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웅변·애교·자화자찬…여전한 국감 구태

민생과 정책보다 충돌·파행, 올 국감도 구태 ‘판박이’

2013-10-16     최승호 기자

새 정부 첫 국정감사 모습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챠트 등 각종 자료를 이용해 국감 대상기관장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호통을 치는 의원, 심지어 발언 순서가 너무 뒤라며 애교섞인 항의를 하는 의원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실시하는 2013년 국정감사 첫날인 14일 여야는 곳곳에서 충돌했으며 일부 파행이 빚어졌다. 해마다 파행을 거듭해 ‘불량 상임위’로 낙인찍혔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올해도 6년째 파행을 이어갔다.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놓고 여야가 맞붙어 교육부 등에 대한 국감은 오전 내내 열리지 못하다가 오후 3시가 돼서야 국감을 시작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정종환·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등이 대거 4대강 사업 증인으로 나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으며, 보건복지위에서는 기초연금 논란으로 여야 의원 간 설전이 이어졌다. 안전행정위에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쟁점이 됐다.

이처럼 여야가 지난 수개월 이상 벌여 온 정치 공방이 국감장으로 그대로 옮겨지자 이번 국감도 과거를 답습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감사를 하는 국감이 아니라 밀린 이야기를 하는 국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의회에서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가 국감에서 피감기관을 앞에 두고 일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감이 개시된 이후라도 여야가 실질적인 국감을 위해 해법 모색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특히,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은 여야의 정쟁 속에 부실 국감이 됐다. 2010년 1월 창설된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15일 처음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을 받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위협으로 떠오른 사이버 안보에 대한 논의는 아예 이뤄지지 못했다.

야당은 사이버사령부가 대선기간 댓글 작업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사이버사령부 국감 때 ‘국가정보원 댓글 국감’을 다시 집중 부각시켰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감이 파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처음부터 국감 자료 준비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군을 연계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기밀누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창설 이후 3년 동안 한번도 국감을 받지 않은 사이버사령부까지 찾아가 여야 의원들이 정쟁을 벌이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댓글 공방이 벌어지면서 존재 자체가 기밀로 유지되는 사이버심리전단 조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군 당국은 사이버심리전단의 존재가 외부로 유출된 경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