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퇴임

2006-07-23     글/ 신혜영 기자
“또 다른 시작” 박근혜, 대표직 마치고 퇴임
“이임식이 아닌 정권교체를 위한 또 다른 시작 될 것”
2004년 3월 23일부터 2006년 6월 16일까지 816일 동안 한나라당을 이끌어왔던 박근혜 대표가 16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이임식을 갖고 당 대표에서 물러났다.
박근혜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직을 수행한 2년 3개월 동안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사랑과 관심에 비해, 제가 해 놓은 것은 너무나 미약하고, 초라하고, 부끄럽다”고 자신을 한껏 낮추며 “지금까지 우리가 이룬 성취들은 단지 시작이고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며 사실상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탄핵 역풍 속에서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박근혜 대표는 취임 이후 치러진 재보선과 5·31 지방선거를 압승으로 이끌면서 차기 대선에서 정권탈환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날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 앞마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표의 이임식에는 대권 라이벌인 이명박 시장은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당 상임고문, 최고위원, 소속 의원, 중앙위원, 당협위원장, 시도지사 당선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또한 박근혜 대표의 열혈 지지자들의 모임인 박사모 회원 100여명도 행사장 인근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박근혜’를 연호하며 차기 대선에서의 승리를 기원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임사를 통해 “가족, 친구, 동료, 스승과도 같았던 여러분들과 함께 한 2년 3개월 영광과 행복의 시간을 마감하며 벅차오르는 감회를 느낀다”면서 탄핵 후폭풍 당시 천막당사 시절을 거론했다.
“탄핵 역풍 속에 대표가 된 뒤 당의 간판 떼어들고 찬바람 부는 천막당사로 걸어가는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 짧은 길이 천리 가시밭길 같았다. 부족한 저와 함께 한나라당을 새롭게 건설하고 대한민국을 바로 잡기 위한 당원들의 땀과 눈물을 잊을 수 없다.”
박 대표는 △ 여의도당사 매각과 천안연수원 헌납 △ 사무처 직원 40%의 구조조정 △ 당 중진의원들의 검찰 고발 등을 언급하면서 “그러한 희생이 한나라당을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가 이룬 성취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한나라당의 시대적 사명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고 지적하며 차기 대선에서의 정권 탈환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모든 사명을 다하기까지 당원동지 여러분의 마지막 한 방울의 땀까지 아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면서 “국민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고 정치는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 자리는 내년 정권교체를 위한 또다른 시작을 위한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간절한 바람을 나타내고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우리 스스로의 발목을 묶지 말고 작은 정치에서 벗어나 세계와 경쟁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임식, 한나라당 최초
이임사를 마친 박 대표는 2004년 천막당사 시절부터 5·31 지방선거 압승까지를 활동상을 기록한 사진들을 둘러본 뒤 당직자 및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당사를 떠났다. 한편 퇴임 이후 박근혜 대표는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기보다는 당분간 자택에서 건강회복을 위한 휴식과 함께 대선캠프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표의 우뚝선 당 안팎의 위상은 허태열 사무총장의 경과보고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박근혜 대표의 이임식은 한국 정당사에 새로운 이정표다. 역대 어느 정당에서도 대표가 임기를 치르고 이임식을 치른 경우가 없었다. 박근혜 대표가 재직한 2년 3개월 동안 여당의 대표는 무려 9번이나 교체됐다.”
실제 한나라당은 97년 창당 이후 당 대표가 이임식을 제대로 치른 경우가 없었다. 조순, 이회창, 서청원, 최병렬 전 대표 등은 대선 출마와 선거 패배 등을 이유로 공식적인 이임식 없이 물러난 바 있다.
허태열 총장은 “박근혜 대표는 재임 기간 동안 4차례의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전승을 이루는 신화를 이룩했다”면서 “내년 대선에서 정권 탈환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불법 대선자금 사건과 탄핵 후폭풍 등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한나라당의 기사회생시켰다. 흙먼지 날리는 천막당사를 시작으로 17대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것은 물론 취임 초기 한자릿수 지지율을 현재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계보정치를 근절했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당 혁신을 주도했다. 2년 3개월 동안 약속을 지키는 정직한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이재오 원내대표 역시 소속의원 전원을 대신한 환송사를 통해 “박 대표는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위기상황에 당을 맡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당을 안정시켰다”면서 “인내하고 화합하고 때로는 결단하면서 온갖 정치적 풍파에도 흔들림없는 원칙으로 당을 이끌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박근혜 대표에 대한 한나라당 안팎의 평가는 한마디로 A+. 위기 상황에서 당을 구원, 지방선거 압승을 진두지휘한 박 대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행사장 대형 걸개그림을 통해서 그대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행사장 전면의 대형 걸개그림을 통해 “4·15 붕대투혼에서 5·31 반창고 투혼까지.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적어 그동안 박근혜 대표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나라 일으키고 대권을 향해


이는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권 레이스’에 돌입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실제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 마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정권 교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박 대표는 이임사에서 “이 자리가 저의 임기를 끝내는 이임식이 아니라, 더욱 능력있고 역동적인 한나라당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해서 내년 정권교체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을 하는 자리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대권 출마 선언인 셈이다.
이임식에는 유력한 대권 후보인 이명박 서울시장을 비롯,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등 5·31지방선거 당선자들과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유력 대권 후보인 손학규 경기지사는 해외출장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제 관심은 그의 ‘앞날’에 쏠린다. 그는 “한 사람의 평당원으로서….”라고 말했지만 최근 대권주자로서 고공비행하는 지지율이 보여주듯 그의 상징성은 ‘평당원’이 아니다.
최근 기자단과 가진 오찬에서 박 대표는 “당분간 몸을 추스르며 체력을 회복하고 책읽기 등 못했던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당장 대선 행보에 나서기보다는 쉬면서 대선 선거캠프 구성 등에 몰두할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피습 때의 얼굴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아서 외부 강연이나 해외여행은 당분간 자제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오는 7·26 재보선 기간에 쇄도할 지원 유세 요청을 계기로 자연스레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닝푸쿠이 대사의 ‘새마을운동 특강’ 요청을 비롯, 그 동안 대표 재임 중 미뤄둔 해외 방문도 검토 중이다.

‘미니홈피 정치’는 여전히 활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퇴임후 미니홈피를 새롭게 단장했다.
미니룸과 스킨을 바꾸고 배경음악도 디아나의 ‘베토벤 바이러스’(Beethoven Virus)로 깔았다. 박 대표는 “그동안 저의 미니홈피에 많은 선물을 보내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선물받은 아이템과 음악으로 미니홈피를 꾸몄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퇴임 이후 건강 회복 등의 이유로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던 박 대표가 온라인에서는 ‘미니홈피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글에서 “앞으로 평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더욱더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 대표직을 맡았을 때와 4·15총선 때부터 대표직을 마감할 때까지 여러분들은 저에게 굉장히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언제나 여러분들의 좋은 글은 저에게 용기를 심어 주었고, 가는 곳마다 반겨주시는 따뜻함은 저를 일으켜 세운 힘이 됐다”며 “어려운 고비마다 가는 길목을 지켜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나라 빅3 향후 행보는?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6월 30일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도 퇴임함에 따라 한나라당의 이른바 ‘빅3’의 퇴임 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박 전 대표는 한동안 재충전의 기회를 가지면서 대권 구상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다만 지방선거 중 피습 상처가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여서 대외 활동은 가능하면 삼갈 방침이다. 퇴임 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고 아직 얼굴의 상처도 완전히 낫지 않았다. 당분간은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방문을 앞둔 김대중 전 대통령 예방을 묻는 질문에도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일축했다. 따라서 외부 강연과 그동안 미뤄왔던 러시아, 유럽 등지로의 해외 순방도 당분간은 미뤄지게 됐다. 그는 다만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의원회관과 본회의장, 상임위 회의장에서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활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박 전 대표와 달리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는 퇴임과 동시에 민생현장으로 달려가는 강행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퇴임 후 7월 한 달여 동안은 특강과 지방을 도는 정책투어를 가질 예정이다. 7·26 재 보궐선거 때는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지원유세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의 대중적 인기 때문에 이미 곳곳에서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8월 이후에는 아이슬랜드, 독일, 네덜란드 등지를 두세 달 일정으로 방문할 계획이다. 이 시장 측은 "해외 방문 때는 한 곳에 네댓 일 정도를 머물면서 세계적 산업과 연구메카 등지를 꼼꼼히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지사는 퇴임과 동시에 도보로 전국을 도는 민생 대장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7월부터 시작해 100여 일이 넘는 도보 대장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대중성과 인지도를 끌어올리기로 했다. 손 지사 측은 "이번 전국 투어를 통해 정치권과 국민의 간극을 직접 체험하고 국가의 미래 비전을 찾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며 "대장정에 들어가면 손 지사 자신이 누구보다도 힘들겠지만 손학규식 정치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식이라는 말 대신 ‘재충전’
박근혜 전 대표는 탄핵의 역풍속에서도 당을 지켜내며 5.31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16곳 가운데 12곳 ,광역의원과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을 사실상 싹쓸이 하는 완승을 거뒀다.
탄핵당시 10%대로 추락한 당의 지지율도 50%대로 치솟아 올랐다.
박 전 대표 개인으로서도 선거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며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런 점 때문에 박 전 대표의 퇴임 뒤 정치적 행보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퇴임 뒤 잠수나 잠행이라는 표현 대신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휴식이라는 말 대신에 재충전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조만간 정치 전면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고 있지만 내년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 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당 대표라는 1차 시험대는 통과했으나 대권 경쟁이라는 2차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대표직을 거치는 동안 각종 선거와 정치테러를 극복하며 정치적 리더십을 검증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 2%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박 전 대표가 계보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치열한 당내 대권 경쟁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의원들과의 스킨십도 필요하다. 박 전 대표의 지지기반인 영남을 비롯해 호남과 젊은층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국가경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에 대한 콘텐츠도 확보해야 한다. 퇴임 뒤 박 전 대표의 새로운 시작은 2% 부족분을 메우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대선을 준비 중인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