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회장님들의 집 경매가는 얼마?
경매 비일비재,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감정가
프로스펙스라는 스포츠 브랜드로 잘 알려진 국제그룹 양정모 회장 일가의 서울 성북동 고급 주택이 경매 시장에 나왔다. 국제그룹은 1980년대 21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서열 7위 굴지의 그룹이었다. 양 회장의 장남 희원 씨 명의인 이 집은 서울 성북동 15의 2에 위치한 고급 단독주택으로, 4월2일 법원경매로 넘어갔다.
1970년 지어진 이 주택은 고급 주택 밀집지역인 성북동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대지면적은 1,921㎡에 달하고 건물은 777㎡ 규모로, 지하 1~지상 2층이다. 감정가격은 73억 8,353만 원으로, 경매에 나왔던 성북동 단독주택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고 양정모 회장이 거주했던 이 주택은 1987년 국제상사 명의로 넘어갔다가 1년 뒤 11월 아들 양희원 대표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표는 해당 주택을 담보로 푸른상호저축은행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약 27억 원을 빌렸으나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다. 등기부등본상 채무자가 아이씨씨코퍼레이션인 점을 감안하면 양 대표가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집을 담보 잡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경매법정에 등장한 재벌 소유 부동산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 1월에는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일가가 거주하던 고급빌라가 법원경매에 나왔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고급빌라 밀집지역에 위치한 이 주택은 백 회장 부인의 명의로, 최초 감정가격만 15억 원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주택의 이전 주인 또한 김현철 삼미그룹 회장이었다는 점. 삼미그룹 부도 이후 경매에 나온 것을 백 회장이 낙찰 받았는데 이것이 다시 경매로 나왔다.
수백억 원대 부실·불법 대출 혐의로 징역 4년형이 확정된 채규철 도민저축은행 회장 소유의 주택도 경매에 부쳐져 지난 1월 낙찰됐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채 회장 소유의 빌라 두 채는 각각 12억 원, 12억 2,000만 원으로 3번의 유찰 끝에 6억 5,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지난 2013년 12월에는 유종환 밀리오레 대표 소유의 자택이 경매 매물로 나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유 대표 소유의 집은 60억 6,966만 200원에 지난해 말 경매에 부쳐졌다.
이러한 최근의 사례 외에도 재벌가 집이 경매로 넘어간 일은 비일비재했다. 2012년에는 두산가 일원이던 고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이 경매 물건으로 나왔고,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성북동 자택 역시 같은 해 경매법정에 나왔다.
2008년에는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소유의 서울 신문로 단독주택이, 2007년에는 김중원 전 한일그룹 회장 소유의 서울 역삼동 단독주택, 범양식품 박승주 전 회장 일가의 성북동 단독주택이 각각 경매됐다.
이에 앞서 2003년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살던 서울 방배동 자택이, 2002년에는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의 서울 장충동 자택이 각각 경매에 부쳐진 바 있다.
재벌가 파산 저택 경매는 내부 인테리어와 조경 등이 잘 돼 있어 실제 가치가 감정가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눈여겨보는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