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뉴타운 시대

2006-09-05     글/ 박상목 경제부장
‘재개발 붐’ 환경친화도시 뉴타운, 성공할까
특별법 지정 변화하는 강북 뉴타운, 전망과 문제점
노후·불량주택이 밀집했던 서울 강북지역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서울시의 강력한 뉴타운·재개발사업으로 충분한 도시기반시설을 갖춘 환경친화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뉴타운·재개발사업은 강남으로 쏠린 수요를 분산시켜 집값 안정을 도모하는 등 다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정부에서도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지방자치 민선 4기 출범을 계기로 제시한 강북개발 청사진의 핵심은 뉴타운건설이다. 서울 강남ㆍ북 균형발전의 초석을 깔기 위해 강북지역에 공원과 녹지가 어우러지고 뛰어난 생활기반시설을 갖춘 뉴타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강북을 강남 못지 않는 주거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뉴타운사업이 최근 탄력을 받고 있다. 앞으로 4년간 서울시를 책임지고 이끌 선장으로 선출된 오세훈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뉴타운 확대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5ㆍ31 지방선거 때 서울에 뉴타운을 현재 25곳에서 그 2배인 50곳으로 늘려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뉴타운사업을 법적으로 뒷받침할 도심재정비촉진특별법이 지난 1일 시행돼 뉴타운사업은 날개를 단 셈이다. 현재 추진중인 뉴타운사업은 대부분 개발면적이 15만평 이상으로 이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다.
특별법은 15만평 규모 이상의 광역 ‘재정비촉진지구’로 개발할 경우 용도지역 변경 허용, 용적률 인센티브, 층고제한 폐지, 중대형 아파트 건립비율 상향 조정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강북지역에서도 40~50층의 초고층 주상복합과 중대형 아파트 밀집지역이 생겨날 수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제안을 받아 오는 9월말 서울 강북의 2~3곳과 내년 상반기 지방 1~2곳을 시범사업지구로 선정, 일부 재정지원도 해줄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강북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강북지역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던 뉴타운 개발도 점차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부동산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뉴타운사업 예정지에 대한 투자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제2의 강북 전성기’가 오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뉴타운 사업열풍 부동산 시장 점령
서울시는 지난 2002년 시범사업지역인 은평ㆍ왕십리ㆍ길음 등 3곳을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뉴타운 25곳과 균형발전촉진지구 8곳을 지정하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2012년까지 뉴타운사업을 통해 주택 15만 가구를 새로 공급할 방침이다.
뉴타운사업은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길음뉴타운의 9개재개발구역중 3개 구역에 지은 아파트가 입주를 마쳤다. 105만평 규모로 개발되는 은평뉴타운에서는 이르면 9월부터 1ㆍ2지구에서 26~60평형 주택 1만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2차 뉴타운 사업도 첫 삽을 떴다. 가좌뉴타운이 2차 뉴타운 12곳 가운데 처음으로 최근 공사에 들어갔다.
서울시가 지정한 뉴타운 또는 균형발전촉진지구는 대부분 강북에 몰려 있다.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는 거여마천ㆍ천호 등 뉴타운 2곳과 천호성내 균형발전촉진지구 1곳뿐이다. 서울시가 뉴타운사업 핵심목표를 강북개발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뉴타운사업은 여러 가지 문제점도 안고 있다. 우선 도시 경쟁력 강화보다는 지나치게 주거환경 정비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차 뉴타운 12곳중 10곳이 주거중심으로 개발된다. 주거중심 뉴타운이라 하더라도 길음뉴타운 사례에서 보듯이 사업지에 유명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선 반면 기반시설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50개 뉴타운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경우 투기세력 유입에 따른 강북발 부동산가격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발지구(촉진지구)와 보존지구(존치지구)가 공존하는 뉴타운에서는 두 지역 주민간 개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있다.
서울시의 강한 의욕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뉴타운 사업을 낙관하기 어렵다. 당장 서울시가 오는 2012년까지 뉴타운사업에 투입하기로 한 약 56조원의 재원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법은 중앙정부가 국민주택 기금을 지원하는 등 기반시설의 재원조달에 일정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수십개 뉴타운사업에 필요한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지원하기가 만만찮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뉴타운사업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먼저 2~3곳을 광역개발, 기반시설을 충분히 갖춰 성공사례를 만든 뒤 점차 개발사업지역을 늘려가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또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가 뉴타운개발을 통해 거둬들일 개발이익환수금ㆍ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 등을 기반으로 국채나 지방채를 발행해 ‘도시재정비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 부동산문제 전문가는 “성남시는 분당신도시를 만들 때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지만 분당에서 많은 세수실적을 올리고 있다”며 “질 높은 기반시설이 확충되면 사업지역의 재산가치가 늘어나고 늘어난 재산가치는 나중에 세수로 돌아오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재정비 기금 조성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호 은평뉴타운 보상문제 시끌
서울시 뉴타운 1호인 은평뉴타운이 오는 9월 첫 분양을 앞두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보상절차가 진행중인 일부 지구는 보상가를 놓고 사업시행자인 서울시 SH공사측과 주민간에 막판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이곳에서 자식들 대학까지 다 마치며 터전을 일궈왔다는 한 상점 주인은 “머리 좋아서 싸우는 사람들은 보상가 더 올려주고 먹고살기 바빠 그 생각도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형평성 없이 어디로 옮겨가지 못할 정도로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보상을 한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은평구 진관내·외동과 구파발동 일대 은평뉴타운은 옛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확 바뀌어 있었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주변의 진관시장은 모든 건물들이 철거돼 나대지로 변했고 논과 밭, 비닐하우스, 노후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찼던 북한산길 주변도 수십개의 타워크레인이 푹푹찌는 여름날씨에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상 2∼3층까지 골조 공사가 마무리 된 이곳이 내년 11월께 완공을 앞둔 은평뉴타운 1지구이다. 이중 원주민에게 해당되지 않는 65평형 242가구는 오는 9월에 첫 선을 보일 계획이다.
SH공사 분양팀 관계자는 “현재 산출하고 있는 원주민 입주물량 확정여부에 따라 9월 분양때 65평형 외에 나머지 평형도 함께 분양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05만평에 달하는 은평뉴타운은 3개 지구로 나눠져 있으며 총 1만5,2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중 임대주택은 4,783가구로 계획돼 있으며 30년 국민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임대주택 첫 공급은 내년 5∼6월께로 1지구 물량 1,697가구를 우선 선보인다. 평형대도 전용면적 기준 12·15·18·25.7평형으로 다양하다.
각 지구별 사업진행 정도는 1지구가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철거가 한창인 2지구는 올 하반기 중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 3지구는 3-1지구와 3-2지구로 나뉘어 현재 보상절차를 밟고 있다.
SH공사 보상TF팀 관계자는 “3-1지구는 지장물 보상기간을 8월1일까지 연장했고 3-2지구는 지난 21일 서울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했다”면서 “8월 초 주민 열람을 시작하고 중토위의 재결심의는 10월 말∼11월 중순께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3지구는 아직 보상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주민들의 입장차이가 커 사업 진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3-2지구 일부 주민들은 서울시가 은평뉴타운에 도시개발사업방식을 적용하면서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며 현재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신청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3-2지구의 한 주민은 “서울시가 은평뉴타운 일대를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하면서 제1종일반주거지역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데도 해제 이전인 자연녹지지역을 기준으로 보상해주기 위해 지구단위계획 절차를 빼먹는 등 탈법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신모씨는 “민간개발이라면 모를까 시가 공영개발을 통해 진행하는 사업이 낮은 보상가와 높은 공급가 때문에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낮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농 뉴타운 재개발 ‘잰걸음’
서울 동대문구 전농·답십리 뉴타운 역시 빠른 사업진척을 보이면서 개발 기대감이 높다는 게 현지 업소와 주민들의 말이다.
무엇보다 전농뉴타운은 복원된 청계천과 연계돼 있고 청량리 부도심 지역과도 맞물려 있어 서울 동북권 발전 중심축에 자리하고 있다.
주변 기존의 초·중·고와 서울시립대·경희대·외국어대 등 대학 외에 자립형 사립고가 새로 들어설 예정이어서 학군이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또 전농 8구역을 관통해 청량리민자역사까지 도시계획도로가 뚫릴 예정이어서 뉴타운지역의 고질적인 문제인 ‘진입로 병목현상’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전농뉴타운은 전농 7·8구역과 답십리 16·18구역 등 총 4개 구역으로 구성돼 있지만 주변에서 별도의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이를 합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진다. 전농동과 답십리동에 걸친 27만3,450평의 뉴타운 내에서만 오는 2012년까지 주택 1만3,9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농7구역은 조합설립을 앞두고 있어 사업진행이 빠르다. 아파트는 평균 15층, 최고 25층으로 총 40개동에 2,624가구(임대 420가구)가 건설된다. 학교용지와 공원용지도 이미 확보됐다. 평형별로 25평형 602가구, 34평형 959가구다. 이 중 500가구 정도가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전농8구역과 인접한 8구역에는 1,652가구가 들어선다. 현재 취진위 승인까지 받았고 구역지정을 앞두고 있다. 분양물 1,369가구로 평형은 24∼42평형이다. 조합원 숫자가 적어 일반인 몫이 900가구에 달한다.
답십리16구역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총 2,624가구중 임대가 446가구이고 분양분은 24∼49평형 2,178가구다. 조합원이 1,400여명으로 약 780가구가 일반분양된다. 가장규모가 작은 답십리18구역에는 총 928가구가 예정돼 있다. 추진위 승인 이후 구역지정을 준비 중이어서 가구수는 아직 유동적이다.
지분가격은 10평 미만의 작은 것은 1,000만∼1,300만원, 30평 이상은 800만∼900만원이다. 그러나 각종 규제에다 비수기 탓에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전농뉴타운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삼성건설이 ‘래미안 타운’으로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삼성건설은 뉴타운 인근 전농3-2구역 308가구를 포함해 총 8,000여 가구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삼성이 시공사로 선정됐거나 유력한 곳이 전농7구역과 답십리18구역, 전농5구역 등이다.
하지만 삼성건설의 수주가 유력했던 답십리 16구역에서 일부 주민과 재개발추진위 간에 사업추진 의혹공방이 진행 중이어서 ‘래미안 타운’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비상대책 주민총회 관계자는 “조합장이 검증되지 않은 특정업체에 용역을 주고 조합 운영비를 과다지출 하는 등 불투명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모집도 조합원들이 모르게 진행하고 있어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진위측은 “조합비에 대해 회계처리를 하고 총회 때마다 알리고 있다”면서 “시공사도 입찰공고를 내고 곧 총회를 열어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진위측은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삼성건설, GS건설, 두산산업개발 등 3곳 중 2곳을 선정해 컨소시엄으로 시공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 6월 전농6구역에서 분양예정이던 삼성래미안은 분양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총 867가구 중 400가구정도가 일반분양 될 예정이다.

뉴타운 9월부터 토지거래허가제 적용

이르면 다음달부터 서울 강북 뉴타운 등 ‘재정비촉진지구’ 예정지에서 허가 없이 6평(20㎡) 이상의 토지를 사고팔 수 없게 될 전망이다.
건설교통부는 부동산시장이 불안할 경우 뉴타운 등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이전이라도 토지거래허가제를 조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현행 ‘도시 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상 토지거래허가제는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이후에 가능토록 규정돼 있으나 지방선거 이후 뉴타운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크게 늘면서 해당 지역의 부동산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 이를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현재 제정 중인 특별법 조례에 이 규정을 삽입하는 한편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예정인 뉴타운 26곳과 균형발전촉진지구 8곳에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일부 뉴타운 등에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 시행하고 있으나 거래면적 기준이 주거지역은 180㎡, 상업지역은 200㎡ 이상이어서 기준이 20㎡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뉴타운 내 주택 및 토지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뉴타운사업 지역을 현재 26곳에서 50곳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이후 뉴타운 지정 기대감으로 단독주택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집값ㆍ땅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실제 뉴타운 지정 소문이 나돌고 있는 양천구 목동의 경우 평당 400만~500만원하던 단독ㆍ연립주택 지분값이 3~4개월 만에 1,000만원을 호가하는 등 투기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건교부는 “서울 시내 인기 뉴타운지역의 땅값은 벌써 평당 3,000만원을 호가할 정도여서 정부가 구상 중인 재정비사업이 불가능할 지경”이라며 “강화된 토지거래허가제가 조기 적용되면 집값 안정을 통한 원활한 사업 진행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별법상 재정비촉진지구는 노후ㆍ불량주택과 건축물이 밀집한 15만평 이상의 주거지형과 상업지역ㆍ역세권ㆍ도심ㆍ부도심지역의 6만평 이상 중심지형으로 구분되며 지구 내에서 재개발사업의 분양권이 주어지는 20㎡ 이상 토지 거래 시 투기방지 차원에서 거래 허가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