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영업정지인가?

이통사 보조금 문제,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

2014-04-07     신현희 차장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가 모두 45일 동안 신규 가입자 모집 및 기기변경 등의 영업활동이 금지된 것.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 이하 미래부)는 불법보조금 지급과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의 '금지행위 중지 명령'을 불이행한 이통3사에 대해 3월13일부터 5월19일까지 각각 45일간 사업정지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수 년간 방송 프라임타임 광고를 독식해 온 이통사. 소위 연예인들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도 이통사 광고를 하느냐 아니냐에 따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광고모델만 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데다 이동통신요금은 갈수록 비싸지기만 한다. 이통사들은 가격경쟁을 하는 대신 신규고객을 확보하는데 마케팅비용을 쏟고 있으며 이 비용 중 상당부분은 불법보조금과 TV광고에 사용되고 있다. 보다 못한 미래부는 이들 통신3사에 영업정지 45일이라는 강수를 두었다.

각 사업자는 해당 기간 △가입 신청서 접수 △예약모집 행위 △가개통 △기존 이용자의 해지신청을 신규 가입자에 대한 명의변경 방법으로 전환하는 행위 △제3자를 통한 일체의 신규가입자 모집행위 △기타 편법을 이용한 신규 판매행위 등을 할 수 없다.
이 같은 신규 가입자 모집 금지와 함께 기기변경도 이번 사업정지 범위에 포함됐다. 다만 보조금 지급과 직접 관련이 없는 M2M 사물통신과 파손 또는 분실된 단말기 교체는 가능하다. 또 국민 불편 해소 차원에서 24개월 이상 사용한 단말기 교체도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또한, 미래부는 사업정지 기간 계열 알뜰폰 사업자를 통한 우회모집 및 자사가입자 모집을 위한 부당지원 등도 함께 금지했다.
하지만 거대공룡 3사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고, 오히려 애꿎은 소비자와 대리점만 피해를 입게 되었다. 대리점은 2달 동안의 영업정지로 인해 수익은 없고 비용만 나가게 되었으며 소비자들도 신규가입이나 번호이동 등을 할 수 없게 되어 불편하기만 하다.
전국 휴대폰 판매점·대리점 등 이동통신 소상인들이 이통사 영업정지를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영업정지 철폐 위한 종사자 총결의대회’를 개최했으나 실효성이 없었다. 유통업자의 목소리도 십분 이해한다. 그들은 살 권리를 외치는 것이다.

방통위, SK텔레콤·LG유플러스 추가 영업정지

미래부의 이통사 45일 영업정지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추가 영업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이 발표되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방통위 제재를 피하게 된 KT는 “방통위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이날 방통위는 시장과열을 주도했다고 판단한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에 각각 7일·14일간 신규가입자 모집을 금지하는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다. 또 이통3사에게는 총 304억 5,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업자별 과징금은 △SK텔레콤 166억 5,000만 원 △KT 55억 5,000만 원 △LG유플러스 82억 5,000만 원이다.
방통위가 지난 1월3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위법성 판단기준인 합법적 보조금 27만 원을 초과한 비율은 △SK텔레콤 59.8% △LG유플러스 58.7% △KT 51.5%로 SK텔레콤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방통위가 시장과열 주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위반율·위반 평균 보조금·정책 반영도 등을 기준으로 벌점을 부과한 결과는 △LG유플러스 93점 △SK텔레콤 90점 △KT 44점으로 확인됐다. 추가 영업정지 적용 시점은 미래부 영업정지 기간이 끝난 후 결정할 예정이다.

이통사 영업정지, 알뜰폰에 힘 실리다

반면, 이통사 영업정지 덕에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 곳도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알뜰폰(MVNO). 이통사가 신규가입 및 번호이동을 할 수 없는 두어 달 동안 알뜰폰 업체도 나름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며 고객유치에 앞장서고 있다.
이 중에서도 CJ헬로비전의 ‘완전할인 요금제’와 에넥스텔레콤의 ‘1,000원 요금제’는 파격적인 기본료를 앞세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완전할인 요금제’는 하루에 5분씩만 통화하면 기본료가 0원이 되는 요금제 상품이다. 저가요금제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CJ헬로비전이 내놓은 특화요금제인 것. 우체국에서 높은 인기를 끈 ‘1,000원 요금제’의 경우 우체국 알뜰폰 3기를 맞아 데이터 요율을 10분의 1가량 낮추고 시장공략에 다시 나섰다. 양사는 저가요금제를 기반 삼아 영업정지 기간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업정지 여파가 소비자 선택권을 알뜰폰까지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알뜰폰 업계는 마케팅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3사는 미래부와 방통위의 이번 제재에 대해 “유감이지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국회에 표류중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통사의 보조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업정지 기간과 과징금 규모가 조금씩 다를 뿐, 지난 13년 동안 약18차례의 제재를 당했다. 그간의 행태로 보아 이번 영업정지도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될 듯하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이통사 보조금 문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