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베트남 쌀국수는 건강한 음식을 찾는 한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굳건히 그 위치를 지키고 있다. ‘웰빙’ 열풍을 타고 낮은 칼로리와 담백한 맛, 여기에 쌀로 만든 국수라는 점이 쌀 문화권인 한국에서 쌀국수가 성공한 배경이 된 듯하다. 쌀국수는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서, 혹은 육수의 종류에 따라 수십 가지 맛으로 나눌 수 있고, 각 지역마다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쌀국수의 맛을 내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육수에 있는데, 쇠고기 육수로 맛을 낸 일반적인 쌀국수와는 다르게 차별화 된 육수 개발로 새로운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화허이’ 김정오 대표와 손영삼 실장을 만나 보았다.
베트남의 향기 ‘화허이’
‘화허이’는 영어로는 Star anise, 우리말로는 ‘팔각’이라고 한다. 베트남과 중국 등 동남아 뿐 아니라 세계의 미식가들에게 빠뜨릴 수 없는 향신료가 바로 이 팔각이다. 베트남 쌀국수의 독특한 맛과 향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화허이’이고 흔히 베트남 여행에서 베트남의 향기라고 느끼는 것이 바로 ‘화허이’의 향인 것이다. 3000년의 역사를 지닌 향신료로 오향의 주재료로 사용되어 왔으며, 고기의 잡내와 비린내를 없애주는 효능은 물론 한방에서는 식욕증진과 이뇨작용 그리고 관절염 등의 통증완화와 감기몸살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에는 팔각에서 정제한 시키믹산이 신종플루를 치료하는 원료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차별화 된 서비스 마인드
부산중부소방서 뒷길에 위치한 쌀국수 전문전 ‘화허이’ 김정오 대표는 생태평가 전문업체인 모다인(주) 대표이자 생태환경단체 ‘생명그물’의 생태조사실장이다. 일 관계로 베트남에서 오랜 시간 체류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베트남 쌀국수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특히 술을 마신 후 숙취가 남아 있거나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쌀국수를 먹으면 해장과 원기 회복에 도움이 되는 걸 느껴 한국에 돌아와서도 해장을 할 때는 꼭 쌀국수를 찾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쌀국수집을 찾기가 어려웠고, 특히나 베트남에서 먹던 맛을 내는 곳은 더더욱 찾아보기가 어렵다 느꼈던 김대표는 종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본인이 직접 쌀국수집을 차리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 후 김대표는 곧바로 베트남으로 가서 베트남 현지인 친구의 쌀국수 가게에서 일하며 레시피를 배우고 돌아와 지금의 가게 ‘화허이’를 차리게 되었다. ‘화허이’란 가게의 이름도 베트남 친구가 직접 작명을 해주고 글씨 도안도 해줬다고 하니 그의 베트남 사랑 쌀국수 사랑이 참 남다르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식당 운영 경험이 없다보니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었다는 그는 “12시간 정도를 꼬박 끓이고, 다시 하루 정도를 숙성해야만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육수를 만드느라 하루에 채 2시간도 자지 못했습니다. 결국엔 가게 문을 닫고, 보다 육수만을 위한 주방을 가게 입구에 새로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아마 주변에서는 저 집은 오픈하자마자 망했구나 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을 겁니다.”라며 “또한 저희가게는 MSG와 같은 인공조미료와 다시다는 사용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육수를 만드는데 시간이 육수스톡이나 미원을 사용해서 만드는 곳보다 배 이상 많이 걸립니다. 영양가가 높으니 세균과 같은 미생물이 번식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고 잠깐만 방심하면 육수가 상합니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겨울철이니 괜찮겠지 하다가 정말 정성스럽게 만든 육수를 여러 통 버리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육수전용 주방이 생기고 육수를 보관하는 내장고만 3개나 있기 때문에 그럴 염려는 없지만 지금도 항상 조심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가게의 전반적인 살림을 맡아보는 손영삼 실장은 “미원맛에 길들여진 손님들은 처음에는 우리 육수가 싱겁다고 불만을 많이 토로했지만 미원을 사용하지 않고 만든다고 말씀 드리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고 했다. “이제는 일주일에 두 세번씩 오실 정도의 매니아 고객도 제법 생겼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중들의 입맛에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베트남에서는 한국보다 미원을 더 많이 사용하거든요. 사실 우리집 쌀국수는 엄연히 말해서 오리지날 월남 쌀국수는 아닙니다. 미원을 넣지 않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 원래 베트남식과는 많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육수를 만드는 데 20가지 넘는 천연재료만 사용하거든요. 딴데 보다 육수 뽑는 비용도 10배 정도 차이 날겁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식구들 다 먹는건데 진짜 좋은 걸로만 정성스럽게 만들어야 될 거 아닙니까? 사실 우리집에서 먹는 것보다 더 신경을 많이 씁니다. 완전 보약이 따로 없죠.”좋은 재료, 제대로 된 정직한 맛
소고기 쌀국수 (퍼 보)는 기본 메뉴이다. 해산물 쌀국수(퍼 하이산)는 기본 육수에 해산물과 야채를 더해 시원하고 칼칼한 맛을 살렸다. 진한 육수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면서 깔끔하고 개운하며 보약을 먹는 듯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어느 육수에서도 맛보지 못한 새로운 맛이다. 그러나 일반 베트남 쌀국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7,000원에 제공되고 있다. 주변 직장인들을 배려한 가격으로 전 메뉴가 다른 베트남 쌀국수 가격보다 저렴한 편이다. 비빔 쌀국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어떻게 조합되는지 잘 보여 준다. 면 위에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야채 고명을 얹은 뒤 베트남식 소스인 ‘늑맘’을 뿌려 가며 먹는다. 야채 비빔면 같기도 하고 샐러드 같기도 해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음식이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신선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면은 고객이 먹고 싶은 만큼 무한리필이 가능하니 드시고 싶으신 만큼 드립니다. 하지만 육수에 정말 좋은 영양가가 다 들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육수를 남기지 말고 다 드시라고 당부합니다”라고 말했다. 저녁시간에는 기본육수를 사용해서 제공되는 한우샤브전골과 돼지고기숯불구이가 식사와 술안주로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한우샤브전골의 재료는 그날그날 자갈치에서 공수되는 싱싱한 홍합과 굴 그리고 예천에서 공수해오는 한우를 사용한다. 또한 베트남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베트남 맥주와 베트남식 증류주인 ‘넵머이’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나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셨던 분이라면 한번쯤 가서 쌀국수와 함께 ‘비어사이공’과 ‘넵머이’로 추억을 달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