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무엇이든 기획이 답입니다" 기획전문가 허영훈을 만나다
40대 오피니언 리더로 주목받고 있는 기획전문가 허영훈의 ‘기획론’
[시사매거진=하명남 기자] 최근 40대 오피니언 리더로 공연기획자, 연출가, 작곡가 등 문화예술계 뿐만 아니라 교수, 컨설턴트,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기획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획전문가 허영훈을 만나 그의 ‘기획론’에 대하여 물었다.
'기획'이 정확히 무엇인가?
"저는 한자가 가진 뜻을 그대로 인용하는데요, '바라는 것을 새기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긴다' 입니다. 현대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F 드러커 박사는 그의 저서 'On Innovation'에서 사업 성공의 두 가지 요건을 '혁신'과 '마케팅'이라고 명시했고,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혁신기획안'을 잘 작성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결국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잘 정리하고 올바로 작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또한 중요한 것은 '잘 작성한다'인데, 잘 작성하는 교육과 훈련을 학교기관에서는 가르치지 않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제5회 서울시 전통문화축제'라는 것을 가정해보죠. 그럼 시청의 누군가는 그 기획안을 작성해서 시장에게 보고하겠죠. 그런데 보통 그런 기획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대부분 그 이전에 했던 제4회 기획안을 참고하여 숫자, 날짜, 프로그램 등을 일부 수정하거나 보완해서 보고하게 되겠죠. 그래야 빠른 시간 내에 작성할 수 있고 기획안을 기초로 한 실행도 무리 없이 진행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방식을 '빵점기획'이라고 부릅니다. 빵점 기획서를 바탕으로 한 실행은 아무리 잘 해야 '본전'을 넘어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제대로 된 기획이란 무엇인가?
"기획의 세 가지 본질을 충실하게 기획안에 담는 것입니다. 첫째는 '핵심가치' 입니다. 왜 이것을 하는 지, 이것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둘째는 '백지' 입니다. 백지 상태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와 기대효과를 여러 각도로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죠. 셋째는 '공부'입니다. 대내외 환경과, 시장조사, 전략수립 등 기획안의 타당성을 높일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기획안의 내용을 이루는 단어 하나하나를 다시 공부하고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결여되었다면 제대로 된 기획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죠. 결국 이 세 가지 본질은 작성자의 양심과 정성이 만들어내는 과정인데 이 어려운 작업은 서로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구조에서는 이것이 가능한 반면, 공직사회에서는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사회문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기획의 부재’를 강조하시던데?
"예를 들어 ‘일자리 창출’ 문제에서도 실업자가 30만명이라고 일자리를 30만개 만들겠다는 기획 자체가 잘못된 것이죠. '일자리' 부터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창출'의 의미도 다시 정해야 합니다. 입사가 최종 확정되고 4대 보험이 3개월만 유지되면 일자리가 창출되었다고 말할 수 있나요? 지속 가능하지 못한 일자리를 실업자에게 안겨줘도 목표하는 취업자 숫자만 채워지면 일자리 정책이 성공한 것인가요? 아니죠. 숫자를 채우는 것이 정책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일자리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반드시 취업을 해야 하나요? 취업을 하지 않고 부모님이 하시는 일을 배워서 그 일을 가업으로 물려받는 것은 취업보다 못한 일인가요? 핵심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보다 국민들에게 기획력을 가르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취업만을 위한 기획이 아니라 삶 전체의 큰 그림을 기획하는 능력을 스스로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혁신과 성장을 스스로 기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기획하는 가정'이 늘어나야 합니다. 더불어 중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기획'을 집중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이를 위한 기획전문가 양성이 시급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게임기획전문가, 마케팅기획전문가, 공연기획전문가 등 어느 특정분야의 기획자가 아닌 누구나 어떤 분야에도 도전할 수 있고 어떤 목표도 가질 수 있게 하는 기획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현재 개인회사를 운영하면서 대학강의도 하고, 문화예술분야 등 여러 분야에서 프리랜서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다양한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것도 기획의 성과인가?
"핵심가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분야와 관계없이 하고싶은 일을 다 하는 것'이 저의 기획력입니다. 사업가, 교수, 컨설턴트, 사외이사, 연구원, 전문위원, 기자, 칼럼니스트, 공연기획자, 연출가, 작곡가, 사회자 등 현재 20여개에 이르는 현직을 가지고 있는데, 물론 과부하가 걸릴 때도 있지만, 기획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매니지먼트하며 대부분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타고난 자질과 상관없이 기획전문가만이 이룰 수 있는 분명한 성과들입니다"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가장 큰 바람은 국민 모두가 기획력을 갖추는 데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고, 가까운 계획은 내년 1월에 기획에 관한 책을 출판할 예정입니다. 대학에서는 교과서로, 실무자들에게는 지침서로, 일반인들에게는 올바른 기획력을 심어주는 교양서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내년 시범적으로 대학 내에 '기획전문가 센터'를 설치해서 대학생들이 4년 동안 '자기성장과 혁신기획'을 스스로 완성시켜가는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한 마디.
"많은 사람들이 기획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획부서나 기획분야에서 수년간 일을 한 사람들은 스스로 기획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한 착각입니다. 기획부서의 일을 한 것이지, 직접 기획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환상에서 먼저 벗어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질문에 기획으로 답하는 기획전문가 허영훈,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기획력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총괄기획’하는 허영훈, 그가 내년에 운영할 예정인 ‘기획전문가 센터’가 벌써 기대된다.
<허영훈>
법학사, 법학석사, 법학박사수료, 문화예술학박사수료
前 제22보병사단 사령부 공보장교(육군정훈공보사관 17기), 삼성전자 반도체 기획팀 대리(삼성전자 공채 41기), 국민대학교 강사
現 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대표,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영학부 외래교수, 한국인재교육개발원 교수, (주)시그마체인 이사, 함께하는교육연구소 이사, iNEG연구소 수석연구원, 법무법인강남 전문위원, 칼럼니스트, 공연기획 및 연출가, 작사 및 작곡가, 음악회 사회자 등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