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군민이라면 지난 한해 누구나 할 것 없이 무척 행복했을 듯하다. 지난 2003년 시작한 ‘산천어축제’가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되고, 군민 2만 5,000명의 작은 도시 화천이 세계축제도시로 선정되는 영예와 함께 자원봉사부문 평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로 지방자치단체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로 3선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 평범한 농부로 돌아가 농사를 짓겠다는 정갑철 군수를 만났다.
‘개발제한구역’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화천군의 ‘혁신’
강원도 화천군은 면적의 86%가 산과 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토도 적고, 각종 개발제한에 군사보호구역이 많은 특징을 지닌 곳이다. 특히 3개 사단의 주둔으로 경제는 군인의 소비에 의존해 돌아가고 있다. 만약 군인들이 비상이라도 걸리면 화천군 경제는 얼어붙고, 주민들은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난 2002년 민선3기 화천군수로 당선된 정갑철 군수에게는 뭔가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다.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라는 단점이 청정이라는 장점으로 인식의 변환을 하니 청정을 이용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2003년 1급수에서만 살 수 있는 산천어를 이용한 축제로 경제를 살려보자는 것이었다. 정 군수는 “처음에는 살지도 않고 들어보지도 못한 산천어를 이용해 축제를 한다는 것에 많은 기관·사회단체와 군민들이 반대했다”며 “그러나 첫 축제에서 2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오면 제가 시장 한복판에서 춤을 추겠다고 제안하면서 축제 개최를 강행한 결과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축제, 나아가 세계인의 축제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자치단체마다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자 할 때 반대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 그러나 그 사업이 얼마나 주민을 위한 일이고 가능성이 있는지를 잘 설명하며 주민의 협조를 적극 요청한다면 온 주민이 함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산천어축제는 증명해냈다. 정 군수는 “혁신적인 노력이라고 하기에는 미약하지만 산천어 축제 개최로 화천군의 브랜드 가치가 향상되고, 축제로 인해 4계절 화천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었으며, 농업과 생산업들이 성장하면서 강원도에서 3번째로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높은 화천이 됐다”고 말했다. 정 군수는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역량을 집중시켜왔다. 민선3기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에 역점을 두고, 각종 복지서비스와 노인 및 장애인 일자리, 그리고 지역공동체 일자리 등을 발굴해 노인·여성·장애인·아동·저소득층 등 취약계층별 복지 수요에 맞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학습관 운영 등의 인재양성, 원어민교사 지원, 친환경 급식지원 등을 통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관내 입주기업을 위한 물품 구매 및 관내 입찰을 확대하고, 지역 특색에 부합하는 사회적 기업 및 마을기업 육성 등 기업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여 고용창출 효과를 높여 나감으로서 일과 복지를 연계한 서민생활 안정에도 주력하고 있다.“산천어축제, 성공 아닌 도전을 통한 발전 가능성 확인”
정 군수는 지난 11년간 지휘해 온 화천의 대명사 ‘산천어 축제’에 대해 성공이 아닌 도전을 통한 발전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월26일 폐막한 산천어 축제는 농한기 군민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으며 화천군의 브랜드 가치가 국내외 적으로 상승되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면서 “올해 산천어축제는 따뜻한 날씨로 인해 시작할 당시 조금 긴장감을 주긴 했어도 여전히 찾아오시는 단골 관광객으로 인해 성공리에 치러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되면서 대표축제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 문화와 축제를 접목하고 유사축제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정 군수는 “산천어축제로 인해 15개가 넘는 유사축제가 생겨나면서 나름 문화와 접목한 축제로 개최했지만 크게 차별화를 갖지 못한 것은 아쉽다”면서 “10년이 넘은 산천어축제를 단순히 물고기를 잡은 ‘헌팅축제’가 아닌, 가족과 친구와 연인들의 한해를 계획하고 시작하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지구 온난화에 대비한 축제로, 타 지역의 축제와는 현격하게 차별화된 축제, 세계인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종합문화예술축제로의 변모가 절실한 시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산천어 축제가 외적으로 지난해와 크게 달랐던 점은 자원봉사자 수다. 2013년에는 1,000여 명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2,200명을 넘어가면서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1944년생부터 2001년생까지 자원봉사자들은 축제장 프로그램별 도우미, 축제장외 읍내 곳곳에서의 교통봉사, 재난구조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해주었다. 특히 육군 7사단에서는 환경정화, 외국인 낚시터나 영유아 낚시터운영을 도맡아 하는 협력도 아끼지 않았다. 화천군은 인구 59%에 달하는 이같은 자원봉사자와 민·군·관이 유기적 협력으로 자원봉사활동을 실시해 산천어축제와 각종 체육행사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뛰어난 공적이 인정돼 ‘2013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역 주민은 물론 군부대에서도 군정을 위해 적극적인 도움을 주면서 지난해 제10회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에서도 최우수상인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출향민들의 애향심은 화천의 큰 변화, 관광인프라도 ‘주목’
과거 화천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도시에서 먼 지역, 군인들이 많은 지역, 가난하고 단절된 곳으로 인식되었다. 출향민들은 고향을 창피하게 여긴 나머지 춘천을 고향이라고 속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는 떳떳하게 자랑스럽게 화천이 고향이라고 하고 화천의 자랑거리를 얘기하게 되었다. 지난 2002년 7월부터 현재까지 화천군수로 재직하면서 정 군수가 가장 큰 변화를 꼽은 것은 바로 군민들과 출향민들의 변화된 애향심이라고 말했다. 현재 화천군이 보유한 경쟁력과 미래비전은 과거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다. 산천어축제를 시작한 2003년부터 축제로 인해 청정 농산물이 판매되면서 소농가의 경제가 돌았으며, 농한기 소비만 하고 있던 주민들이 산천어축제 준비와 운영을 함으로써 활기를 찾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10여 년을 청정·평화·안보·생태 지역의 장점을 살린 관광산업인프라 구축에도 변화가 있었다.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수달연구를 위한 한국수달연구센터 개관,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조경철박사의 천문과학관, 평화의 종 공원 조성, 북녘땅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칠성전망대, 문학을 대표하는 이외수 작가가 거주하는 감성마을 조성,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연꽃단지, 야생화가 골짜기에서 피어나고 예술가들이 모여 평화롭게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동구래마을, 토종어류생태체험관, 월하 이태극 문학관 등 많은 관광인프라 등을 구축했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겨울에는 산천어축제, 여름에는 쪽배축제·토마토축제를 개최해 화천을 국내외에서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축제를 통해 청정화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해 유통비 절약과 농가 소득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런 화천의 변화를 이끌어낸 정 군수에게 향후 계획을 묻자 “행정일선에서 퇴직하게 되면 일반인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