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통권 환수논란

2006-09-11     글/김정숙 기자
정가 최대 쟁점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되나
협의 둘러싸고 한미간, 당정간, 여론 등 논란 확산

한미간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협의를 둘러싸고 앞으로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거나 국가안보가 흔들리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전시 작통권 문제가 외교안보 현안의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10월 제3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 작통권 환수시기를 못 박은 로드맵에 합의할 예정인 가운데 "이제 환수할 때가 됐다"는 찬성론과 "안보공백 우려로 시기상조"라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7월 13~14일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애초 구상보다 빠른, 2010년 이전에 전시 작통권을 돌려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우리 군이 2010년 이전에 전시 작통권을 단독 행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국 쪽의 은근한 ‘압박’에, 한국쪽이 ‘손사래’를 치는 형국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전시 작통권을 단독 행사하려면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능력, 준비상황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군의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말이다. 군 당국은 국방 중기계획이 끝나는 2011년이면 작통권을 환수할 수 있는 여건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또한 전시 작통권 환수를 둘러싼 우려 사항들을 짚어본다.


전시 작통권을 둘러싼 이슈들
▲주한미군 철수
한미는 미국의 해외주둔미군 재편 계획에 따라 오는 2008년까지 1만2천500명의 미군을 단계적으로 감축, 주한미군을 2만5천명 선에서 유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전시 작통권 환수로 한국군이 한반도 방어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주한미군이 지원 역할을 하게 되면 지상군을 중심으로 한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국방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주한미군의 지속주둔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전시 작통권을 환수하더라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한미군의 주둔은 지속된다는 것이 전시 작통권 환수를 위해 한미가 합의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규모는 아니지만 부분적인 감축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실제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7일 “상당한 규모의 감축을 논의하고 있지는 않으며 실질적인 군사력 증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여건이 허락할 경우 이미 합의한 2만5천명선 이하로의 (추가)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추가 감축 여지를 남겼다. 이는 국방부가 전시 작통권 환수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분적인 감축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인 것이다.

▲전시 증원전력 보장
주한미군은 한반도 유사시 육/해/공군 및 해병대 병력 69만 여명과 함정 160척, 항공기 2천 여대의 증원전력을 한반도로 전개하기로 돼 있다. 그러나 전시 작전통제권 이후 한미연합사의 해체가 예상되고 주한미군이 보조적 지원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전시 증원전력 규모가 `당연히' 줄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미군의 대규모 전시 증원전력 전개는 `전개 약속'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국방부는 미군의 전시 증원전력 문제도 한미간 전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양측이 이미 합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미국측 수석대표인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아태 부차관이 7월 13∼14일 서울에서 열린 제9차 SPI 회의에서 "한반도 유사시 군사력은 압도적으로(overwhelmingly military power) 증원한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시 작통권 환수 이후 미군의 전시 증원군 규모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이 작전계획을 세부적으로 명시해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증원규모가 더 많아질 수도 있고, 항공기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을 뒤집어 보면 전시 작통권 환수 이후의 작전계획이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따라 미군의 전시 증원군 규모가 감소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의 여지를 낳기도 한다.



한국군 독자 작전능력 확보
국방부는 우리 군의 전시 작통권 독자 수행의 전제 조건으로 감시/정찰능력, 지휘통제/통신능력, 정밀타격 능력 등 크게 3가지 능력의 확보를 꼽고 있다. 2012년을 전시 작통권 환수 시기로 잡고 있는 국방부는 ‘2007-2011년’ 5개년 중기국방계획에 따라 2011년까지는 이 같은 능력을 구비한다는 계획이다.
임치규(육군 소장) 합참 전력기획부장은 지난 8월 3일 “2007∼2011년 국방중기계획이 순조롭게 이행되면 2012년께 전시 작통권 독자수행 능력을 구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국방중기계획은 2011년까지 통신/정찰 겸용 다목적 실용위성 2∼3개와 공중조기경보기 등을 갖춰 한반도 및 주변국에 대한 독자적 정보획득 능력을 구비하는 한편 F-15K급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214급 잠수함, 정밀유도폭탄(JDAM) 등의 타격수단을 적정 수준까지 확보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윤광웅 국방장관도 “추진중인 ‘국방개혁 2020’에 따른 미래 발전상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군이 완전한 작통권 단독행사를 위한 첨단장비 구비하기 위해서는 3∼5년으로는 실현성이 없고, 앞으로 10∼15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성은 전 국방장관은 지난 8월 2일 윤광웅 국방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우리가 단독으로 전시 작통권을 행사하려면 정보전력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해당) 능력이 부족하다”며 “전시 작통권 단독 행사 이후 그동안 정보를 지원해준 미군이 이를 계속해줄 것이라고 어떻게 보장하겠느냐”고 우려했다.

한미동맹의 방향
김성은 전 장관 등 13명이 역대 국방장관들은 지난 8월 2일 국방장관과 가진 간담회에서 전시 작통권 환수에 따른 한미동맹 약화를 심각하게 우려했다. 전시 작통권이 환수되면 현 한미연합사는 해체되고 이에 따라 주한미군이 추가 철수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전반적인 한미동맹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전시 작통권이 환수되더라도 한미동맹은 굳건할 것이며 미래 안보상황을 고려해 발전적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오히려 그 간의 대미 의존형에서 벗어나 균형있고 건강한 동맹관계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한반도 및 세계적 안보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 한미동맹 비전연구(Joing Vision Study)를 공동추진해 현재 완성단계에 있다”며 “비전연구의 핵심내용은 미래 안보상황 변화에 대비, 현재 동맹관계를 더 한층 조정/발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시 작통권 환수가 한미 모두에게 실익이 있고, 한미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유리하다”는 한 미군 고위장성의 의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지원하는 새로운 협력체제로 전환해도 양국 국방장관간의 연례안보협의회(SCM)이나 양국 합참의장간 군사위원회(MC) 등 고위급 협의체는 존속한다”며 “양국이 독립된 작전지휘 체계를 갖지만 서로 협조하는 그런 시스템을 토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차두현 박사도 “한미동맹은 그동안 담보거래에서 앞으로는 신용거래로 바뀔 것”이라며 “담보거래보다 신용거래가 훨씬 더 탄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시 작통권을 둘러싼 시각차
전시 작통권 환수를 둘러싼 찬반론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근본적인 시각차가 존재한다. 대체로 주권국가라면 전시 작통권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환수시기에 대해서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정부가 환수라는 말을 앞세워 국가안보의 중대한 이슈가 함부로 다뤄지고 있다”며 현 상황을 안보위기 상황으로 규정했다. 그는 “주권국가가 전시 작통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가 능력을 갖고 있는지가 문제”라며 “전쟁이 나면 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을 미리 억제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윤광웅 장관은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우리 군의 능력과 의지를 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또 “전략적 차원에서 우리의 주된 군사적 위협은 북한뿐이고, 현재 우리는 대부분 북한군 보다 첨단화, 현대화돼 있다. 우리의 능력을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큰 착오이자 맞지 않은 것이다. 답답하다”며 “그렇게 비교하면 영원히 전시 작통권을 가져올 수 없다”고 역설했다.

방어체계 있지만 작전계획 능력은 부족해
그렇다면 현재까지 전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준비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을까.
▲정보획득 및 감시능력: 전시 작통권 환수 준비의 핵심은 한국군이 감시정찰 능력을 차질 없이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지난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를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흘 전에 ‘동해 항해금지’를 지시하는 북한군의 교신내용을 감청하는 등 북한의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를 얻는 능력은 나름대로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보를 취합해 분석하는 능력에서는 큰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군의 한 소식통은 “국가정보원장이 미사일 발사 전에 해외출장을 나가거나, 합참의장이 미사일 발사 당일에서야 해외순방 일정을 취소한 것은 우리의 정보취합 분석 수준을 그대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한미연합사를 통해 원활한 정보교환이 이뤄졌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종 판단까지 공유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장비면에서도 미국과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정찰위성이 없는 한국군과 달리, 일본 자위대는 정찰위성 2기와 준 항공모함급 이지스함 4척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유무선 전환, 팩스, 무선교신 등 모든 종류의 전파를 포착할 수 있는 첩보위성 KH-12를 통해 북한 전역의 움직임을 10㎠ 단위로 정밀 포착하고 있다. 군 관계자들은 현재로선 정보획득·감시 전력의 대미 의존도가 절대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방부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중기계획 기간에 수조원을 투입해 조기경보통제기, 다목적 첩보위성 등 정보획득·감시 전력을 확보하면 작통권 환수 여건은 충분히 마련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당수 정보획득·감시 전력 확보사업은 중기계획 후반에 착수돼 실제 전력화는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보획득·감시 능력 향상은 장비 확보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군 관계자는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요원들을 키우지 않고서는 국방개혁이 끝나는 2020년에도 현재의 미국 수준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할 일이 많다는 얘기다.
▲독자적인 통합전쟁 지휘·통제능력: 한국군이 포괄적인 전쟁수행능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지휘·통제 능력으로 가늠할 수 있다. 우선 외부세력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 확보가 핵심이다. 군 관계자들은 현재로선 이런 능력이 충분치 않지만 중기계획 기간에 해·공군력을 강화하면 정밀타격 능력이 크게 증강되고 독자작전 능력도 구축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군은 공군력 증강을 위해 F-15K 40대를 2008년까지 도입 완료한 뒤 2009년부터는 비슷한 성능과 규모의 전투기 20대를 추가로 들여온다. 해군력에선 7,000톤급 이지스함을 2008년부터 도입하고, 1,800톤급의 214급 중형잠수함도 2010년까지 9대를 실전 배치할 예정이다. 이 기간 중 전략무기인 크루즈미사일을 탑재한 3,000톤급 잠수함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휴전선 부근에 집중 배치된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 북한의 강력한 재래식 무기에 대한 방어체계는 어느 정도 구축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연장로켓포와 현무 미사일, 에이타킴스 등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군은 지난해 미군으로부터 대화력전 임무를 넘겨받은 뒤, 3군 사령부가 전술지휘자동화시스템(C4I)을 갖추는 등 독자방위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미국도 지난 13일 작통권 조기이양을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한국군이 최신 전술지휘통제 체계를 구축하는 등 지휘통제시스템이 크게 향상됐고 타격능력도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어적·전술적 차원의 능력을 넘어선 종합적인 작전계획 수립 등 독자전쟁 기획능력은 아직 미비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 군사전문지 ‘성조’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독자적인 (전시작전) 통제권을 갖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독자적인 통합전쟁 지휘 통제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작통권 이양의)가장 큰 핵심 쟁점”이라고 말해, 한국군의 통합전쟁 기획 능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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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전통제권이란?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은 흔히 지휘권이나 작전지휘권과 혼용돼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둘보다 좁은 개념이다. 작전계획이나 작전명령과 관련된 것에 국한되며, 행정·군수·인사·군기 등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작전통제권이 빠진 지휘권이란 알맹이가 빠진 형식적 권한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군사주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한미 지휘체제에는 한·미 양국군의 방어준비태세(데프콘)가 평상시의 ‘데프콘 Ⅳ’에서 ‘데프콘 Ⅲ’으로 높아지면 전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서 한미연합사 사령관에게 넘어가도록 돼 있다. ‘데프콘 Ⅲ’는 ‘중대하고 불리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긴장상태가 전개되거나 군사개입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적국에서 대규모로 부대 이동을 하거나, 전시 비축물자 방출 등 전면전 감행 징후가 매우 높아질 때 데프콘이 격상된다. 일정 지역에서 국지적인 무력충돌이 벌어졌더라도 데프콘이 꼭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 때에도 데프콘은 격상되지 않았다. 1953년 휴전 이후 전쟁 발발 직전까지 갔었다는 1976년 8·18 도끼만행사건 때 ‘데프콘 Ⅲ’로 격상된 적이 있다. 데프콘 격상도 한미연합사령관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미 양국 합참의장에 건의한 뒤, 양국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어느 한쪽 국가의 대통령이라도 반대하면 데프콘 격상은 이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