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장 문턱 넘은 하우스맥주, 선택 다양해졌다
외부유통 허용해 맥주시장 경쟁 촉진, 다양한 맥주 생산 유도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에는 맥주시장 경쟁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도 하우스맥주(소규모 제조맥주)를 쉽게 살 수 있도록 해 하우스맥주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전통주에 대한 세부담을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주류 판매의 다양성과 활성화를 기대하게 했다.
2002년 정부가 소규모 양조장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하우스맥주가 첫 선을 보였다. 도입 첫해 하우스맥주 업체가 150여 개에 달했지만 외부유통 제한 등 각종 규제 탓에 오래 살아남지 못하고 현재는 36개 업체만 남았다.
시설기준 완화, 외부 유통도 가능해졌다
그동안 하우스맥주가 맥주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대표적인 이유로 과도한 시설기준과 일률적 주세 부과, 하우스맥주 외부유통 금지 등이 꼽혔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주세법은 맥주제조장의 시설기준을 완화하고 과세 대상이 되는 과세표준도 낮췄다. 외부유통도 허용하고 있다.
맥주제조장의 시설기준은 현행법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졌다. 전발효조(발효시설)는 시설기준이 현행 50㎘ 이상에서 25㎘ 이상으로 완화됐고, 후발효조(저장시설)는 현행 10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낮아졌다. 중소맥주사의 진입 기회를 확대한 것이다. 맥주제조장 시설기준은 2008년 2월 이전에 전발효조 1,850㎘ 이상, 후발효조 6,000㎘ 이상이었던 것이 이후 전발효조 925㎘ 이상, 후발효조 1,850㎘ 이상으로 완화됐다가 2010년 12월 이후 전발효조 50㎘ 이상, 후발효조 100㎘ 이상으로 다시 변경됐다. 기재부는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원활하게 해 맥주산업의 독과점 구조를 완화하고 다양한 맥주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시설기준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판매범위를 영업장으로 제한한 규정도 완화돼 영업장 외부로도 유통이 가능해졌다. 소규모맥주(Micro Brewery)에 대해 외부유통을 허용한 것은 맥주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다양한 맛의 맥주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다. 다만 2002년 신설된 소규모맥주 제조면허는 일반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허용하되, 위생 및 주류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판매범위를 영업장으로 제한했다.
한편 기재부는 외부유통에 따른 위생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위생법에 따라 관리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소비자 취향을 충족시켜줄 것
세부담도 줄였다. 기재부는 소규모 제조자가 아닌 일반맥주제조자 가운데 중에서도 직전 주조연도의 과세대상 출고수량이 3,000㎘ 이하인 경우 300㎘ 이하 출고량에 대해서는 출고가격의 80%만 과세표준으로 삼기로 했다. 기재부는 “규모의 경제 효과로 제조원가가 낮은 일반 맥주제조자보다 소규모 맥주제조자의 주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측면을 고려해 세부담을 경감키로 했다”고 설명하며 “소규모 맥주의 외부유통을 허용해 다양한 소비자 취향이 충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 차보윤 회장은 이번에 개정된 주세법에 일단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욕심 같아선 60% 이상까지 감면을 원하지만 이번 개편만으로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더 좋은 조건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 같다”고 밝힌 차 회장은 이후 점진적으로 개선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하우스맥주는 영업장에서만 판매되고 외부 유통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 외부로도 유통을 할 수 있게 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데 무엇보다 의미를 두고 싶다.”
차 회장은 “사실 그동안 자체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어도 가동률은 20∼3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각 영업장마다 마련된 제조시설이 바쁘게 가동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그의 바람대로 전국의 마트나 편의점 등으로 유통하기에는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다. 대기업맥주와 수입맥주들이 판로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 틈을 파고들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차 회장은 인근 매장에 납품을 하는 등 하우스맥주를 영업장 밖으로라도 유통할 수 있게 된 ‘기회’에 의미를 두고 이번 주세법 개정에 만족을 표했다.
하우스맥주, 맛과 신선도에 반하다
하우스맥주는 영업장 내에서 자체 맥주제조 설비를 갖추고 맥아, 호프, 효모 등의 원료와 고유의 제조방법으로 맥주를 생산,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하우스맥주의 맛과 신선도에 반한 애호가들은 일부러 하우스맥주 전문점만 찾아다닐 정도로 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형 양조장에서는 맥주를 여과시킴으로써 제조과정을 절반으로 단축시킨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맥주는 많은 양의 단백질과 비타민을 상실하게 된다. 반면 소규모 맥주는 여과시키지 않는 맥주를 생산한다. 이러한 하우스맥주는 단백질, 아미노산, 다량의 비타민 B2 등 많은 양에 영양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이는 혈중 알코올 분해를 촉진해 숙취감을 없애 준다.
이 같은 소규모 맥주는 장기보존과 이동성의 용이하고 무엇보다 대량생산을 기조로 하는 일반맥주와 달리 품질위주의 소량생산, 직접소비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최대 장점이 있다. 보존제나 방부제가 전혀 없고, 인공여과 과정까지 거치지 않는 순수맥주인 하우스맥주는 일반 맥주와는 그 맛이나 신선도가 뛰어날 뿐 아니라 다양한 맛의 여러 종류 맥주를 생산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 덕분에 맥주 애호가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맥주, 제대로 알고 마시자
맥주를 제대로 알고 마시면 그 맛은 더욱 진해진다. 게다가 하우스맥주 인기로 집에서도 맥주를 손수 제조해 먹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그 제조과정을 알면 더욱 즐겁게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빻은 맥아를 따뜻한 물에 담가 놓는다. 약 2시간이 지나면 맥아 속의 당분이 분해돼 물에 녹는다. 당화된 물과 맥아는 여과 장치에 통과시킨다. 이 과정을 거쳐 맥아 껍질과 알곡을 걸러내고 남은 단 물을 맥아즙이라고 한다. 그다음에는 맥아즙을 끓이는데, 이때 홉을 넣어서 홉의 쌉쌀한 맛이 맥아즙 속에 녹게 한다. 약 1시간 정도 끓인 맥아즙을 침전 장치에 통과시키면 맥아즙 속에 남아있던 응고 단백질이 걸러진다. 미세한 맥아 찌꺼기까지 걸러낸 맥아즙을 차게 만들어 발효 탱크에 넣은 뒤 효모를 투입한다. 효모는 맥아즙 속의 당을 분해해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만든다. 발효가 끝난 맥주를 미숙성 맥주(Young Beer)라고 한다. 그리고 약 1주일 동안 숙성시킨다. 온도가 낮은 숙성 탱크로 옮겨서 효모의 활동을 정지시킨다. 효모 찌꺼기는 맥주 속에 남아있던 미세한 부유 물질과 함께 탱크 바닥으로 가라앉는데, 여러 번에 걸쳐 효모 찌꺼기와 미세한 부유 물질을 제거해 준다.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 부유 물질의 양은 거의 0에 이르고 더 이상 숙성시킬 필요가 없어지는데, 일반적으로 상면 발효 맥주는 3주, 하면 발효 맥주는 4주가 소요된다.
맥주는 크게 발효방법에 따라 ‘하면발효 맥주’와 ‘상면발효 맥주’로 구분한다.
세계 맥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하면발효 맥주’는 발효 도중이나 발효가 끝났을 때 가라앉는 성질이 있는 사카로마이세스 카를스베르겐시스(Saccharo-myces Carlsbergensis)라는 효모로 발효시킨 맥주다. 10도 정도의 저온에서 발효를 하고, 여과가 쉬우며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이 특징이다. 세계 맥주시장의 4분의 3을 점유하고 있고, 라거(lager), 필스너(pilsener), 뮌헤너(munchener), 보크(bock) 등이 대표적이다. ‘상면발효 백주’는 발효 중 탄산가스와 함께 발효액의 표면에 뜨는 성질이 있는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에(Saccharomyces Cerevisiae)라는 효모로 발효시킨 맥주다.
주로 영국, 미국의 일부, 캐나다, 벨기에 등지에서 생산된다. 맥아농도가 높고, 10도에서 25도 사이의 상온에서 발효를 하기 때문에 색이 짙고 강하고 풍부한 맛이 나며 알코올 도수도 높은 편이다. 에일(ale)과 포터(porter), 램빅(lambic), 스타우트(stout)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