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학무도 했던 그때 그 사건의 재조명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피해 가족들… 가해자들의 처벌은?

2018-09-06     김민수 기자

(시사매거진245호=김민수 기자) 끊이지 않는 범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었던 수많은 사건들을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 성폭행 사건, 청소년 폭행사건, 각종 살인사건 등등 연일 방송이나 인터넷의 화두에 올랐었던 그때 그 사건들. 하지만 물밀 듯이 쏟아지는 매스컴을 통해 사건의 전말, 내용 등은 알지만 정작 그 사건이 어떻게 판결이 났는지, 뒤늦게 노출된 또 다른 사실이 있는지, 가해자는 현재 어떤 형벌을 받고 있는지 등의 사건의 뒷마무리까지는 모르는 이들이 많다. 하여 화제의 사건 중 몇 가지 사건을 재조명하고 그 뒷내용을 알아보고자 한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공범 박 양의 감형

2017년 3월 29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생 A(8)양이 살해됐다. 아동을 상대로 한 끔찍한 범죄인데다 범인이 미성년자로 밝혀지자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가해자 김 양과 공범 박 양은 ‘캐릭터 커뮤니티’라는 다소 생소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서로 알게 되었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회원들이 특정 캐릭터로 빙의를 하여 상황극을 펼치는 문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양은 하교중인 A양을 집으로 유인해 전깃줄로 목을 졸라 살해하고, 사체까지 훼손을 하는 끔직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당일 체포된 주범 김 양(18)은 범죄를 시인했고, CCTV 등 명확한 증거도 있었다. 그보다는 범인이 어떤 처벌을 받을 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미성년이던 김 양이 ‘소년법 특례 규정’을 적용 받아 많은 대중들로 하여금 공분을 샀다.

잔혹한 범죄 수법과 상관없이 김 양에게 선고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은 징역 20년이었다. 실제로 1심(인천지법)과 2심(서울고법)은 모두 징역 20년을 선고하였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건 김 양이 아니라 ‘공범’으로 기소된 박 양이었다. 이유인즉슨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박 양이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으로 감형됐기 때문이었다. 소년법을 당장 폐지하거나 개편을 하여서 잔인한 살인마에 대해 사형을 선고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사법부의 이 같은 행동은 자연스레 국민들의 분노로 직결되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범 김 양에게 징역 20년과 전자발찌 부착 30년을 명령하였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동일한 형량이 주어진 것이다.

2심 재판부 판결이 황당하게 다가오는 것은 공범 박 양에 대한 판단이었다. 김양이 박 양을 공모나 지시 여부에 대한 진술 모두 자신의 선고 형량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박 양에 대해서는 1심에서 인정됐던 살인 공모를 무죄로 보고 방조행위만 인정하면서 감형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박 양이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내고 이용해서 김 양에게 범행을 지시하거나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박 양이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가지고 싶다고 한 것도 김 양의 살인 의도가 나타나는 가정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응한 것에 불과하다"며 "김 양에게 주도적으로 범행을 지시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실제 살해 행위로 나아간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제지하지 않았고, 처벌이 두려워 사체 일부를 훼손하여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린 것들을 종합하면 공범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김 양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 데 이어 공범 박 양 및 검찰 역시 상고하여 2심의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김 양의 항소심의 동일한 형량 선고에 반해 박 양의 무기징역에서 13년형이라는 감형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급격하게 선고가 관대해진 이유는 지금도 여전히 의문으로 다가올 뿐이다.

 

인면수심의 두 얼굴, 어금니 아빠 이영학

“우리 딸을 살려주세요...”

2005년 한 방송매체에서 거대백악종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한 가장과 그의 딸의 안타까운 사연이 방송되어 많은 이로 하여금 응원과 많은 후원이 이루어졌다. 지금의 어금니아빠 사건이 국민들에게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당시 국민의 응원과 도움을 받았던 그 희귀병 환자가 인면수심의 살인마 이영학이라는 사실이다. 이영학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총 9차례의 방송출연과 더불어 각종 인터넷 매체를 활용하고, 자신의 SNS를 통해 끊임없이 딸의 수술비가 부족하다고 호소하며 선량한 국민들의 피 같은 기부금을 받아냈다. 자신이 백악종 외에도 알츠하이머, 정신지체 등에 걸렸다며 감정을 호소했다. 동정심을 유발하였고, 자신의 병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는 일명 ‘약자 코스프레’를 이어갔다. 이런 이 씨의 모든 행위의 목적은 돈으로 귀결됐다. 돈을 목적으로 자신의 아내와 딸을 이용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대범함을 보였다.

그러던 2017년 9월 1일, 경찰서에 이영학의 아내로부터 신고가 접수가 되었다. 이유는 8년 동안 이영학의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4일 후, 이영학의 아내 최씨는 자택에서 투신 자살을 하게 된다. 경찰은 의구심을 가지고 수사를 계속 진행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이영학이 그동안 자신의 아내에게 성매매를 시키며 포주노릇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모자라 인터넷을 통해 여성을 모집해 성매매를 알선했고, 성관계 동영상을 찍어서 성인사이트에 올려 판매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영학이 사회적으로 처음 파장을 일으킨 건 이다음 일어난 사건 때문이다. 2017년 9월 30일, 이영학은 딸을 꾀어 딸의 친구를 집으로 불러내 수면제를 먹인 후, 이틀에 걸쳐 성적 학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기구를 이용한 학대 정황도 나왔으며, 이영학은 잠에서 깬 김 양이 저항하자 도구를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어 사체유기 등의 혐의가 적용되면서 구속 기소되었고, 2018년 2월 21일 이영학은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 판결을 받았다. 범행을 도운 딸 역시 처벌을 피할 수 없었는데, 이영학의 딸은 장기 6년, 단기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또한 2심 역시 검찰은 사형을 구형하였다. 검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개선의 여지가 없다"며 이같이 밝히며 1심과 동일, 사형을 구형하였다. 이영학은 현재 2심 선고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피의자를 위한 소년법?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작년 9월, 부산 사상구 한 공장 앞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 부산 모 여중생 3학년 세 명이 다른 학교 여중생 2학년 A(14)양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공병, 공사폐자재 등으로 A양을 폭행하였고, 또래들이 보는 앞에서 남학생과 성관계를 하면 보내주겠다라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머리 뒷부분이 3cm가량 찢어지고 입안이 터져 피투성이가 되는 등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검찰은 공판에서 피고인 B양과 C양에게 장기5년, 단기4년의 징역형을 구형하고, D양에게는 장기3년, 단기2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의 판결은 “소년은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미숙하고 인지 판단 능력이 성인에 미치지 못해 성인과 동일한 잣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가해자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부 송치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국민들의 공분이 컸으며, 특히 청소년 범죄를 엄하게 다스릴 수 없게 하는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소년원 송치는 소년재판의 가장 강력한 보호처분이지만 장기 소년원 송치(10호 보호처분)라고 해도 보호기간은 2년을 초과할 수 없다. 현재 가해자 3명은 부산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되어 있다.

한편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 보호법 폐지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면서 3만 명 이상의 누리꾼이 동의를 하였다.

우리는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다. 다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자 개인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할 뿐이다. 가해자들의 인권이 피해자보다 보호받고 중요시 되고 있는 듯한 현 시대의 안타까운 모습을 절실히 보여주었던 사건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2주년

대한민국 페미니즘의 촉발점

약 2년 전, 강남역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사건을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살인사건의 피고인 김씨는 강남역 근처 한 술집에 있는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러 들어온 여성을 흉기로 10여 차례 가량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다. 당시 김 씨와 피해자는 일면식도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른바 묻지마 살인으로 불리며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재판을 받는 김 씨의 태도는 제1심 진행 내내 특이했다.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진지함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기자들이 많이 온 것을 보니 내가 인기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런 태도를 본 피해자의 오빠가 격분해 고성을 질러 재판이 휴정되는 일이 벌어졌을 정도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는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고인 김 모 씨에게 징역 30년 형을 선고했으며, 치료감호 명령과 함께 위치추적 장치를 20년 동안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피해자의 가족은 김 씨에게 “딸이 60세까지 얻을 수 있었던 일실수익 3억 7천여만 원과 정신적·육체적 위자료 2억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했고, 법원은 범죄피해구조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김 씨는 범행당시 화장실에서 기다리면서 아무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려 했다고 진술하여서 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한 이른바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냐 라는 논란이 일게 되어 사회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건 발생 2주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많은 이들이 변화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한 여성은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여성들이 지금 일상에서 살아가면서 성폭력을 여전히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등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은 자신이 겪은 성차별과 성폭력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여성 혐오와 여성 안전의 논의가 확대되었지만 여성이 체감하는 사회적 차별과 위험은 여전하다고 강조를 한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 안전대책으로 공중 화장실 앞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거나 화장실 내부에 비상벨과 안심 거울을 달았다. 그러나 단체는 이 같은 정책이 근시안적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새 정부를 향해 여성 차별적인 사회 분위기를 없애고, 남녀가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