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바탕으로 농산물 유통시장 선도
생산자에게는 출하의 기쁨,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2013-12-10 송재호 이사
우리네 정(情)은 그런 것이었다. 시금치 한 근, 콩나물 한 근을 사도 한 움큼을 덤으로 더 주는. 그러나 그 따뜻한 마음과 마음의 대화가 어느 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사람들은 손쉽게 조리해먹을 수 있는 간편한 세척·포장제품들만 찾고 있다. 이에 골목골목마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골목상권은 날이 갈수록 숨 쉬기가 힘겨워지고 있다.
산지에서의 농축산물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자가 구입할 때는 큰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값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여러 유통과정을 거치고 또 그 과정에서 잇속을 챙기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4년 설립된 대전중앙청과(주)는 1999년 전국 최초로 무선응찰식 전자경매시스템을 도입했다. 투명한 거래로 생산자들의 신뢰를 받아온 대전중앙청과는 2001년 7월에는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이전해 친환경 전문 도매시장으로 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도매시장 최초의 친환경 농산물 전문 경매장
대전중앙청과를 이끌고 있는 송성철 회장은 “골목상권이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친환경 농산물이 품질은 믿을 수 있지만 비싸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바꿔 합리적인 가격에 친환경 농산물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그동안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는 여정을 걸어왔다.
앞서 언급했듯 대전중앙청과는 최초로 무선응찰식 전자경매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친환경 농산물 전문 경매장, 실시간 경매 상황 파악 시스템 등을 갖춰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 제공에 앞장서 왔다. 또 HACCP을 통한 검사, 대전중앙청과 자체 검사, 노은도매시장 농수축산물검사소 검사 등 3단계 과정을 거쳐야만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전중앙청과는 농산물의 품질과 안전성을 보증하기 위해 ‘참마크’를 개발하기도 했다. 검수를 거친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에는 이 참마크가 부착된다.
이처럼 믿을 수 있는 농산물 유통에 힘써온 대전중앙청과는 전국 농산물 공영도매시장 법인 평가에서 최우수, 최우수대우, 우수 등에 수차례 선정되며 그 입지를 다져왔다. 올해에는 ‘도매시장법인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특광역시 도매시장법인 중 1위를 차지하는 쾌거도 올렸다.
새로운 모델 ‘1단계 유통’으로 미래에 대비
송 회장이 새롭게 제시한 유통 모델은 ‘1단계 유통’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정부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바꿔 전면 허용한 새로운 거래방식인 ‘정가수의매매’를 모델로 두고 새로운 거래방법을 연구했고, 그 연구 끝에 탄생시킨 게 ‘1단계 유통’이다. 이는 중도매인은 소비자 편에서, 도매법인은 농민 등 출하자 편에서 협상을 벌여 가격과 출하시점을 확정짓는 것으로, 거래는 이후에 이뤄진다. 송 회장은 “이를 통해 중도매인은 매일 변동되는 가격 위험을 피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과 조건의 농산물을 예약·판매할 수 있다”면서 가격변동에 따른 부담을 덜어낼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출하가 가능하다고 덧붙인다.
그가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고심 끝에 제시한 새로운 모델이지만 송 회장은 이것이 정착하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중도매인은 물론 유통관계자들 중에는 새로운 방식을 기피하고 기존의 경매 방식만을 고집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락시장 현물 거래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다른 방식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송 회장은 “지금이야 말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전중앙청과는 적잖은 예산과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미래에 대비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최첨단 전처리 농산물 생산 시스템 구축
사실 송 회장이 ‘1단계 유통’ 같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이면에는 씁쓸한 현실이 바탕이 돼 있다. FTA(자유무역협정)로 우리의 농산물마저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밀려들어오는 수입농산물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친환경 농산물이야말로 그 확실한 대비책이다. 우리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송 회장. 그는 유통 환경의 변화를 통해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최근에는 대전지역 일선학교 영양사들이 대전중앙청과에 견학을 와 이러한 최첨단 시설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탈피 과정 중 발생한 농산물 쓰레기가 탈수와 압축 공정을 거쳐 사료로 변한다는 점에는 ‘일거양득’이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사실 처리 비용이 더 든다. 하지만 재활용을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송 회장은 그의 새로운 시도가 시행착오만 겪은 채 시도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들은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 성과는 기대보다 미미했다는 게 유통현장을 지켜온 송 회장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에 송 회장은 소비자에게 닿는 가장 빠른 유통모델을 통해 유통구조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 걸음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