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 씨름부를 이끄는 대들보 송미현 감독

전통 운동 씨름으로 ‘정’이 통한다

2014-04-07     송재호 이사

우리나라의 전통 운동인 씨름은 순박하면서도 흥겹고 ‘정’이 통하는 민족 경기다. 1980년대 프로씨름이 탄생하면서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씨름은 점차 인기를 잃었다. 침체기에 빠진 씨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변화의 바람이 필요한 시점이다.

1946년 대한씨름협회가 창설되고 1982년 4월 민족씨름위원회가 발족한 후 프로씨름이 탄생하며 씨름은 중흥기를 맞았다. 그러나 현재 씨름계는 인기의 하락으로 인해 하나 남은 현대삼호중공업 프로팀을 제외하고는 타실업팀 모두 힘든 시기를 겪고 있으며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동아대학교 씨름부 송미현 감독이 선수를 양성하고 씨름에 대한 관심을 되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선수에서 지도자로
중학교 때까지 배구 선수로 활약한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179cm로 성장이 멈추자 진로를 고민했다.
입학 때부터 제안을 받았던 씨름으로 눈을 돌린 그는 타고난 운동 신경과 배구로 다져진 체력으로 전향한지 1년이 조금 지나 전국대회 4강에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 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체육명문 동아대 씨름부에 입학했다. 1983년 프로씨름 원년에 금강장사 1품에 올랐지만 허리와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한 그는 젊은 나이에 모교에서 지도자 제안을 받았다.
“대학 선수 시절 주장으로 팀을 이끈 경험이 높게 평가 받은 것 같다. 젊은 감독이라는 장점을 살려 선수들을 키워나갔다.”
30년 동안 모래판을 지킨 그는 1985년 25세의 나이에 씨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감독을 제안 받았을 때만해도 나이 탓인지 그를 좋은 시선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대학 시절 주장으로 팀을 이끈 것이 전부였던 그였지만 자신만의 지도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탁월한 경기력과 기술로 씨름판을 뒤흔들고 있는 동아대 씨름부는 ‘도깨비 같은 팀’이라고 불린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에서 송 감독은 열정과 노력으로 선수들은 지도하고 있다.
한번은 엄하게 지도하던 그에게 훈련이 힘든 선수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일을 통해 선수들과 더욱 긴밀한 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하는 그는 ‘감독과 선수’의 관계가 아닌 ‘후배를 지도하는 지도자’로 함께 한다.

스타 씨름선수 육성
송 감독은 그동안 많은 스타 선수들을 배출했다. 천하장사 최홍만, 백두장사 황영호 ,강승찬, 금강장사,임채웅, 연승철, 통일장사 김태우, 한라장사 장준, 남동우, 이영호, 등 을 육성했고 2012년 제93회 전국체전에서는 7개 체급 중 금메달 4개, 동메달 1개라는 씨름계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2013년 개최한 씨름대회에서는 그의 제자들이 단체전 우승 2번 준우승 3번을 차지했다. 특히 최성환 선수는 지난해 대학생 신분으로 이만기 장사 이후 30년 만에 추석장사씨름대회에서 한라장사에 등극했고 그 해 천하장사 씨름대회에서는 2품을 차지하며 대학 3년 동안 20번의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스타급 선수들을 배출한 송 감독은 지난해 2월 열린 제60회 대한체육회 체육상 시상식에서 지도부문 장려상을 수상했고 2013년 대한씨름협회 최우수단체상과 최우수지도자상, 우수선수상을 휩쓸며 동아대는 씨름 최강자의 자리에 올라가게 됐다.
“나를 믿고 훈련에 따라준 제자들이 고맙다. 앞으로 선수 양성에 더욱 힘쓰고 침체된 씨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라는 소감을 통해 송감독은 씨름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씨름 전성기를 되돌리자

대한씨름협회와 한국대학씨름연맹은 씨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매년 월드씨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12년에는 세계 27개국에서 2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했으며 지난해에는 스페인 전통 씨름 루차카니리아 등 지구촌 각국의 씨름이 국민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씨름은 온몸을 움직여 힘과 기술을 겨루는 운동으로 체력, 기술, 투지의 세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의 조화로운 발달과 힘, 정확한 판단력과 인내심, 균형감각과 건전한 사회성을 길러주는 효과적인 운동인 씨름은 어디서나 누구나 장소와 연령의 제한을 받지 않는 운동 중 하나다. 국민들이 전통 민속 문화인 씨름에 관심을 갖는다면 다시 전성기가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지금껏 씨름에 대한 그의 사랑은 변함없었다.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후원회를 결성하고 그가 받은 상금을 동아대 씨름부의 발전지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송 감독은 씨름 선수들이 다른 스포츠에 비해 짧은 선수생활, 체육 연금을 받을 기회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프로팀의 활성화와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력 있는 선수들의 전향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것이 바로 송 감독이다.
최홍만은 송 감독의 눈에 띄어 씨름을 시작했다. 218cm의 키에 160kg 몸무게에서 뿜어져 나오는 잡채기와 들배지기는 대학선수시절부터 프로무대에서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홍만은 2002년 12월 민속씨름사상 최고 계약금을 받고 LG씨름단에 입단하여 씨름선수로 한 번의 천하장사와 세 번의 백두장사를 지냈다. 그 뒤 2004년 천하장사 가운을 벗은 최홍만이 링(K1) 위에 오르는 등 씨름의 침체로 많은 선수들이 모래판을 떠났다.
최근 씨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대한씨름협회에서도 많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980년대 인기를 끌던 프로씨름이 야구와 축구 등 다른 스포츠에 밀리면서 경기장을 가득 메우던 관중도 줄어들었다. 특히 IMF 이후에는 프로씨름단이 현대삼호중공업 프로씨름단을 제외하고 는 모두 해체되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스타급 선수들의 연봉도 다른 종목의 평균도 미치지 못하고 선수생활이 짧은데 비해 연금을 받을 기회조차 없다.
이에 송 감독은 “전통스포츠로 발전 계승하는데 국민들의 관심이 큰 도움이 된다”며 “씨름인도 씨름이 재도약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며 “프로팀이 많이 창단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하고 그 한 부분을 맡아서 마지막 지도자의 인생에 모든 열정을 쏟아 내겠다”고 전했다.
씨름은 지금 새로운 태동기에 접어들었다. 2012년 국회에서 씨름진흥법이 제정 되어 다시 한 번 큰 도약을 위해 준비 중이다. 씨름이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한류 문화로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스포츠, 국민에게 사랑받는 스포츠로 발돋움하기 위해 그는 전통 스포츠 프로씨름이 다시 출범돼 세계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