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는 치킨을 시킨다 '치슐랭 가이드'
“매일 먹고 싶은 치킨,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배달의민족 치믈리에 합격자들에게 듣는 ‘치능력 만렙’의 길
2017년 어느 여름날, 잠실의 한 호텔에서 수상쩍은 행사가 열렸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치킨을 마주하고 앉아서 치킨 냄새를 맡고, 닭다리를 뜯으며 문제를 풀었다. 이름하야 ‘제1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이날 119명의 치믈리에들이 탄생했다.
과연 치믈리에들은 남달랐다. 모이면 치킨 이야기만 했다. 자신의 인생 치킨은 무엇인지를 놓고 열변을 토하는가 하면, 상황에 맞게 치킨 시키는 법과 치킨무 페이스 조절법 같은 크고 작은 노하우를 대방출하기도 했다. 일반인들은 있는지도 몰랐던 치킨 브랜드의 메뉴를 줄줄 꿰는 것은 기본이고, 가게마다 닭의 염지와 튀김옷이 어떻게 다른지를 논하고 양념의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예측하는 그들의 모습은 ‘치믈리에’라는 호칭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
이들의 금쪽같은 치킨 노하우를 집대성한 안내서가 이 책 《치슐랭 가이드》다. 이 책에는 치믈리에가 뽑은 베스트 치킨을 시작으로 치킨 고르는 노하우, 혼자만 알고 싶은 치킨집, 남은 치킨 활용법 등 치믈리에들이 저마다 10년 이상 쌓아온 경험자산이 페이지마다 담겨 있다. 여기에 치킨과 어울리는 음료와 술, 남은 치킨 활용법, 치킨 다이닝 등 전문 셰프와 소믈리에들이 제안하는 ‘치킨 더 맛있게 즐기는 법’을 더했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우울할 때, 지칠 때, 시험 끝난 후, 퇴근길에…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배고플 때나 우리는 늘 치킨을 떠올린다. 왜 이렇게 치킨이 좋은 걸까? 세계 모든 맥도날드 매장 수를 합친 것보다 우리나라 치킨집이 더 많다고 한다. 강의실이든 계곡이든 언제 어디서나 치킨을 시켜 먹을 수 있는 나라, 단 한 번의 시험으로 100명 넘는 치믈리에를 배출하는 나라, 이러한 나라에서 더 나은 치킨생활을 위한 안내서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치킨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TV 앞에 앉아 한마음으로 국가대표 경기를 응원할 때에도, 친구들을 불러모아 무언가를 축하할 때에도, 잠옷 차림으로 TV 프로그램을 즐기는 호젓한 ‘불금’에도 치킨은 늘 우리와 함께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치킨은 어느덧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 음식 이상의 문화가 된 것은 아닐까? 그 문화를 어떻게 하면 120% 충만하게 향유할 수 있을지 《치슐랭 가이드》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오늘도 ‘저녁엔 치킨?’을 떠올리는 이들에게는 풍성한 치킨생활로 안내하는 훌륭한 동반자가, 내일의 치믈리에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핵심만 짚어주는 족집게 족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