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행복주택

사전협의 없이 발표, 지자체 주민반발 거세

2014-04-08     김영식 경영이사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가수 해바라기의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이라고 한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7월10일 대통령선거 후보 출마 선언식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이 노래를 불렀고, 지난해 2월25일 대통령 취임식 때도 이 노래는 빠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행복’이라는 단어를 유난히 많이 사용했다. 창조경제도, 일자리 창출도, 모든 정책도 결국 국민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행복주택’은 박근혜정부 주요 국정과제인 ‘공공 임대주택’의 별칭이다. 철도부지나 공공기관이 소유한 땅에 1만 50가구를 지어 공급하겠다는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왜 ‘행복주택’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부는 ‘희망이 넘치는 따뜻한 행복주택을 짓습니다’라는 기치 아래 오류, 가좌, 공릉, 고잔, 목동, 잠실, 송파 등 수도권 도심 7곳에 행복주택 1만호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시범지구인 이들 지역은 임대주택 이외에 업무, 상업 기능을 함께 디자인하여 주변의 도심재생과 연계하는 등 친환경 복합주거타운으로 조성할 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등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환경, 대학, 소통, 스포츠, 다문화 등 지구별로 특화해 개발한다고 했다.
각 지구별 콘셉트도 이미 마련되어 있다. 오류동지구는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행복주거타운, 가좌지구는 지역간 소통의 공간인 브릿지 시티, 공릉지구는 녹지와 대학문화가 함께하는 도시 공간, 고잔지구는 다문화 소통의 공간, 목동지구는 물과 문화를 주제로 개발, 잠실지구는 스포츠와 공동체문화가 살아있는 공간, 송파지구는 활기찬 오픈마켓 등 지역의 특색에 맞게 구성해 놓았다.
하지만 이 정책에 대해 당장 지자체와 주민들 반발이 거세다. 반대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인구과밀 ▲과밀학급 ▲교통난 ▲물난리 ▲임대주택 포화 ▲계층위화감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지자체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도 반발을 불러오는데 일조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안산 고잔지구 공급계획 재검토를 요구했으며, 전귀권 양천구청장 권한대행 역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나마 우호적인 곳은 구로구 오류동 단 한 지역에 불과하다.
심지어 양천구청의 경우 지난달 20일 서승환 국토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목동 행복주택 지구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튿날인 21일에는 노원 공릉지구가 이에 합세했다.
지자체와 주민반발 외에도 걸림돌은 많다. 소음·진동·악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건설기술로 해결이 가능하다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기술적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임대료 책정도 숙제다. 당초 건축비는 3.3㎡당 363만 원 정도로 추산됐지만 디자인 강화, 신기술 적용 등에 따라 450~540만 원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심지어 철길 위에 데크를 지어야 하는 오류지구 같은 경우 순수 건축비만 3.3㎡당 1,700만 원에 이른다는 지적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제기되기도 했다. 또 목동지구는 시설물 이전비용까지 합쳐 3.3㎡당 족히 3,000만 원 이상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행복주택’이라는 이름은 너무나 따뜻하다. 하지만 이 정책으로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다. 소통하지 않은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행복한 행복주택을 짓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