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할당, 이동통신 시장판도 어떻게 바뀌나

이통 3사, 낙찰 받은 주파수를 이용해 광대역 LTE 서비스 준비 돌입

2013-10-02     신혜영 기자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10일간 치러진 이동통신 3사의 미래를 건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경매 전쟁’의 승리자는 결국 SK텔레콤으로 돌아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8월30일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 최종 결과를 발표, SK텔레콤은 C2(1.8㎓)블록을 1조 500억 원, KT는 D2블록을 9,001억 원, LG유플러스는 B2(2.6㎓)블록을 4,788억 원에 낙찰됐다. 이번 주파수 경매 결과 표면적으로는 이동통신(이하 이통) 3사가 합리적인 가격에 LTE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한 주파수 대역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경매 자체가 SK텔레콤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간 것으로 분석된다. KT는 SK텔레콤의 심리전에 휘말렸고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막판 배신으로 실패의 쓴잔을 마셨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이번 주파수 경매에 대해 새로 적용한 혼합방식의 경매 시스템이 잘 작동했으며 낙찰금액도 합리적인 선에서 정해졌다고 평가했다.
미래부 조규조 전파정책관은 “사업자들이 주파수에 대한 가치를 정할 때 시장의 경쟁상황이나 주파수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면서 “그렇기에 이번에 경매시스템이 잘 작동을 했고, 이번 주파수 경매가 원만히 진행 돼 합리적으로 시장가치가 반영됐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광대역 LTE 주파수 할당을 기반으로 국민이 광대역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첨단 이동통신 산업의 생계를 강화해 국가 경제발전을 선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래부는 올해 초부터 전담반을 구성해 경매방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 공개 토론회, 주파수 할당정책 자문 위원회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번 경매안을 확정한 바 있다.

팽팽한 긴장 속 주파수 경매 시작
지난 8월19일부터 시작된 이번 주파수 경매는 처음으로 이통 3사가 모두 참여하는 주파수 경매였다. 경매 대상은 2.6㎓ 대역 A블록과 B블록(각 40㎒), 1.8㎓ 대역 C블록(35㎒)과 D블록(15㎒)까지 총 130㎒ 폭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와 관련 미래부는 국민편익과 산업진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적정 할당대가 확보, 공정경쟁 여건 조성 등을 고려 해 모든 사업자가 원하는 블록에 입찰해 원하는 블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KT 인접 대역인 D블록도 할당 대상에 포함시키고, KT 인접 대역인 D블록의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되도록 밴드플랜 간 경쟁 방식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결과에 따라 LTE라는 새로운 상용화 서비스 시기까지 결정돼 경매 기간 동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매 결과에 따라 이통 업계 경쟁 구도가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사활을 걸고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당일 오전 8시35분께 1층에는 LG유플러스 박형일 CR전략실 사업협력담당 상무가 이통 3사 중 가장 먼저 경매장을 찾았다.
박 상무는 “오늘 경매, 최선을 다하겠다”는 짧은 소감으로 경매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추가 답변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이 말 밖에는 딱히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SK텔레콤의 이상헌 정책협력실장 상무가 경매장에 도착했다. 이 상무는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경매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등 최선의 경매전략 도출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각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 통신산업과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고려사항에 기반한 전략을 바탕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결정된 경매 규칙에 따라 차분하고 성실하게 경매에 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KT의 이석수 경쟁적책담당 상무는 경매 직전까지 양사의 담합 가능성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 않았다. 이 상무는 “이번 경매 방안이 양사의 담합으로 인해 과열 가능성이 높아 여전히 우려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예의주사하고 있는 만큼 담합으로 인한 주파수 회수 등이 이뤄지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매 기간 내내 이통 3사 경쟁 구도 지속
이통용 주파수 경매 이튿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진영과 KT 간 경쟁 구도가 지속됐다. 이날 12라운드가지 경매가 진행된 가운데 매물로 나온 밴드플랜1과 2는 지난 19일 각각 1조 9,202억 원에서 출발해 6라운드를 거치며 밴드플랜1은 1조 9,639억 원까지, 밴드플랜2는 1조 9,629억 원까지 올라갔다.
밴드플랜1의 경매 가격이 밴드플랜2를 넘어선 것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진영이 밴드플랜1을 겨냥한 베팅에 주력하면서 밴드플랜2를 승자 밴드플랜으로 만들려는 KT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밴드플랜2에는 KT가 서비스 중인 1.8㎓와 붙어있는 주파수 대역이 포함돼 있다.
경매 4일째 되는 날, 주파수 가격이 2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승자 밴드플랜(주파수 대역 조합)도 1에서 2로 뒤바뀌었다. 이날 매물로 나온 밴드플랜1과 2는 2.6㎓와 1.8㎓ 대역 주파수를 포함하고 있다. 이날 6라운드를 거치며 밴드플랜1은 1조 9,915억 원까지, 밴드플랜2는 2조 342억 원까지 올라갔다. 이날 주파수 경매는 24라운드까지 진행됐다. 주파수 가격이 2조 원을 넘어선 것은 주파수 경매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연속된 LTE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려는 KT와 이를 저지하려는 SK텔레콤·LG유플러스 진영 간 경쟁이 가열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밴드플랜2가 최종 승자 밴드플랜으로 결정되면 KT는 2차선 도로(주파수)를 4차선으로 넓히는 것처럼 연속된 LTE 주파수 대역을 확보, 두 배 빠른 LTE서비스를 경쟁사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제공할 수 있다.
앞서 경매 초반 KT는 밴드플랜 1을 승자 밴드플랜으로 만들려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진영의 공세에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두 배 빠른 LTE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이 포함된 밴드플랜2를 KT에 헐값에 넘기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주파수 경매, SKT ‘녹색’ KT ‘황색’ LG ‘적색’
9일간 치러진 주파수 경매 결과 SKT ‘녹색’ KT ‘황색’ LG ‘적색’불이 켜졌다.
우선 SK텔레콤은 이번 경매에서 3가지 이득을 취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역은 저렴하게 낙찰 받고 상대방은 비싸게 주파수를 가져가도록 했다. 또한 “미래부가 제시한 경매규칙을 지키면서 경매를 과열시키지 않아 소비자에게 과도한 경매대금을 전가하지 않도록 했다”는 명분까지 덤으로 얻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KT를 견제해 D2의 시초가인 2,888억 원의 경매 대금을 최종 낙찰가 9,001억 원까지 올렸다. KT는 오름입찰에서는 한 라운드 당 평균 200억 수준으로 1,000억 원 가량만 올렸지만 막판 밀봉입찰에서 4~5,000억 원 가량 돈을 더 쓰면서 이통 3사 중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됐다. 반면 SK텔레콤은 이통 3사 중 가장 저렴한 4,500억 원에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C2대역의 낙찰가격은 1조 500억 원이지만 기존 주파수를 반납하기 때문에 실제로 내는 돈은 낮아졌다. SK텔레콤은 이번 경매 규칙에 1.8㎓의 35㎒ 폭을 낙찰 받으면 2011년 9,995억 원을 내고 산 기존 1.8㎓의 20㎒를 반납하게 돼있다. 이에 35㎒에서 20㎒을 뺀 15㎒의 가격인 4,500억 원만 내면 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미 경매 전부터 C2 대역을 낙찰하기로 돼 있었다”면서 “이번 경매안은 SK텔레콤이 의도한대로 흘러가 내부적으로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이번 경매에서 가장 타격이 컸다. 실제로 SK텔레콤이 40라운드부터 밴드플랜을 옮기고 C2블록에 참여하면서부터 매일 5시간의 비상회의를 열고 대책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한 배를 타고 KT를 견제해주길 원했다. 이번 경매안에서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에 따라 전략이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매 초반에 SK텔레콤이 시나리오대로 움직여주면서 안도했으나 막판에 돌아서면서 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2.6㎓는 아직 국내에서는 사용되지 않은 주파수라 이통 3사 중 가장 가입자 수가 적은 LG유플러스가 장비를 투자하고 이 주파수를 개척하기란 쉽지 않다. 단말기 수급에 있어서도 이 대역을 이통3사 중 혼자만 사용하게 돼 향후 제조사와의 협력에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전략적인 선택으로 B2블록을 택한 것이지 주파수 경매에서 SK텔레콤에 밀렸다거나 불리한 대역을 가져간 것은 아니다”라면서 “합리적인 할당대가의 2.6㎓대역을 전략적으로 선택함에 따라 경매에 따른 비용부담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한편 KT는 그토록 원하던 KT인접대역이자 황금주파수인 1.8㎓의 D2블록을 손에 쥐게 됐다. 하지만 9,001억 원의 돈을 지출하면서 100%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했다. KT는 D2블록의 적정가를 5,000~6,000억 원 선으로 봤으나 다소 높은 9,001억 원에 낙찰 받은 것에 대해서는 D2 블록이 절실했던 KT가 밀봉입찰에서 이 블록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과감히 배팅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이 원했던 결과다. 밴드플랜과 블록을 옮겨가면서 KT를 견제한 것이 막판에 통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미 경쟁사에 비해 LTE-A 서비스가 뒤쳐져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D2블록을 통해 경쟁사보다 빨리 1.8㎓ 대역에서 광대역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은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KT 관계자는 “기존의 단말기 교체 없이 LTE 서비스를 할 수 있고 단기간 내에 고객에게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9,001억 원은 합리적인 금액”이라고 밝혔다.

이통 3사 “할당 받은 주파수로 광대역 LTE 준비하겠다”
LTE 주파수 경매가 끝나면서 이동통신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이통 3사가 주파수 경매가 완료됨에 따라 낙찰 받은 주파수를 이용해 광대역 LTE 서비스를 위한 준비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합리적인 가격대로 주파수를 낙찰했으며 할당 받은 주파수를 이용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LG유플러스는 기존에 노리던 1.8㎓ 대역을 낙찰 받지 못했지만 최저가이자 가장 저렴한 금액인 4,788억 원에 2.6㎓ 대역 40㎒폭의 주파수를 할당받아 만족하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는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2.6㎓대역을 할당받게 됨에 따라 LTE 전국망을 구축한 800㎒ 대역과 LTE-A망인 2.1㎓대역 등의 기존 LTE 주파수를 포함해 통신3사중 가장 많은 80㎒폭(쌍방향 기준)의 LTE 주파수를 확보했다”고 밝히며 “경쟁사의 광대역 서비스 일정에 맞춰 2.6㎓ 주파수를 활용한 광대역 서비스 경쟁에서도 LTE에서처럼 선두를 지켜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밴드플랜1에서 꾸준히 KT를 견제해 경매 대금을 올리고 막판에 실리를 추구하기 위해 밴드플랜2로 옮겨 1.8㎓ 대역을 낙찰 받음으로써 기존 목표를 달성한 SK텔레콤은 올해 안으로 수도권, 내년 7월까지 전국에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실시해 KT와의 속도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1.8㎓를 지원하는 베가레이서2, 갤럭시S3, 아이폰5 등 기존 LTE폰(총 20종) 이용 고객은 별도의 휴대폰 교체나 요금제 변경은 없이 최대 100Mbps의 광대역 LTE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C2 대역은 기존 1.8㎓ 주파수의 광대역화 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대역”이라며 “이미 1.8㎓ 대역에서 LTE-A로 84개시 서비스를 제공 중이므로 2.6㎓ 대역대비 짧은 기간 내에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C2 대역을 통해 확보하는 추가 용량은 전국적으로 더 많은 LTE 고객이 당사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KT는 인접대역인 1.8㎓ D2 블록을 할당받음에 따라 별도의 투자비용 없이 현재보다 4배 빠른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KT는 “국내 최초로 고품질의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900㎒ 간섭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세계 최고 수준의 LTE 품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차세대 LTE서비스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질 좋은 서비스로 국민 편익을 증진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모바일 브로드밴드 기반의 콘텐츠 사업을 활성화시키고 네트워크 투자도 적극 시행하여 국가 ICT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며 “기존의 단말기 교체 없이 LTE 서비스를 할 수 있고 단기간 내에 고객에게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KT의 광대역 서비스는 9월 서울, 10월 수도권, 2014년 3월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광역시에 이어 2014년 7월 전국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또 내년 3분기에는 1.8㎓ 주파수의 20㎒폭과 900㎒의 10㎒폭을 합쳐 최대 속도 225Mbps의 기존보다 3배 빠른 LTE 서비스도 제공한다.
표현명 KT 사장은 “아직 1년여 정도 기간이 있는 상태로, 내년 3분기 정도면 이에 맞는 신형 칩이 만들어 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현재 150Mbps보다 더 빠른 속도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지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KT가 열세를 만회할 기회를 맞았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손해를 본 것도 아니다”며 “앞으로는 영업 전략과 비용 효율화 등 일상적인 경쟁 변수가 좀 더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