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융·복합으로 경계와 한계를 허물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UHD, 스마트카 등 신개념 기술 공개

2014-02-10     김미란 기자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국제가전전시회 ‘CES’는 IT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행사다. 1월7일부터 10일까지 열린 ‘CES 2014’에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혁신 제품들이 어김없이 대거 등장하며 IT업계의 흥미로운 전쟁을 예고했다. 특히 지난해보다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가전전시회에 참여,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를 선보이며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삼서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소니, 샤프, 화웨이, 인텔 등 세계 170개국 3,250여 개 기업이 참가한 ‘CES 2014’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전시장은 200만㎡로 지난해보다 커졌으며 자동차 업체들의 전시공간도 1만3,000㎡로 지난해보다 25% 늘어났다. 관람객수 역시 15만 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원하는 대로 각도 조절 가능한 가변형 TV

TV시장을 두고 매년 피할 수 없는 경쟁을 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에도 가변형(Bendable) 초고화질 TV(UHD TV)를 세계 최초 공개로 공개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가변형 TV는 리모컨으로 화면곡률을 사용자가 원하는 각도로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TV다. 곡률은 평면부터 화면 크기와 시청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대 곡률까지 조정 가능하다. 사용자가 원하는 곡률로 조작 가능하기 때문에 TV를 보는 환경과 상황에 따라 최적화된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리모컨 버튼으로 화면의 굽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85인치 가변형 TV을 공개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미국의 IT 매거진 매셔블(Mashable)은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대로 자유자재로 굽어질 뿐 아니라 뛰어난 곡면 화질 또한 제공한다”며 삼성의 가변형 TV을 ‘CES 최고 기술상’으로 선정했다.
LG전자는 77인치라는 초대형 디스플레이의 가변 구조 설계를 위해 디자인, 디스플레이 패널 등 전 분야에 걸쳐 기술 역량을 총 집약했다. “가변형 올레드 TV를 선보여 올레드 TV 분야에서 가변형, 곡면형, 평면형에서 모두 ‘세계 최초’ 타이틀을 차지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밝힌 하현회 LG전자 HE사업본부장(사장)은 “가변형 올레드 TV는 현존하는 TV 기술의 정점이다. 기술혁신을 통한 차별화된 올레드 TV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차세대 TV의 방향성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하이얼, 스카이워스, TCL, 하이센스, 창홍, 콩카 등 중국 가전업체들이 차세대 올레드TV와 곡면TV, 울트라HD TV 등 첨단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화질 등 기본기에 충실한 UHD TV제품으로 승부를 걸었다. 폴라로이드는 50인치 LED UHD TV를, 소니는 UHD TV라인업을 3개 시리즈 9개 모델로 확대했고, 도시바는 105인치 UHD TV와 65인치 곡면 UHD TV를, 샤프는 ‘쿼트론 플러스 TV’ 시리즈를 공개했다.

웨어러블 기기 시대 본격화 예고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할 것은 참가업체들이 옷이나 시계처럼 몸에 착용할 수 있는 형태의 IT제품인 ‘웨어러블(Wearable)’ 기기들을 다수 선보였다는 점이다. 개막 전부터 웨어러블 기기 산업이 본격적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던 대로 이번 CES는 웨어러블 기기의 경연장이 됐다.
LG전자는 신체 활동량을 측정하고 스마트폰의 수신 전화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손목밴드 형태의 ‘라이프밴드 터치’를 선보였다. 라이프밴드 터치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해 칼로리 소모량, 걸음 수, 움직인 거리들을 체크하며 특히 운동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 착안, 이어폰으로 심박동을 잴 수 있도록 개발했다.
소니도 ‘스마트 밴드’를 공개했다. 이는 스마트폰 앱 ‘라이프로그’와 짝을 이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나 연동된 다른 활동까지 기록한다. 소니는 또 스마트폰과 축구경기를 번갈아 바라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입체적인 경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스마트 아이글라스’를 선보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BMW와 공동 개발한 ‘갤럭시 기어’ 전용 ‘i리모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갤럭시 기어로 BMW 최초의 전기 자동차인 i3를 제어하는 다양한 상황을 시연했다. 갤럭시 기어를 통해 사용자들은 실시간으로 i3의 배터리 현황, 충전 시간, 도어 개폐 현황, 운행 기록 등 차량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인텔은 웨어러블 시장을 겨냥한 SD카드 형태의 초소형 컴퓨터 ‘에디슨’을 공개했다. 에디슨은 스마트 시계와 안경 등에 사용되는 초소형 프로세서 ‘쿼크’를 기반으로 하며, 크기는 SD카드에 불과하지만 펜티엄급 성능의 듀얼코어 CPU와 블루투스, 와이파이 기능 등을 탑재했다.

모터쇼 방불케 한 가전전시회장
올해 CES는 자동차업체들의 참가가 유독 눈에 띄었다. 벤츠, BMW, 아우디, 크라이슬러, GM, 도요타, 기아차 등 유수 자동차업체들이 참가해 첨단 텔레매틱스 기술과 스마트카를 선보였다.
BMW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스마트 워치인 ‘갤럭시 기어’를 이용해 전기차를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다면 메르세데스 벤츠는 ‘페블사’와 손을 잡았다. 페블의 스마트 워치를 통해 벤츠 차량의 주유 상태와 도어 잠김 여부, 차량의 주차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아우디는 하이브리드 차종인 ‘스포트 콰트로 레이저라이트V8 콘셉트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으며, LTE 시스템을 차량에 탑재, 초고속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아우디 커넥트’ 기술도 선보였다. 기아차도 차세대 전기차 전용 텔레매틱스 ‘유보 EV e서비스’와 일정 확인, 음악 감상 등이 가능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운전자 중심 주행 편의 등 차세대 신기술 13종을 선보였다. 포드는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콘셉트카 ‘C-맥스 솔라에너지’를, 토요타는 세단 타입의 차세대 연료전지자동차(FCV)의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스마트 기기로 더욱 똑똑해지는 스마트홈
삼성전자는 가전, TV, 스마트폰 등 집안의 가전기기들과 IT 기기들을 통합 플랫폼으로 연동시키는 ‘삼성 스마트홈’ 서비스를 공개했다. 스마트 워치인 갤럭시 기어에 ‘Going Out(외출)’이라고 말하면 부스의 조명, 에어컨이 꺼지고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시작하는 식이다. 또 집에서 TV를 보다 리모컨에 ‘굿나잇(Good Night)’이라고 말하면 TV와 에어컨이 동시에 꺼진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략 가전제품과 스마트TV,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상반기에 삼성 스마트홈을 출시하고, 단계적으로 스마트홈 서비스 기능과 대상품목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생활가전(CE)부문 사장은 “TV를 통해 의사와 만나 건강검진을 받는 미래를, 스마트폰을 집어 들지 않고도 걸려오는 전화를 냉장고로 받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이 모든 것은 ‘미래의 가정(Future Home)’이 가져올 변화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 분야에서 가장 유리한 기업은 삼성”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안승권 LG전자 사장 역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LG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연어처리기술과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으로 스마트가전제품과 친구처럼 일상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 ‘홈챗’을 소개했다. 홈챗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해 스마트 가전제품의 원격 제어, 모니터링 및 콘텐츠 공유가 가능하다. LG전자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도 올 하반기께 스마트홈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퀄컴도 ‘커넥티드 스마트홈’을 선보이며 스마트홈 경쟁에 뛰어들었다. 도어락, 조명, 냉장고, 에어컨, 스마트TV, 오디오 시스템 등이 상호 연결된다. 퀄컴 측은 커넥티드 스마트홈 공간에서 자사 스마트워치 ‘톡’과 태블릿 등을 통해 가전제품을 작동시키고 현재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것을 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