 나은 사람을 물은 결과, 이 전 시장이 42.6%로 1위, 박 전 대표가 30.6%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는 한 달 전과 비교할 때 두 사람 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각각 2.1%P, 2.0%P 가 떨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박사모’ ‘명박사랑’ 등 네티즌들의 싸움이 두 사람 지지도 하락의 한가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두 사람의 선호도 차는 12.0%P로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와 비교해 0.1p% 좁혀진 데 그쳐, 사실상 현상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는 7월초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8%, 8월초 8.2%, 이번 달 10.0%를 기록해 민심대장정 시작이후 3.2%P 상승했다. 손 전지사의 지지율이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지지층만 두고봤을 때는 아직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론조사 담당 관계자는 “손 전지사의 야권 주자내 지지율이 상승하는 데에는 한나라당 지지층보다 당 외의 지지세가 크게 작용한다는 게 특징”이라면서 “한나라당이 보수강경으로 가는 분위기에서 손 전지사가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없기 때문일텐데 과연 민심대장정을 끝낸 후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가 지지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념정체성으로 분류했을 때, 보수층은 이명박 39.6%, 박근혜 37.2%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으며, 손학규는 8.6%에 불과했다. 중도 성향의 경우 이명박 48.0%, 박근혜 25.3%로 큰 차이를 보였으며, 손학규는 10.3%에 머물렀다.
박근혜 ‘여의도 사무실 개소’ 본격 행보
한편, 유력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9월 14일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개소함으로써 사실상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걸어왔던 박 전 대표는 이번 사무실 오픈으로 대외 인사 접촉 등 대선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정복 전 비서실장은 “이 사무실은 캠프나 선거대책본부 보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확대비서실 정도의 개념”이라며 “대외인사를 접촉하거나 행사 등과 관련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여는 사무실로 보면 된다”라고 밝혔다.
유 전 비서실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이 같이 밝힌 뒤, “공식적인 사무실 개소는 10월에 할 예정이며 단지 오늘부터 실무직원들이 집기나 비품을 준비하면서 부분적으로 사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를 옆에서 보좌하면서 “많은 감동을 받고 있다”고 밝힌 그는 정치권 일각의 반대파들이 박 전 대표를 수첩공주 또는 백단어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즉각적으로 대응한다기보다는 박 전 대표의 역량이나 철학들이 향후 정치일정을 통해 국민들에게 잘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지지자간의 상호비방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대권 후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지나치게 큰 현상”이라고 평했다.
유 전 비서시장은 “시기적으로 당이 총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지나친 비방이나 과열 현상을 자제해야 하고 당에 대한 애정만큼 당 대권 후보들이 열정과 노력을 다할 수 있도록 격려해 달라”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이명박·박근혜 “제 2의 박정희는 나”
2강 구도를 보이며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한나라당 대권후보들의 물밑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들의 ‘박정희 전 대통령’ 닮음 꼴 행진이 눈길을 끌고 있다.
당내 대권후보 경선이 10개월 가까이 남겨두고 있지만 벌써부터 이들 두 후보의 경쟁은 치열하기만 하다. 이미 두 대권후보 지지자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나름대로 논리를 설파하며 타 후보 깎아 내리기에 여념 없다.
자칫 조기 과열로 비춰진데 따른 비난을 인식한 듯, 양 진영 모두 사이버 공간에서의 네티즌 공방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치열한 1·2위를 다투는 양상에서 쉽게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사이버 공간에서 1차전이 시작됐다면,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박 전 대통령’ 이미지 빼닮기가 진행되면서 더욱 치열한 물밑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차기 대권에서 ‘경제’가 큰 화두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한나라당 대부분의 후보들은 경제정책 만들기에 사실상 마지막 주어진 ‘여름방학’을 보냈다.
‘경제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저변에 깔고 정제정책을 주요 핵심공약을 내세워 당내 후보경선에 승리한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당 지지자들의 공통분모인 ‘박정희=경제대통령’이란 코드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혈연관계로 박 전 대통령의 이미지 ‘덕’을 가장 많이 받았던 박 전 대표에 대해 도전장을 내민 것은 바로 이 전 시장.
이 전 시장은 3공 시절 6·3 운동에 가담해 서대문 교도소에 100일간 투옥한 경험을 갖고 있으나, 이후 박 전 대통령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현대건설을 통해 현장에서 일하며 협력해온 이력도 있다. 이 전 시장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과정과 이후 부산, 울산 공단 등 주요한 공단건설 현장에서 맺은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경제대통령’이란 이미지를 알리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박근혜, 박 전 대통령의 방독행차
누가 뭐래도 박 전대표는 ‘박 전 대통령’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정치인이다. 고 육영수 여사의 죽음 이후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정치에 발을 디딘 박 전 대표가 국회에 입문한 것은 지난 1998년 15대 보궐선거부터. 고 육영수 여사를 빼닮아 박 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했던 그의 정치 입문은 시작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부모의 정치적 배경을 발판 삼아 입문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박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으로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의 구원투수 역할에 성공하면서 그의 정치적 위상은 한껏 격상됐으며 그에게 쏠린 불신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여기에 박 전 대표는 2년 3개월의 대표취임 기간을 통해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개혁 작업을 단행해 차기 대권후보로 향하는 튼튼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2002년 한 때 대권후보의 꿈을 키웠다가 ‘비주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탈당 후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다가 다시 합당했던 박 전 대표의 과거와 비교해 보면 지금의 모습과 대조된다.
박 전 대표가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호 선장’을 맡기 이전만 하더라도 당내 유력 대권후보는 이 전 시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이전과 다르다. 오히려 당내 기반을 공고하게 다져온 박 전 대표가 현 당헌·당규에 따라 경선을 실시할 경우 더 유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고지 점령에 다소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박 전 대표는 지난 여름 주로 경제 분야에 대한 공부에 전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출입을 자제한 채 경제 분야의 석학들을 불러 함께 공부하며 내실을 다져왔다. 그러나 그동안 느긋하게 여유를 보이며 휴식을 취했던 박 전 대표가 달라졌다. 박 전 대표는 4일 대구와 자신의 지역구를 잇달아 방문했다. 이는 ‘내륙운하’라는 이슈를 던져 놓고 탐방 길에 나섰던 이 전 시장이 다시 ‘정책탐사’라는 이유로 대구·경북을 두 차례 방문한 것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의 발자취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전 시장이 연일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자신의 정책의 교집합을 찾는 일에 반격에 나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의 독일 방문은 박 전 대통령의 행보를 밟아 야권에서 주장해온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자신의 이미지와 일치시키는 시도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의 가장 취약점 중 하나로 꼽혔던 컨텐츠 부족을 보다 획기적으로 부각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박 전 대통령과의 이미지 ‘오버랩’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방독 일정 중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64년도에 방문한 함보른 탄광도 방문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 독일은 남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서독에 간호사와 광부 등의 인력을 보내주는 것을 약속으로 약 1억4000만 마르크를 빌린 바 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의 요청으로 중국에서 ‘새마을 운동’에 대한 특강을 할 예정이다. 모두 박 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경제’에 대한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다는 성격이 짙다.
이명박 내륙운하 건설 “박정희 닮은꼴”
이 전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내륙운하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환경단체와 운하를 통과하는 각 지역의 시민단체를 통해 나오자 ‘경부고속도로’와 ‘내륙운하’를 빗대어 정책홍보에 연일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륙운하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을 것임을 예견해 이 전 시장이 먼저 정책을 내놓고 여론을 수렴하면서 조정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 전 시장 측은 “이미 1996년에 주장했던 것으로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면서 “다른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지난 부산지역 공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소득 1인당 220달러일 때 경부고속도로를 완성했다”며 “고속도로 만들어 봐야 타고 다닐 자동차도 없을 때 만들었는데, 그 길로 발전해 지금 1만 달러 소득까지 되었다”고 말한바 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추진에 맞물려 이 전 시장의 내륙운하 건설의 타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다.
이 전 시장의 박 전 대통령 이미지 빼닮기는 이 뿐만 아니다. 이 전 시장은 8월 30일 구미지역을 방문하면서 박 전 대통령 생가에 들러 방명록에 “조국근대화의 열정을 기리며, 또 다른 도약을 기약합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남겼다. 또한 함께 생가를 방문한 이들에게 이 전 시장은 “현대 건설에 입사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후 9월 3일 시장 퇴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시장은 “지방에 가는 곳마다 ‘박정희 시대처럼 강력한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국가의 무너진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욕구가 있다”며 ‘박정희 코드’를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전 시장은 “심지어 박정희 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30대들조차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고 한다”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전 시장은 “젊었을 때부터 박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통령의 모든 영역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 기자간담회에서 “그 강력한 리더십에 나는 감옥을 갔다 왔지만 좋다 나쁘다는 차원을 떠나서 그런 시민들의 욕구가 있다”고 말한 부분에서 이 전 시장은 인권 등과 관련된 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거리감을 뒀다.
이와 관련 이 전 시장의 측근은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통령의 경제발전 과정에서의 추진력과 경험들을 강조했을 뿐이지, 대구와 경북 등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이들을 지지 세력으로 모으기 위해 한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지방에 다니다보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통령이 닮았다는 얘기는 많이 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왜 박정희인가 ‘박정희 신드롬’
왜 ‘2007년판 박정희’가 떠오르는 것일까? 한 정치전문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성향의 후보들이 박정희 이미지를 활용하려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것일 뿐 우리 사회에 ‘박정희 신드롬’은 언제나 있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학적으로 보면 현실의 문제가 잘 안 풀릴 때 과거를 그리워하게 된다”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신자유주의적 공세로 인해 삶이 힘들어지면서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박 전 대통령이 가져 왔던 성장의 신화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84.6%는 경제발전을 꼽은 여론조사 결과를 지적하면서“이러한 현상이 ‘박정희 신드롬’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박정희가 잘했다 혹은 잘못했다는 객관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기 보다 현재 우리의 조건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
한명숙 총리수행 “잘하고 있다”
한명숙 총리의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총리직 수행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평가가 상당히 높게 나타나는 등 열린우리당 내에서 잠재 대권주자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총리의 총리직 수행에 대해 ‘아주 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7.9%, ‘다소 잘하고 있다’ 54.9%로 긍정평가가 62.8%였다.
반대로 ‘다소 잘못하고 있다’는 17.3%, ‘아주 잘 못하고 있다’ 3.1%로 부정평가는 20.4%에 불과했다. 취임한 지 약 5개월만에 부정평가의 3배가 넘는 긍정적 평가를 얻은 것이다.
이에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한 총리는 합리적 조율가 스타일로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반대 스타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의 취약한 리더십에 대한 실망감이 한 총리에게 기대감으로 가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한 총리는 논문의혹에 휩싸였던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거취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당청간 가교 역할을 자임하며 김 전부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던 당과 ‘사퇴불가’로 맞선 청와대간 갈등을 푸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