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 10년

2006-07-01     글/ 박상목 부장
눈부신 발전 거듭한 10년 역사 인터넷 쇼핑
치열한 경쟁으로 10년 전보다 1만 배 놀라운 성장
발 문: 올해는 국내에 인터넷쇼핑몰이 탄생한 지 만 10돌이 되는 해다. 국내 인터넷쇼핑몰 시장은 10년 새 1만 배 넘게 성장하며 새로운 ‘신화’를 써가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 지난 97년 10억 원대에 그쳤던 인터넷쇼핑몰 시장규모는 올해 1만 배가 넘는 1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인터넷쇼핑몰 산업은 지난 10년간 백화점ㆍ재래시장 등 오프라인 유통망만 존재하던 국내 유통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이제는 미래의 성장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기술(IT) 관련 기술의 발전과 함께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택배 등 다양한 산업 분야 성장을 유도하는 등 국내 경제성장에 혁혁한 공헌을 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오픈마켓의 활성화로 수십만명의 디지털 상인들이 등장, 일자리 창출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은 지난 1996년 6월 인터파크와 롯데닷컴이 탄생하면서 국내에 등장했다. 당시 주요 기업들의 매출을 감안하면 시장규모는 1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1999년부터 시장규모를 집계한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인터넷쇼핑몰 시장은 지난해 10조 4,000억 원으로 10년 전보다 1만 배 이상 급성장했다.
인터넷쇼핑 사업자 수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인터넷쇼핑 사업자는 총 4,403개로 96년 단 2곳에서 10년 만에 무려 2,200배나 늘었다. 최근 G마켓 등 오픈마켓이 등장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소호(SOHO) 사업자들까지 합치면 수 만개는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국내 최다 인터넷쇼핑몰을 구축한 메이크샵의 누적 인터넷쇼핑몰 수는 현재까지 7만 3,000여개에 달한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관리기획팀장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96년 730만 명이던 인터넷 사용자가 지난해 3,300만 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인터넷쇼핑 산업이 급성장했다”며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창업이 늘어난 것도 중요한 성장원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쇼핑이 전체 소매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에서 지난해 15%로 늘어나 이 기간 모든 유통방식 중 가장 높은 성장을 이룩했다. 특히 할인점(35%), 백화점(25%)에 이어 세번째로 올라서 대중적인 쇼핑방식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재래시장ㆍ백화점ㆍ할인점 등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온라인유통을 대폭 강화했다. 동대문ㆍ남대문 등 대표적인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각 상인들별로 인터넷몰을 구축했고 롯데 등 대형 유통사들도 자사 인터넷쇼핑몰의 상품구색과 배송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홈쇼핑사들은 모두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으며 GS홈쇼핑ㆍCJ홈쇼핑은 올 들어 잇달아 오픈마켓시장에도 진출했다.
신세계 상무는 “유통업계도 기존 오프라인 유통에서 갖고 있던 장점을 인터넷쇼핑에 접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산업자원부가 주요 인터넷쇼핑몰 15개사의 2005년 고용창출효과를 조사한 결과 해당 기업과 관련 기업들을 합쳐 총 4만 6,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마켓 내 소호 사업자들이 창출해내는 일자리는 더욱 많다.
실제 G마켓이 최근 판매자 1,6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명당 평균 3명의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십만 명의 ‘디지털 상인’들이 오픈마켓에서 활동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고용창출효과는 훨씬 크다.


인터넷쇼핑몰 산업 고용창출 효과도
인터넷쇼핑을 위해 필수적인 전자지불결제대행업ㆍ택배ㆍ인터넷광고 등 관련 산업도 덕을 톡톡히 봤다. 전자지불결제대행업계 1위인 이니시스의 2001년 매출액은 7,420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조 2,2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택배물량도 2000년 2억 5,000만 상자에서 지난해 5억 4,000만상자로 2배 이상 증가했다.
‘1초 빨리, 그리고 1원 더 싸게’ 인터넷쇼핑몰 업계에서는 격언처럼 통하는 말이다. ‘빛의 속도’로 변화무쌍한 네티즌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치열하게,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실제 어떤 상품이 얼마나 빠르게, 또 얼마나 싸게 판매되느냐에 따라 해당 사이트의 하루 매출이 수백~수천만 원씩 오르락내리락한다.
냉혹한 인터넷쇼핑시장에서 경쟁의 승패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24시간 공개되는 인터넷사이트의 특성상 각 쇼핑몰의 장단점은 경쟁사들에 그대로 노출된다. 경쟁사간 ‘베끼기’와 집요한 약점공략은 이미 일상화된 전략. 따라서 상품기획자와 웹 개발자들은 경쟁사와 차별화된 상품을 발굴하고 특색 있는 사이트를 디자인하기 위해 24시간 ‘적군’의 동태를 살핀다.
인터파크 팀장은 “하루에도 수천가지의 상품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특정상품이 히트하는 것은 0.1%의 확률도 되지 않는다”면서 “위험을 감수한 만큼 많은 것을 얻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상품을 보는 감각, 프로모션 능력 등 기업의 경쟁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인터넷쇼핑몰 업계는 그 어느 업종보다 치열한 ‘실시간 경쟁’을 벌인다. 유행에 민감한 네티즌들을 잡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IT기술ㆍ상품개발력 등은 필수다. 따라서 성장성만 보고 별 준비 없이 무턱대고 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쓴잔을 마시기 십상. 실제 지난 90년대 후반 인터넷쇼핑시장에 진출했던 삼성몰ㆍKT몰 등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1초의 의사결정’에 익숙한 벤처기업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오픈마켓 시장에서도 90년대 후반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G마켓ㆍ옥션 등으로 대표되는 오픈마켓이 급성장하면서 대기업들이 잇달아 시장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 실제 최근 GS홈쇼핑ㆍCJ홈쇼핑이 각각 ‘GS이스토어’ ‘엠플’이란 이름으로 진출했으며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월드도 온라인쇼핑몰 사업을 시작했다.
G마켓 전무는 “대기업들이 예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기존 업체들은 막대한 자금공세를 이겨내기 위해 기존의 온라인유통 및 마케팅 노하우를 총동원해 시장수성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파크, 인터넷유통 지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국내 최초의 인터넷쇼핑몰인 인터파크는 10년 만에 매일 12만개의 상품을 판매하는 초대형 유통회사로 성장했다.
종합쇼핑몰 인터파크와 오픈마켓 G마켓의 거래규모는 총 3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했다. 회원 수도 양사를 합쳐 총 1,700만 명에 달해 중복회원을 제외해도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두 사이트의 회원일 정도다. 인터파크는 1999년 코스닥시장에 등록했으며 G마켓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위기는 있었다. 2001년 TV홈쇼핑 업체들이 잇달아 인터넷쇼핑몰 시장에 진출하면서 선두자리를 내줬던 것. 인터파크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무료배송을 전면에 내세우고 영화배우 정준호 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공세를 펴 2년 만인 2003년 업계 선두를 탈환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940억원에 영업이익 8억원을 기록해 10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상규 인터파크 사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마진이 적은 시장에서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데 10년의 의미가 있다”며 “올 하반기에 인터넷할인점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 10년의 '명과 암'
그동안 시장도 커지고 소비행태도 변했지만 인터넷 쇼핑의 피해는 여전히 늘고 있다. 지난 1996년 인터파크, 롯데닷컴 등이 사이트를 오픈하면서 성장한 인터넷 쇼핑몰은 현재 4,400백여 개에 이른다. 시장규모는 지난해 전체매출이 11조원에 달하는 등 85조원인 전체 유통시장의 15%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층도 다양해졌다. 처음에는 정보통신에 민감한 2,30대를 중심으로 소비층이 형성됐지만 지금은 10대부터 40대 이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물품도 정형화된 공산품 중심으로 팔리던 것이 요즘엔 패션, 의류 상품이 가장 잘나가는 제품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처음에는 컴퓨터, 가전제품 같은 공산품 중심이었는데 요즘에는 가격경쟁력과 다양한 상품군으로 의류의 수요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그 러나 이용자가 늘어나고 시장이 확대될수록 인터넷 쇼핑으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소비자 상담건수는 2만 5천여 건으로 전년보다 42% 이상 늘어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 팀장은 “거래의 안전성 문제와 거래과정 중 생기는 고객정보의 유출은지 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인터넷 쇼핑몰이 대금을 받고 물건을 배달하지 않는 피해를 막기 위해 대금예치제도인 에스크로제를 지난 4월부터 모든 인터넷 쇼핑몰에 적용하는 등 제도정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짜와 과다경품의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의 거래내역을 꼼꼼이 챙겨 피해를 줄이는 것이 온라인 쇼핑시대에 요구되는 소비자의 덕목이다.

10년간 인기 끈 제품은?
‘인터파크’는 사업 원년인 1996년을 제외한 1997년부터 조사한 인터넷 쇼핑몰 역대 인기상품 순위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이 처음 선보인 1997년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인버터 스탠드’였다. 같은 해 2위에 오른 이스트팩 가방은 당시 대학생에겐,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이었다. 아직 인터넷이란 용어가 생소했던 그 때, 인터넷의 주 이용자인 젊은층에게 인기 있는 제품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IMF위기 직후인 1998년엔 비누와 세제 같은 생활필수품이 나란히 1, 2위에 올라 꼭 필요한 제품만 싼 가격에 구입하려 한 소비 패턴을 읽을 수 있다.
1998년 히트상품 목록엔 오렌지향의 콘돔이 4위에 올라 눈길을 끈다. 약국 등에서 점원과 얼굴을 맞대고 구매하기가 쑥스러운 제품의 특성상,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쇼핑몰은 콘돔을 사기 위한 최적의 유통채널로 떠올랐다. 롯데닷컴에서도 같은 해 콘돔이 판매순위 상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은밀한 거래’를 지켜주지 못해 고객의 원성을 산 에피소드도 있다. 롯데닷컴의 한 관계자는 “한 남성 고객이 콘돔을 회사로 배달시켰는데, 택배 직원이 박스 외관에 커다랗게 ‘콘돔’이라고 써놓았다”며 “그 사실이 동료들에게 알려진 고객이 심하게 항의해 전무님까지 찾아가 사과했다”고 말했다.
1999년엔 아이들 장난감인 ‘펄러기’, 아이들을 차량에 고정시키는 안전장치인 ‘안전놀이방’이 1, 3위를 차지해 어린 아이를 둔 20~30대 주부들이 인터넷 쇼핑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했음을 알 수 있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터넷 쇼핑의 특성상 인기제품을 보면 시기별 유행을 읽을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불어닥친 몸짱·웰빙 열풍은 다이어트 비디오(2000년), 요구르트 제조기(2004년) 등의 판매를 부추겼다. 최근 1~2년 사이 꽃미남 열풍 등으로 인해 남성이 외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남성 화장품이 판매순위 수위에 오르기도 했다. ‘보닌 모노다임 2종세트’는 2004년 가장 많이 팔린 상품으로 등극했고, 작년에도 2위에 올라 남성의 외모 가꾸기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모모’는 TV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소개됐던 책으로 인터넷 쇼핑몰이 얼마나 유행에 민감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전체적으로 보면 인터넷 쇼핑몰 초창기에 인기를 얻었던 제품은 컴퓨터 등과 같은 IT 제품, 면도기 등 남성 위주였던 데 반해 최근엔 의류, 패션잡화 등 여성용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층이 변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인터파크 이용고객을 살펴보면 1997년 남성이 87%를 차지했던 것이 2002년 남녀비율이 동수가 된 데 이어 지금은 여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터파크 남창임 홍보팀장은 “인터넷 쇼핑 초기엔 첨단기술에 익숙하고 구매력이 있는 30대 남성이 주 고객이었지만 인터넷 이용이 확산되면서 이용자층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