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신의 영역에 속한 연주' with 첼리스트 미클로시 페레니
예술의전당, 서울시향 X 마르코 레토냐 지휘로 만나는 20세기 클래식 걸작!!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첼리스트의 첼리스트, 첼로의 성자로 불리는 헝가리 첼리스트 미클로시 페레니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서울시립교향악단(대표이사: 강은경)은 오는 9월 14일(금)과 15일(토)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미클로시 페레니의 차이콥스키 ①&②> 공연을 개최한다. 양일 공연의 출연자와 프로그램은 동일하다.
미클로시 페레니(70)는 이번 공연에서 차이콥스키의 대표적인 첼로 협주곡 레퍼토리인 ‘안단테 칸타빌레’와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리고 슬로베니아 출신 지휘자 마르코 레토냐(57)의 지휘로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과 버르토크의 작품 중 가장 사랑받는 레퍼토리 중 하나인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이 무대를 장식한다.
“음악의 조화와 아름다움은 음표 그 자체로부터 오고, 그 조화가 이루어졌을 때 기쁨은 저절로 오는 것이다. 그 기쁨을 누리되 그 성취감을 굳이 남에게 드러내거나 과시할 필요는 없다. 그저 조용히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미소 지으면 된다” -첼리스트 미클로시 페레니
‘첼로의 성자’, ‘첼리스트의 첼리스트’ 미클로시 페레니(Miklos Perenyi)
헝가리의 첼리스트 미클로시 페레니는 현존 최고의 첼리스트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일찍이 10대 초반의 나이에 로마의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전설의 거장 엔리코 마이나르디를 사사하여 디플롬을 받았고, 15세의 나이에 파블로 카살스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하여 이후 카살스의 지도를 받았으며 그의 초청으로 말보로 페스티벌에서 자주 연주하였다. 이후로 헝가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독주, 실내악, 협연 등 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었고, 리스트 음악원 교수로서 현재까지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연주와 교육, 그리고 작곡 외에는 일절 관심을 두지 않고 세간의 평가와 무관하게 살아왔기에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스타급 첼리스트는 아니지만, 그의 높은 음악성과 고고한 인품은 무대 위에서나 교육 현장 속에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는 제자에게 “음악의 조화와 아름다움은 음표 그 자체로부터 오고, 그 조화가 이루어졌을 때 기쁨은 저절로 오는 것이다. 그 기쁨을 누리되 그 성취감을 굳이 남에게 드러내거나 과시할 필요는 없다. 그저 조용히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미소 지으면 된다.”라고 가르치며 이 말에서 드러나듯 음악만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언드라시 시프가 언제나 반주를 마다하지 않는 첼리스트로 둘의 베토벤 첼로 소나타 녹음은 명반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베를린 필하모닉도 그를 협연자로 초청하고 있다.
일흔의 나이에도 “나이에 녹슬지 않은 바위처럼 단단한 테크닉, 풍부한 음색, 가식이나 꾸밈이 없이 새롭고 대담한 해석”(더 타임즈, 2018. 1.)을 갖춘 진정한 거장으로 꼽힌다. 2004년, 2006년, 2008년 세 번의 내한에 이어 10년 만에 이뤄진 이번 네 번째 내한 무대는 그의 녹슬지 않은 기량과 뛰어난 음악성을 오래간만에 체험할 기회가 될 것이다.
거장의 손끝에서 빛나는... 차이콥스키 첼로 협주곡 레퍼토리 안탄테 칸타빌레, 로코코 변주곡
이번 내한 공연에서 미클로시 페레니는 차이콥스키의 걸작인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소품 <안단테 칸타빌레>를 연주한다. <로코코 변주곡>은 차이콥스키가 모차르트에 대해 품었던 존경이 잘 드러나 있다. 다시 말해 고전주의의 단아하고 기품있는 ‘로코코풍’의 주제, 고전적인 2관 편성, 디베르티멘토 스타일의 서법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장식적인 선율, 화사한 색채, 우아한 분위기가 전편에 흐르고 있다. 또한 여러 첼로 연주 기법을 동원하여 이를 표현함으로써 첼로 협주곡의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페레니는 이번 공연에서 통상적으로 연주되는 ‘피첸하겐’ 버전이 아니라 차이콥스키가 당초 작곡했던 그대로인 오리지널 버전으로 연주한다. 이 작품을 차이콥스키에 의뢰한 첼리스트 빌헬름 피첸하겐은 이 곡의 초연자이기도 한데 그는 초연에 앞서서 자신의 취향대로 변주의 순서를 바꾸고 제8변주를 삭제하여 무대에 올렸다. 초연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피첸하겐 버전이 정착되어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첼리스트들은 이대로 연주한다. 하지만, 페레니는 오리지널 버전으로 연주해온 드문 첼리스트이다.
그는 오리지널 버전이 세 파트로 구분되며 “위대한 연출가의 야심찬 드라마 작품처럼 기승전결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로코코 변주곡>이지만 오리지널 버전으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한편 <안단테 칸타빌레>는 차이콥스키의 현악사중주 1번의 2악장을 작곡가 자신이 직접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으로 편곡한 곡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선율의 두 주제로 이루어진 이 곡에 대해서는 1876년 톨스 토이가 이 음악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일화가 전해올 만큼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페레니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주 역시 관객의 정서를 고양시킬 것이다.
공연에는 슬로베니아 출신 지휘자 마르코 레토냐(Marko Letonja)가 포디움에 오른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며 독일 브레멘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취임을 앞두고 있는 레토냐는 호주 태즈메이니아 심포니의 예술감독을 마치고 명예 지휘자로 위촉되었다.
교향악뿐만 아니라 오페라 분야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바젤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거쳐 빈 국립오페라, 스톡홀름 오페라 등을 객원지휘하고 있다.
동유럽 출신인 레토냐는 이번 공연에서 헝가리의 대표적인 작곡가 벨러 버르토크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메인 레퍼토리로 지휘한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악기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5악장으로 이뤄진 대칭형의 작품을 작곡하였다. 현대적이면서도 민속적인 이 작품은 자신의 고향인 동유럽에 대한 애수와 개인사를 담고 있으나 구태의연하지 않고 모던하며 생기로 가득한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걸작이다.
서곡으로서 연주하는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은 작곡가가 친구의 아이들을 위해 작곡한 피아노 연탄곡을 관현악 버전으로 편곡한 음악이다. 각각의 곡들은 샤를 페로 등의 동화를 바탕으로 작곡되었으며 그렇기에 상상력을 발휘해서 들으면 더욱 재미있는 작품으로 관현악의 대가 라벨의 재능이 발휘되고 있다. 서울시향은 도이치 그라모폰 (DG)과의 첫 번째 앨범에서 이 작품을 녹음한 바 있는 만큼 레토냐와 함께 뛰어난 연주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