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잠룡 박원순 “재선 올인” 野 대권판도 요동

朴 “대선 불출마, 시정 전념하겠다”…文·安·朴 3각구도 변화 양상 전망

2013-12-02     김길수 편집국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방선거를 7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차기 대선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신 시정에 전념해 재선을 노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시장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만약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할 경우 현재보다 차기 대권잠룡으로서의 위상이 업그레이드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19대 대선판도는 ‘무주공산’격으로 여야 모두 ‘필승카드’ 부재를 고심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 손학규 상임고문과 함께 민주당내 차기 대권잠룡 ‘빅3’로 불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적 수사가 아닌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전히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안철수 의원의 입지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어제의 동지 ‘박원순 vs 안철수’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자리에서 대선과 관련된 패널들의 연이은 질문에 “차기 대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박 시장은 “재선도 마음대로 되겠느냐”며 서울시정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시를 반듯하게 만들어보자는 꿈이 있다”며 “전 시장들이 다 훌륭했지만 서울을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국제적 모델이 되는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왔다”고 재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던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선 “(정치적) 채무 채권자의 관계는 아니다”라며 “과거의 판단을 통해서 저 양반(박원순)이면 서울시를 맡겨도 된다는 (안 의원의)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그동안 수차례 안 의원과 협력적 관계임을 강조해왔다. 박 시장의 바람대로 이러한 관계가 끝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안 의원과 박 시장의 관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정치적 동지 관계다. 지난 2011년 9월 6일 당시 지지율 50%를 넘던 안 의원은 5% 지지율의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조건 없이 양보했다.
이후 두 사람은 주요 정치 고비마다 만나 두터운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안 의원은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 직전인 9월13일 박 시장을 만나 대선 출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또 지난 3월17일에는 대선 이후 미국에 머물다 귀국한 안 의원이 박 시장에게 만남을 요청해 회동이 이뤄졌다. 당시 회동은 안 의원이 4월 재보궐 선거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했고 신당 창당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안 의원은 지난 8월 7일 박 시장의 출판기념회 행사에 참석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단일화에 대해 “그 순간이 또 와도 같은 결정을 할 것이다”라며 “박 시장을 알고 지낸지 오래됐는데, 만약 두 사람이 나와 한 사람만 당선된다면 귀중한 인적 자원 한쪽이 소실되는 것이고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었다. 또 “아직 2년도 안됐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공감하실 것이다. 박 시장은 잘하고 계신다”고 박 시장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자 박 시장은 “그때 만약 외부 사람들에게 나간다는 소리를 안했다면, 안 의원이 나올 줄 알았다면 안 나갔다”며 “아름다운 양보를 결정해 줘서 지금도 마음에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안철수, 박원순’ 두 사람의 신경전은 이미 오래전 시작됐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던 박 시장이 수차례 ‘민주당 당적’ 유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이전 신당 창당을 목표로 조직 다지기에 분주한 안 의원과 같은 길을 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야권이 안철수 신당이 뜬 후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한 배를 탈 수도 있지만 박 시장이 차기 대권을 꿈꾼다면 역시 경쟁자 관계는 벗어나기 힘들다.
박 시장은 지난달 보도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찌됐든 제가 민주당 당원이다”라며 “저는 그 점에서는 민주당이 인기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불리하다고 해서 당적을 바꾼다든지 이런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 “저는 좌우지간 시정에 몰두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정치라는 것은 누가 예상하고, 다 예측할 수 있겠느냐. 이건 사람의 뜻이라기보다 저는 하늘에 뜻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미묘한 신경전 ‘박원순 vs 안철수’
이런 상황에서 양측에서는 최근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문제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안 의원 측에서는 내년 신당을 창당하면 서울시장 후보를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장 재선을 노리고 있는 박 시장 입장에서는 다자구도에서 야권 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안 의원 측의 후보 배출이 반가울 리가 없다.
박 시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안철수 신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낼 것인지에 대해 “뭐 그러실 수는 있지만, 정당의 자유이긴 하지만, 그러나 사람은 상식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크게 잘못해 ‘진짜 저 사람이 잘못됐다’ 이렇게 생각하신다면 몰라도 제가 나름대로 잘해왔는데 새롭게 내시기야 하겠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 의원의 최측근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다음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에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전국적인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박 시장에게 각을 세웠다.
송 의원은 또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국적인 선거를 한다고 하는데 서울시를 빼고 한다고 하는 것은 사실은 어불성설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그런 차원에서 일단 저희들은 전국적인 선거를 준비하고 그런 차원에서 모든 지역의 정책과 적합한 후보들을 찾고 준비를 하겠다”라고 박 시장을 향해 사실상 선전 포고를 했다.
반면 박 시장은 안 의원과 협력관계임을 강조하며 ‘안철수 신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사실상 피력했다. 박 시장은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고 서로 도와 가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건 제 소망일뿐”이라며 “안 의원하고 협력하고, 또 의논 드려야죠“라고 답했다.
이들의 신경전은 지난 7월 초 안 의원의 인재 영입 문제를 놓고도 벌어졌다. 박 시장은 안 의원이 10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인재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좋은 사람을 찾는다는 게 쉬운 건 아닌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집단지성의 힘을 이용해 풀어 가면 좋을 것”이라면서 “알고 지내는 사람을 통해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충고했다.
이에 안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인재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일정대로 7∼8월 많은 분을 만날 예정이고 마음 편하게 여러 일을 하고 있다”고 박 시장의 ‘조언’에 달가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차기 대권주자 반기문 변수
이 시점에서 최근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속내는 어떨까. 박원순 시장은 안 의원 뿐만 아니라 야권내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시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신 분이다. (대선후보로)충분히 자격 있는 분”이란 평을 내놔 주목된다.
실제 반 사무총장은 여야 모두 대권주자로 탐낼 만한 인물로 꼽힌다. 캐스팅 보트로 불리는 충청권 출신으로 영남과 호남을 양분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중 어느 당이 반 총장을 영입하느냐 여부에 따라 지지기반에서의 표 쏠림 현상을 이끌어 낼수 있다는 전략적 접근도 가능하다.
차기 대권구도가 새누리당 민주당 모두 절대강자가 없는 ‘도토리 키재기’ 형국에서 반 총장 본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단번에 대선판도의 ‘핵’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 감이 있지만 현재 여야 대권구도를 짚어보면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외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이 여권 잠룡그룹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야권에서 안철수 의원이 여전히 대선후보 선호도 수위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민주당 내부에서는 문재인 의원을 비롯 전통의 맹주로 불리는 손학규, 정동영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이외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도 최근 부쩍 잠룡그룹으로 회자되고 있는 상태다. 현 구도를 본다면 대권 본선에 오른 인물은 정동영 상임고문과 문재인 의원 2명이며 나머지 인사들은 당내 경선의 벽을 넘지 못한 바 있다. 여야 모두 ‘필승카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시선이 주목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대선 일정상도 무리가 없다. 반 사무총장의 임기는 2016년 12월이며 19대 대선은 2017년 12월20일이기 때문에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임기 이후에 정치권의 동향을 살펴본 뒤에 출마를 결심해도 늦지 않게 된다.
아직 먼 미래 얘기인 ‘안철수-박원순’의 차기 대권경쟁 구도도 흥밋거리지만 바로 내년 6월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의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안철수 vs 박원순’의 한판 승부다. 안 의원이 과연 ‘안철수 신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내세워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박 시장과 맞짱 대결을 펼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