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는 정보통신기술
정보통신기술의 올바른 발전과 활용, 적절한 통제가 필요
(시사매거진246호=최명진 교육연구위원) 지난 2010년 1월 11일 오후 4시경(현지시간)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남서쪽 25km, 지하 13km 지점에서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이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이재민이 전체 인구의 3분의 1 수준인 300만 명, 사망자는 전체 인구의 3%인 31만 6,000명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그나마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우샤히디(Ushahidi)라는 공개형 지도 서비스업체의 활약 덕분이었다. 우샤히디는 지진이 발생하자 인터넷을 통해 지역별 피해상황과 더불어 필요한 구호물자 등의 정보를 표시한 지도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시민, 자원봉사자, 구호단체들은 이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여 인명 구조, 건물 파손, 질병, 범죄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보해서 취합하고 공유함으로써 효율적인 구호활동을 수행할 수 있었다.
정보통신 기술의 진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정보화사회는 불과 수십 년 만에 세상을 엄청나게 변화시켜 버렸다. 물론 외형적으로 드러난 가장 큰 변화는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이지만 그것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정보(문자, 동영상, 이미지 등)를 원하는 누구와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정보통신기술이 가져온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은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지식이나 오랜 노력 없이도 전세계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을 제공하였고,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끌어 모을 수 있다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함으로써 회원 유치를 위해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정보를 가진다는 것은 권력을 가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모든 사람을 점차 평등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검색이라는 약간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전세계의 기본적 지배구조(governance)의 성격을 바꾸어 버리게 되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국가가 개인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복종과 충성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개인들이 힘을 합하면 지금까지 국가가 수행하던 역할과 능력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국가와 개인의 관계는 당연히 변화하게 될 것이다.
위의 아이티 대지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쓰나미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도 이제는 어느 국가나 기관의 개입 없이 개인들이 힘을 합쳐 국제적으로 관리하거나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런 현상은 점점 더 확산되어 갈 것이다.
지구촌 신경체계(Global nervous system)
2017년 현재, 전세계 75억 명의 인구 중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약 50%인 37억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정보통신업체들은 위성이나 열기구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인터넷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통신망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므로 멀지않은 시기에 지구촌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은 동일한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게 되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신경체계를 공유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인터넷은 거대한 지구촌 신경체계(Global nervous system)를 구축해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미래사회는 상상할 수 없는 형태로 변화를 거듭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주 활동무대가 물리적인 공간에서 사이버 공간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으며 자연적 현실과 인공적 현실의 경계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예를 들면, 이제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형성된 인간관계와 SNS에서 형성된 인간관계 중 어느 것이 더 돈독하다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SNS와 물리적 생활공간의 차이는 사라진 지 오래이다. 그리고 매일 직장에 출근하는 것보다 재택근무가 더 생산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직업 활동도 가치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얼핏 생각하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인간의 사고체계마저 획일화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동질성 속에서 수많은 다양함이 싹을 피우고 확산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다양함을 어떻게 인정하고 그것들을 실제적인 가치와 연결해 낼 수 있는가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제조업을 뛰어넘는 지식경제산업
2018년 8월 2일, 애플의 시가총액이 마침내 1조 달러를 돌파하였다. 물론 2007년에도 중국 관영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차이나가 잠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누구나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기업가치가 아닌,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변수로 인한 해프닝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모두가 인정하는 1조 달러 기업은 애플이 최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불과 이틀 후에는 아마존도 잠시나마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하는데 성공하였다.
전문가들은 다음으로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할 후보들로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을 꼽고 있는데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제조업과는 무관하거나 제조업의 비중이 극히 미미한 정보통신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이들 기업들의 가치는 보유한 자산이나 눈에 보이는 제품이 아닌, 플랫폼과 충성도 높은 고객, 그리고 정보통신기술과 플랫폼을 무기로 기존 시장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와 같은 무형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은 시장을 하나 새롭게 발굴하면,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이나 침투 혹은 대체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게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수십 년 간 발전을 거듭해 온 음반유통산업을 불과 2, 3년 만에 뿌리째 흔들어버린 애플의 아이튠즈, 토이저러스라는 장난감 유통의 거인을 파산시킨 아마존의 사례를 보면 이들의 저력을 누구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낙관만 할 수 없는 미래
정보통신기술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사회구조를 바꾸어버린 사례는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물론 그런 변화 중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변화도 있고 그와 반대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변화들도 많다. 우리가 각각의 변화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건 변화는 일어난 것이며 아마 대부분의 경우에 변화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태동한, 인류의 존재를 위협할 수도 있는 변화도 무수히 발생하고 있다.
‣ 사이버테러 - 해킹, 악성 댓글을 비롯한 악성 게시물들, 쇼크 사이트(음란물, 잔혹물 등)를 이용한 시각 테러 시도, 불법 프로그램, 악성 코드, DDoS를 이용한 서비스 거부 공격 등, 정보통신망을 통한 정신적, 재산적 피해를 입히는 행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초기에는 자신의 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도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돈을 벌기 위한 의도로 행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웹사이트 운영사업을 하는 기업을 사이버테러로 공격한 뒤 돈을 요구하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사례 중 하나이다. 정보통신기술이 무수히 많은 직업을 새로이 탄생시켰지만 동시에 새로운 범죄 형태들도 계속하여 등장할 것이다.
‣ 컴퓨터 바이러스 - 컴퓨터 바이러스란 ‘스스로를 복제해서 악의적 목적을 수행하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즉, 마치 세균처럼 스스로를 복제하여 컴퓨터 시스템을 감염시킬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염병이 퍼지듯 자신의 컴퓨터는 물론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른 사람의 컴퓨터를 오염시키게 된다.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가 어느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완벽한 ‘복제’ 능력이 있는 것으로 범위를 좁히면 1982년에 발견된 엘크 클로너 (Elk Cloner) 를 꼽을 수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도 최초에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영웅심리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존재로 변화하고 있다.
‣ 정보 오염(잘못된 정보 혹은 역 정보, 포르노, 스팸메일 등) - 요즘 가짜 뉴스가 화제가 되고 있으며 이것은 대표적인 정보 오염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이 기대하는 정보의 가치에 반하는 형태로 정보를 왜곡, 변형시켜 배포하는 것으로서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신뢰를 손상시키는 부작용을 확산시키는 행위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범죄들이 계속하여 등장할 것이며 이러한 것들을 통틀어 디지털 위험(Digital Risk)이라고 부르고 있다. 디지털 위험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확산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도 초래하고 있으므로 전세계 인류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위기와 새로운 대응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직접, 인간관계, 사회구조, 권력구조 등이 송두리째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들은 인간이 미처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밀어닥치고 있어 많은 부작용과 혼란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다행히 대부분의 변화에 사람들은 순조롭게 대응을 하고 있으며 아마도 앞으로도 그렇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불순한 동기를 가진 세력들이 ‘의도적으로’ 시도하는 디지털 위험들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시대의 숙명대로 이러한 디지털 위험들은 발원지가 어디건, 공격목표가 무엇이건 전 지구적인 위기를 야기 시키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촌 신경체계를 활용하여 전세계 사람들이 평등하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공유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우리에게 감당할 수 있는 위기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거꾸로 그 위기를 극복하는 해답도 정보통신기술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전 인류가 참여하는 위기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인간은 진화를 거듭하여 이제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 덕분에 그러한 능력조차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올바른 발전과 활용, 적절한 통제도 이제는 전 인류가 참여하는 집단지성의 힘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개인이 이토록 막강한 능력을 가진 시대가 없었으며, 인류의 생존을 위해 개인들 각자에게 이성적인 판단과 협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전례가 없었다.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는가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