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길이 나의 길이기에 나는 당당하게 간다”

세상에 물들지 않는 제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며 자기 성찰할 터

2013-10-16     변성진 기자

대한민국에서 무속인 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세간의 온갖 질타와 편견을 감내하며 절제와 수양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울러 무녀 혜안처럼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행복하게 무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의식 있는 무속인이 있다.

무녀(巫女) 혜안은 기독교 모태신앙의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태어난 날 호흡이 편치 못하였다. 그렇게 하루가 지난 다음날 무녀 혜안은 기적처럼 살아났고, 이를 시작으로 그의 영·유아 시절은 생사를 넘나드는 여러 번의 고비가 닥치면서 어려운 나날을 견뎌왔다고 전한다. 힘든 날들을 보내며 장성한 그는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며 20대 중·후반까지 성가대 반주자와 촉망받는 음악학원의 원장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을 다하였다. 나이 26세에 결혼을 하고, 주부로서 행복한 생활을 보내던 중 어느 날부터인가 도사할아버지, 장군, 선녀들이 그의 옆에 머무는 꿈을 꾸곤 하였다. 주부이자 음악인으로서 자신만의 생활이 철저했던 그는 묘연한 꿈을 접하게 된 직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병마(病魔)에 오랜 시간 시달리게 되었다. 또한 음악학원 원장시절에 입학상담을 받으러온 학부모들과 상담을 하던 중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학부모 가정의 길흉화복을 얘기하게 되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적중률로 인해 그녀를 이상하게만 여기던 학부모들도 어느새 스스로 찾아와 집안의 대소사를 그녀와 상의 했다고 한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이러한 상황이 무녀 혜안이 신을 받기 전이라는 것이다.

무녀로서 지금 누구보다 보람되고 행복하다
외조모로부터 그녀의 외갓집은 6.25 피난 전까지 대대손손 내려오는 황해도의 유명한 무당집이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한국의 유명한 무당을 찾아다니며 상담을 받아봤으나 결과는 항상 무속인의 길을 걸어가라는 동일한 대답뿐이었다고 한다. 결국 20대 후반 어려운 가정사로 인해 처음 굿을 접하게 되었고 관심도, 배운 적도 없었던 분야의 행위인 전반적인 굿의 절차를 자신도 모르게 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신의 지시에 종교적인 죄책감으로 거부하였으나 끝내 자신을 인정하고 신 내림을 받게 되었고, 이후 거짓말처럼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불안감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무속인들 스스로가 각성해야
영리를 목적으로 살아가야한다면 평범한 사람들처럼 사업을 하고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야하지만, 간혹 존재하지 않는 신을 만들어내면서까지 많은 이들이 무당이 되려한다. 무당이 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올바른 신의 원력이라면 부와 명예에 대한 걱정을 없게 해주지만 그것은 온전히 개인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신의 원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응당 신자들과 중생들을 위해 베푸는 것이 마땅하다. TV, 온라인, 잡지 등 각종 매스컴 보도를 통해 올바른 무교(巫敎)의 정의를 알리기보다 자신을 알리는데 주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과연 무교발전에 이바지 하는 길일까? 예능·오락성 방송매체는 지나치게 흥미위주로만 내용을 구성하는 경향이 있어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무당들이 마치 마술사나 차력사처럼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으로 이미지가 각인되었다. 이러한 방송출연으로 유명세를 타고 부(富)를 축적하려는 무당들은 하루빨리 자신의 길을 변경하고 내면의 좋은 끼를 다른 업종에 활용하여 돈을 버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했다. 아울러 무녀 혜안은 “무속인의 삶을 살게 되면서 평범한 일상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한다. 무속인의 하루일과는 기도와 수양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일반인들과 지나치게 어울려 살다보면 근본적으로 무속인도 사람인지라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녀는 매일같이 ‘세상에 물들지 않는 제자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를 올리며 자기 성찰에 매진한다. 무당 스스로가 세상의 유혹에 물들지 않아야 감정을 배제한 채 사심 없는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며, ‘천신령 만신령’이라 했다. 죽을 때까지 연구를 해도 모르는 것이 신의 세계다. 무당이 되어 무속의 길을 걸을 때 신의 능력으로 세상을 군림한다는 오만한 생각은 절대 가져선 안 된다.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림굿을 받고나서부터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무녀 혜안은 “끊임없는 기도와 수양을 통해 신이 주신 원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한다”고 전언한다.

개개인의 능력과 상황에 맞는 점사를 내려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사에 대한 적중률에 유난히 집착한다. 과거사를 잘 맞히고 못 맞히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무당집을 찾는 사람치고 인생 팔자가 순탄한 사람은 없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얼마만큼 진로를 잘 선택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사회적 배경, 경제적 상태, 학식 등이 종합적으로 거론 된 상태에서 그 사람의 미래에 대한 진로를 선택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무당의 능력이다. 100%의 적중률은 있을 수 없지만, 궁극적 무당의 역할이란 ‘사람들이 최대한 자신의 운을 발휘하여 자신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무교야말로 사람들 곁에서 길흉화복을 함께하는 인간친화적인 종교
무녀 혜안은 개인적으로 타 종교의 존재 여부를 부정하진 않지만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자신이 속해 있는 종교만을 인정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다. 현재 그녀의 제자 중 백헌영(오가와 노리히데, 제일교포 3세)이라는 무속인 제자는 몇해전 내림굿을 받았다. 그는 한국말을 전혀 모른채 오로지 신과의 소통을 통해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무속의 세계는 세대와 국가를 초월한, 그야말로 인간 친화적인 종교이다. 앞으로 무녀 혜안은 신의 영적인 능력, 즉 영험함을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절제하고 수양하며 ‘무속도 하나의 당당한 종교’임을 대중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펼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