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건축’ 에너지 소비에서 생산으로

미래지향·지속가능 ‘친환경건축’ 패러다임 전환

2014-02-10     송재호 이사

세계 각국이 마천루 경쟁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까지 경쟁에 가세해 하늘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이렇게 많은 국가가 자존심을 걸고 초고층빌딩을 건립하는 것은 자국의 건설 기술력과 자본력을 과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뒤지지 않는 우리나라도 50층 이상 고층건물 개수 세계 4위 국가로서 초고층 수직도시 개발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서 한양대학교 친환경건축연구센터(센터장 신성우 교수/이하 연구센터)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양대 친환경건축연구센터는 지난 2005년 한국과학기술부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우수연구센터로서 지원받아 설립됐다. 이후 친환경 건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으며 ‘건축의 전 생애 과정에서 발생하는 CO2 배출량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와 ‘그것을 도시 설계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신성우 교수는 초고층 건축 분야를 전공한 건축공학도로서 대량 소비와 폐기물 유발산업으로 지적받고 있는 건설 산업의 친환경적 대응, 과밀한 도시 및 환경 문제의 해결책으로 건축물의 고층화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신 교수는 “기존의 건축이 효율이나 비용적 관점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면 환경부하 관점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10층 건물을 열 채 짓는 것보다 100층 건물을 한 채 짓는 것이 지구에게 있어서 친환경적입니다. 수평적으로는 더 적은 공간을 사용해 땅이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초고층 건축이란 흔히 50층 이상의 건축을 말하는데 에너지 소비가 심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유용한 측면이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초고층 건물은 바람이 심하게 불어 창문을 열 수 없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반면 풍력발전이나 태양에너지를 활용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건물 자체가 기존의 전기나 가스를 사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물, 바람, 태양, 지열이나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건물이 단열이나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데 급급했다면 이제 에너지를 재생산하는 재생에너지가 건물의 한 부분으로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를 ‘스마트 그리드’라 하는데 건물이나 도시의 개념이 상호 에너지를 주고받고 또 개발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입니다”라며 “최근의 연구는 건물이 에너지 소비주체에서 생산주체로 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건물들이 고층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기술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모든 건축물에 관한 에너지 및 친환경 평가는 건축법에 따라 35~40층 이하의 건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50~100층 이상의 건물은 기존의 건축법으로는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 신 교수의 말이다. 일반 건물의 경우 건물 간의 동 간격이 중요하지만 초고층 건물은 건물 내의 수직 이동이나 건물 내의 화재, 안전문제, 재생에너지의 활용 등을 더욱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건축물과 다른 차원의 친환경 평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에 연구센터에서는 고층건물에 맞는 에너지 기술과 고층건물의 친환경 평가 프로그램을 최초로 개발했다. 국내의 50층 이상 건물 비율이 증가하는 만큼 초고층건물의 친환경 평가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나아가 우리나라가 국제건설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센터는 이러한 노고를 인정받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우수 연구센터로 평가받았다.

“환경을 외면한 건축 존재할 수 없어”

건축공학을 전공한 신 교수가 에너지와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건축과 환경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으며 환경을 외면한 건축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자연스레 건축과 환경을 동시에 생각하게 된 신 교수는 ‘어떻게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와 ‘어떻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가 수장을 맡은 연구센터는 큰 틀에서 ‘건축의 친환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센터는 ‘CO2 배출량을 9년간 38%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7개 대학 15명의 교수와 8명의 연구교수, 130여 명의 석·박사 연구원들이 융합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 ‘세종시(행복중심복합도시) 탄소중립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세종시가 세계적인 탄소중립도시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향후 보금자리 주택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초로 건축물, 단지 및 도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평가하는 프로그램(SUS-LCA)을 개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건축물의 전 생애 환경부하, 건축물 내 삶의 질, 경제성, 환경성능, BIM 연계 단지레벨 환경부하 등 총 5가지 분야에서 건물 및 도시의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독일이나 일본보다 1년가량 앞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축 및 도시의 친환경 기술 개발은 유럽 등 선진국보다 10여 년 늦게 시작됐다는 점에서 연구센터의 성과가 더욱 고무적이다.
신 교수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친환경건축기술은 세계 수준의 40~50%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세계 수준의 75% 가량이 됩니다. 때문에 유럽과 유사한 성격의 기술을 개발해서는 승산이 높지 않습니다”라며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친환경건축기술 개발을 위해 집중화된 연구, 개발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 건축물의 전 생애에 걸친 BIM 및 평가, 저감 기술은 우리나라가 가장 우위에 있는 분야 중 하나로 지속적인 지원과 연구가 필요합니다”라고 전했다.

지구 환경의 중요성 증대돼
많은 과학자들이 2015년 이후의 건축과 도시는 그린테크놀로지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고 예측하고 있다. 지구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모든 엔지니어링과 산업기술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과학자뿐만 아니라 인문학, 환경학, 공학, 사회학과 예술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계하고 융합하는 전문지식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연구센터는 학문간 협력과 융합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신 교수는 “기존의 건축과 토목이 아름답고 경제적인 것을 추구했다면 지금은 지구환경과 함께 가는 방향으로 개편되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환경을 중심으로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건축과 도시개발을 힘쓰고 있는 이 때 정부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