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감기, 하지만 대수롭게 여기다 큰 코 다친다

면역력을 키우며 예방…충분한 휴식과 영양을 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2013-10-23     신혜영 기자

감기는 비강, 인두, 후두, 기관, 기관지, 폐와 같은 호흡기에 급성 카타르성염증 즉, 일과성으로 낫기 쉬운 염증이 일어나는 병이다. 누구나 잘 걸리는 가장 흔한 병으로 가벼운 병이라고 생각되지만 원인은 다양하다. 재채기, 콧물, 목아픔, 목쉼, 기침, 발열, 두통, 전신권태, 두통 및 근육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개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치유된다.

감기는 왜 걸리는 걸까
감기는 우리 몸의 방어벽이 약해졌을 때 침투한 바이러스에 의해 걸린다. 현재까지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는 약 200여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킨다. 그 중 30~50%가 리노바이러스이고 10~15%가 코로나바이러스이다. 이 외에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성인은 일년에 2~4회, 소아는 6~10회 정도 감기에 걸린다.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는 코와 목, 기도, 폐 등에 영향을 주며 이렇게 침투한 세포로 하여금 더 많은 바이러스를 생산, 한 세포에서 대략 1,000개까지의 새 바이러스가 만들어져 인접한 세포들을 공격한다. 감기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환자의 코와 입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재채기나 기침을 통해 외부로 나오게 되면 그 속에 있는 감기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존재하다가 건강한 사람의 입이나 코에 닿아 전파된다.
난방이 발달한 요즘 바깥 기온과 방안 공기의 기온차가 클 때에는 체내의 면역력이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기 쉽다. 또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피로가 쌓일 때, 그리고 영양을 고루 섭취하지 않았거나 차갑고 축축한 날씨에도 감기에 걸리기 쉽다. 이렇게 몸속에 침투한 감기는 대부분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며 환자의 기도 분비물이 대기 중에 퍼져 있다가 감염되거나 손이나 입 등 직접 접촉에 의해서도 전염되기 때문에 사람이 밀집해 있는 환경 등에서는 감기에 걸리기 쉽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가을과 겨울에 감기에 더 잘 걸리며 겨울이 없는 지역에서는 우기에 감기에 더 잘 걸린다.
그러나 이러한 바이러스의 침투를 받는다고 모두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잘 단련된 면역 체계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면역이 생기기 때문에 체내에 침투해도 감기에 걸리지 않을 때도 있다.
독감은 감기와 일부 증상이 비슷할 수 있지만 원인 바이러스가 다르며, 증상이나 합병증, 치료법도 다르다.

무기력하게 만드는 감기의 증상
감기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보통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된 지 1~3일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코감기는 대부분 어른들이 잘 걸리며 이는 리노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다. 성인 감기의 25~50%가 이 바이러스 때문에 걸리는데 여기서 ‘리노’란 라틴어로 ‘코’를 의미하는 것으로 예전부터 감기의 주된 증상이 코감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두통이나 인후통 또는 기침을 동반하며, 감염 후 2~4일경이면 콧물에서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배설되면서 치유된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해 걸리는 목감기는 목이 마르고 따갑거나 열이 나고, 음식을 삼킬 때마다 목이 아프다. 감기가 심해지면서 열이 나며 코막힘·콧물·몸살 기운 등을 동반하며 목이 쉬고 목소리가 작아지기도 한다. 이러한 목감기는 아침에 일어나면 좀 나아지는 듯싶지만 저녁때가 되면 다시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 감기의 5~10% 정도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며 이는 집단 거주자나 군인들에서 유행적으로 발생, 겨울철 호흡기 감염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강하다. 따라서 만약 일주일 이상 감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RS바이러스는 영아와 어린이의 하부기도에 감염증을 일으킨다. 특히 1세 이하의 영아들에게는 폐렴과 기관지염을 일으키는데 폐렴은 25%, 기관지염의 50%가 이 바이러스 때문에 걸린다. 매년 겨울에 아이들에게 유행하고 재감염 되는 경우도 많은 이 바이러스는 4~5일 정도 잠복했다가 정체를 드러낸다. 이처럼 감기는 코감기와 목감기, 그리고 기침감기 등으로 분류, 대개는 발열이나 오한과 함께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되며, 드물게는 결막염이나 설사가 같이 동반되기도 한다.
예전부터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했는데, 이는 감기를 소홀히 하면 합병증을 잘 일으키고, 생명에 위독한 질병도 처음에는 감기 증상과 비슷하게 시작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급성 중이염, 부비동염(축농증), 폐렴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어른의 경우, 상부 기도가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0.5~2.5%의 환자에게서 급성 세균성 부비동염이 발생할 수 있다. 감기가 폐렴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소아, 노인,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는 환자에게서 더 잘 발생한다. 노인의 경우 감기에 걸리면 이미 앓고 있는 심부전이나 다른 만성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천식 환자의 경우 감기에 걸리면 40% 정도의 환자에게서 천식이 악화될 수 있다. 소아의 경우에는 감기의 합병증으로 급성 중이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중이염, 축농증, 기관지염, 폐렴, 뇌막염 등의 합병증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감기는 보통 1~2주가 지나면 증상이 호전된다.
감기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다른 질병과 증상이 비슷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감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감기의 경우에는 자가 치료로도 충분히 나을 수 있지만 감기가 아닌 다른 심각한 질환일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10일 이상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 ▲39도 이상의 발열 ▲식은땀과 오한이 동반되는 경우 ▲심한 피로감 ▲배가 아프거나 토하는 경우 ▲귀의 통증 ▲심한 두통 ▲호흡 곤란 ▲지속적인 기침 ▲지속적으로 우는 아이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일반적인 감기가 아닐 가능성이 더 많다.

죽음도 부르는 ‘독감’
감기 중에서도 가장 독종인 감기를 독감이라고 한다. 대부분 감기와 독감에 대해 일반인들은 같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주로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활동하며 전파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일반적인 감기는 미열, 두통, 콧물, 기침, 재채기, 인후통 등이 주 증상이지만 독감의 경우 38~40℃에 이르는 고열이 5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또 오한과 발열이 반복되고 근육통을 호소하며 심하면 구토와 설사 증상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숨이 차는 증세나 안면홍조, 안구충혈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혹여 몸살감기와 독감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 박승철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몸살감기라고 느끼는 증상은 감기라기보다는 편도나 다른 원인으로 나타나는 증상일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감기와 독감은 증상의 정도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감기는 보통 3~5일 정도며 길어도 1주일이면 회복되지만 독감은 보통 15일에서 1달간 머물며 체력을 축내고 그 틈으로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 또 다른 합병증을 불러오기도 한다. 독감에 의한 사망률이 높은 것도 바로 합병증의 발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독감은 한 번 유행하면 그 지역 내에서 6~8주 동안 일으키며 약 10~20%의 발병률을 보이지만 노약자나 만성질환자의 경우는 40~50%까지 발병하기 때문에 사회나 인체에 미치는 파괴력은 감기에 비할 수가 없다.
한 예로 역사에 기록된 가장 강력했던 독감은 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일주일 만에 주민 1만 4,000명중 1만 2,000명에게 옮아갈 정도로 전파력이 강했다. 특히 미국 캔사스주 포트라일리에서는 이 스페인 바이러스에 의해 2만 여명이 사망, 미국을 휩쓸던 인플루엔자는 급기야 전 유럽을 강타했으며 심지어 중앙아프리카까지 퍼져나갔다. 그 결과 20억 명 이상이 감염되었으며 2,0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는 1차 대전 당시 사망자 수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독감을 옮기는 바이러스에는 인플루엔자 A형, B형, C형 등 3가지가 있다. 그러나 인플루엔자는 뛰어난 자기변신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인플루엔자는 하나도 없다. 인플루엔자의 변이는 매년 또는 몇 년마다 조금씩 변하는 소유행과 10~15년마다 크게 바뀌는 대유행이 있다.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스페인독감, 홍콩독감, 일본독감 등은 이런 유행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독감은 12월 초부터 다음해 4월까지 유행한다.

감기의 최고의 명약은 ‘휴식’
감기는 특이적인 치료법이 없다. 무엇보다도 ‘휴식’이 가장 중요하다.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은 이라면 매번 들었을 법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 속에 제일 근본적인 감기약이 들어 있다는 사실. 감기에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스트레스와 피로 등이 겹쳐 면역체계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절절한 휴식과 알맞은 영양은 직접적으로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향상시킬 때 감기를 물리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특히 그냥 쉬기보다는 몸의 증상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효과적인 휴식을 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목이 쉬었다면 성대의 염증과 부종이 가라앉을 때까지 되도록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가습기나 물수건을 방에 두어 50∼60%의 적정한 습도를 유지하면 가래가 쉽게 나올 수 있다. 목구멍의 자극은 부드럽게 생리식염수로 목을 헹궈 주고, 코감기의 경우 콧속을 생리식염수로 씻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기는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
보통 감기든 독감이든 가장 중요한건 바로 ‘예방’이다. 이러한 예방을 위해선 평소에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
외출 후 귀가하면 손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하며 비타민 B1이 많은 과일을 섭취하고, 물, 생강차, 귤차, 쌍화차 등을 1일 5~6회 정도 마셔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호흡기 질환은 비티민 소모가 많아지므로 비타민 B 복합체를 복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기침을 할 때는 손으로 가리지 말고 머리를 아래로 숙여서 바닥을 향하도록 한다.
그러나 감기는 바이러스가 매우 다양해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은 불가능하다. 다만 독감은 해마다 유행하는 종류가 비슷하기 때문에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 폐질환 및 신장 질환자, 항암 치료 환자,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예방접종은 필수적이다. 이외에도 빈혈 등으로 신체 면역 상태가 불량한 사람들도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예방접종 3주 후부터 항체가 형성되어 한 달 뒤 최고치에 이르며, 효과가 약 5개월간 지속된다. 그러므로 늦어도 독감 유행 전인 10월 초엔 예방접종을 해야 50~70% 예방할 수 있다.
감기는 그 바이러스의 형태가 다양해 백신 접종이 효과가 없는 것처럼, 아직까지 감기에 대한 특효약도 없다. 다만 기침이 심하면 기침을 덜하게 하고, 콧물이 흐르면 콧물이 덜 흐르게 하는 식의 대증치료가 가능하다. 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병이 심해지거나 합병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