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원한 연기자이고 싶다”

제작과 연기 병행, 중국진출 초읽기

2014-03-10     신현희 차장

그를 지칭하는 단어는 수없이 많다. 야인시대 형님, 가수, 사업가…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습은 야인시대 영원한 형님 ‘김영태’일 것이다. 야인시대 방영 후 10년도 훌쩍 지난 지금, 박영록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야인시대 시절의 강한 카리스마는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일을 했지만 아직도 야인시대를 추억하며 그에게 사인을 요구하는 팬들이 있다. 그가 영원한 연기자로 남고 싶어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한 번 연기자는 영원한 연기자

지난 2002년부터 방영되었던 ‘야인시대’는 역사와 실존인물들의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버무려 시청률 50%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한 드라마다.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시청자들에게 회자되고 있고, 이 드라마를 거쳐 간 많은 연기자들이 스타덤에 올랐다.
그 중에서도 오랜 무명생활을 청산하고 인기몰이를 한 박영록은 아직도 팬들에게 ‘야인시대 김영태’로 기억되고 있다. 중절모와 콧수염이 너무도 잘 어울렸던 김영태는 김두한을 주먹세계의 왕초로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다. 당시 모 언론매체의 자료에 의하면 '야인시대 등장인물 가운데 CEO로 추천하고 싶은 인물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5%가 김영태를 꼽았을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이후 10년이 지나고 어느새 꽃중년이 된 박영록 씨를 만나보았다. 여전히 여심을 설레게 하는 출중한 외모와 쑥스러운 듯한 미소가 ‘한 번 연기자는 영원한 연기자’임을 실감케 했다.
그는 “그때는 정말 길을 지나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다. 주먹 좀 쓴다는 사람들도 드라마에 몰입해서인지 ‘형님’이라고 부르기 일쑤였다. 야인시대를 방송하는 동안, 아니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박영록이 아닌 김영태로 살았던 것 같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야인시대가 종방되고도 꽤 오랫동안 그가 가는 곳마다 소위 ‘동네 형님’들이 인사를 하러 오는 헤프닝도 있었다고….
그 때의 인기에 힘입어 당시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방영되었고, 2004년 솔로 앨범을 발표했을 뿐 아니라 사업가로도 꽤 오랜 시간을 지내왔다. 그는 “물론 계속 연기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영태의 이미지가 너무 짙었는지 영화와 TV에 출연하면서도 이렇다 할 대표작을 내지 못했다”라며 “하지만 내 직업은 연기자다. 아마 영원히 연기를 하며 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중국에 우리나라 꽃중년의 저력 보일 것
그는 중도(中道)의 삶을 지향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인기가 많지도 없지도 않게, 너무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게… 오랜 연예계 생활 동안 터득한 ‘박영록식 삶의 방법’이다. 눈앞의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가버린 어제에 집착해 오늘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오지 않은 내일을 꿈꾸느라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삶을 살리라 다짐한 그다.
그러다보니 그의 얼굴에서 부드러운 여유가 묻어났다. 이는 돈이 많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과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는 최근 중국과 MOU를 맺고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제작과 함께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중국에 우리나라 꽃중년의 저력을 보여줄 생각이다.

“후배들이 이미 중국에 한류의 물꼬를 텄으니 이제는 중년 연기자들도 중국으로 진출해 ‘살아있음’을 보여줄 때다. 나는 제작과 함께 직접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 참여해 연기를 할 계획이다. 우리 중년 연기자들이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어느 날 갑자기 화제의 중심에 있다가도 또 금방 잊혀지는 것이 스타의 인생이다. 촌각을 다투는 세상에서 잠시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그래서 박영록 씨는 중도의 삶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한 때의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를 위해 묵묵히 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팬이 있고 기억해 주면 감사하고, 아니면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그의 여유로움을 배워야 할 때인 듯하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일본 메이저급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곧이어 중국에서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된다. 한·중·일을 석권했지만, 그리 떠들썩하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팬들을 위해 부드러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마음이다.
약간의 경상도 억양이, 잔잔한 중저음의 보이스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남자 박영록,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은 그의 중국진출 소식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