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입는 데 쓰는 돈 경제적 부담 가장 크다

식생활비, 교육비 제치고 경제적 부담 1위…10명 중 3명 “나는 하류층”

2013-10-02     신혜영 기자

최근 국내 소비자들 가운데 기본적인 소비생활 비용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월5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13 한국의 소비생활지표’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국내 소비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느낀 소비품목이 교육비를 제치고 식생활비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경기침체가 오래 지속되면서 그만큼 국민들이 느끼는 생활이 여유가 없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생활지표는 소비자의 소비생활수준, 소비경험, 소비자 정책환경의 현상과 변화를 진단할 수 있는 대표적 소비지표로 지난 1997년 이후 15년 만에 발표됐다.

식생활비, 교육비 제치고 경제적 부담 1위
한국의 소비생활지표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식생활비로 인해 경제적 부담을 느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26%로 지난 2011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1999년과 2002년 조사에서 연달아 1위를 차지했던 교육비는 소비자의 21.5%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응답해 2007년, 2011년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의료비와 의생활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도 각각 8.2%와 6.9%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의식주 및 의료비용과 같이 기본적인 소비생활 비목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생활(7.5%) 영역에서는 소비자의 31.1%가 의복 가격이 품질에 비해 비싸다고 응답했다. 정보통신생활(5.6%) 영역에서는 고가의 휴대폰 단말기 가격을 문제점으로 인식한 소비자가 23.2%였다. 특히 20대~30대 소비자 네 명중 한 명은 휴대폰 단말기 가격에 부담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본요금과 가입비 등의 부담을 문제로 인식한 소비자도 21.2%로 나타나 통신기술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증가한 통신서비스 비용이 소비자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지난 9월5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연령별 소비구조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별 생활비 지출 규모는 월 240만 4,000원으로 나타났다. 40대가 293만 9,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50대가 287만 8,000원, 20대가 205만 3,000원, 30대 198만 3,000원, 60대 이상 189만 8,000원 순으로 조사됐다.
올해 생활비 지출 규모가 작년에 비해 올해 ‘늘었다’는 응답이 전체의 54.7%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변함없다’ 36.0%, ‘줄었다’ 9.3%로 나타났다. 생활비가 작년에 비해 올해 ‘늘었다’는 응답은 기혼, 40대, 3자녀 가구, 화이트칼라, 호남지역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20~30대는 생활비 중에서 ‘식료품비’와 ‘주거비’를, 40~50대는 ‘자녀 교육비’를, 60세 이상은 ‘주거비’를 가장 부담스러워했다.
생활비 가운데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으로는 전월세, 관리비 등 주거관련 지출이 22.1%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식료품비와 교육비는 각각 21.5%, 21.4%를 차지했다. 소득이 낮을수록 주거비와 식료품비 등 의식주 관련 부담이 높았고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 교육비 부담이 컸다.
한편 생활비 관리는 ‘아내’가 한다는 응답이 기혼자의 59.8%로 가장 많았고 ‘공동으로’는 22.7%에 그쳤다. 연령별로 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아내’가 관리한다는 응답 비율은 높아지고, ‘공동으로’ 관리한다는 응답 비율 역시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졌다. ‘각자’라는 응답 비율은 젊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소득수준별로 보면, 소득이 높을수록 ‘아내(어머니)’가 관리한다는 응답률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도시특성별로 보면, 읍면지역에서 중소도시, 그리고 대도시로 커질수록 ‘아내(어머니)’라는 응답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만족도가 높은 소비생활 영역 ‘문화·여가생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의식주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생활 영역은 교육, 의료, 문화·여가생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경험한 소비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 수준은 4점 만점에 2.86점으로, 문화·여가생활 영역의 만족도는 4점 만점에 2.95점으로 전체 12개 영역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의식주생활이 평균 이상인 2.87~2.92점으로 조사됐다. 특히 문화·여가생활에 대해 20대와 30대에서 각각 84%와 82%가 만족한다고 응답해 중장년층에 비해 젊은 층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5대 소비생활 영역 가운데는 교육서비스와 의료서비스가 각각 2.67점과 2.79점으로 평균 2.86점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반면 관혼상제 서비스 부문 만족도는 2.6점으로 가장 낮았다. 소비자의 24.7%가 서비스 가격이 품질에 비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용약관 및 거래조건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응답도 16.1%를 차지했다.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중도해지 및 환급 거절을 경험한 소비자도 9.3%로 나타나 관련 거래환경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나라 소비자 대부분이 대형마트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1회 이상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87.3%에 달했고, 편의점은 70.1%, 재래시장도 67.9%였다. 인터넷 쇼핑 이용자의 비율은 54.9%로 2011년 조사결과에 비해 4.5%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 1년 사이 부상한 소셜커머스 이용률이 22.7%로 조사됐다.
생활협동조합과 생산자·판매자 직거래는 이용률이 11.7%와 21.7%로 낮은 수준이었으나 이용 만족도는 3.21점과 3.19점으로 대형마트 3.01점 등 다른 거래형태보다 높았다.

44.8% 소비자피해 경험, 가장 높은 거래방식은 특수거래
최근 1년 이내 소비자피해를 경험한 소비자는 44.8%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의 피해경험율이 51.2%로 가장 높았는데, 20대의 41.2%, 30대의 42.4%에 비해 9~10%p 높은 수준이었다. 지역별로는 충청권 소비자의 피해경험률이 53.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강원권 50%, 호남권 48.6%, 수도권 47.4%순이었으며, 영남권 소비자의 피해경험률이 33%로 가장 낮았다. 그 중에서도 소비자 피해경험률 역시 식생활(7.9%) 영역이 가장 높았다.
수입산 농·축·수산물의 안전성이 불안하다고 인식하는 소비자가 85% 이상이었고, 국내산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도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학교 앞이나 단체급식소, 휴게소, 일반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에 대한 불안감도 높은 수준(70% 이상)이었다. 식생활비 지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수입 농수축산물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10명 중 8명은 수입산 먹거리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용률 대비 소비자 피해경험률이 가장 높은 거래방식은 특수거래로 전화권유판매 이용자의 34%, 다단계판매 이용자의 27.5%, 방문판매 이용자의 16%가 소비자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피해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의료, 금융 서비스 정보부족 주요 소비자문제로 인식
정보비대칭이 심한 의료, 금융 시장에 대한 정보부족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서비스의 경우, 의료서비스·진료비·약제비 등에 대한 알 권리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71.3%, 병원·의사 선택을 위한 비교정보가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소비자도 67.1%에 달했다.
금융서비스의 경우, 금융사기 피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소비자가 56.7%로 나타났다. 금융상품 선택에 필요한 비교정보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소비자도 53.2%였다. 상당수 소비자들이 금융서비스 이용과정에서 불안감과 정보부족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상품 구매 시 상품의 특성에 대한 설명을 제공받지 못하는 등 불완전판매 문제를 경험한 소비자도 16.5%에 달했다.

“나는 하류층” 34.8%로 역대 최대치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년간 여섯 차례에 걸쳐 소비생활 계층 귀속의식을 조사한 바 있다. 올해 조사결과에서 자신의 소비생활 수준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62.5%로 2007년(71%) 조사결과 대비 8.5%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신이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의 비율은 34.8%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년 간 여섯 차례 소비생활 계층 귀속의식 변화를 조사한 결과 자신이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30%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순영 소비자원 정책개발팀장은 “최근 의식주와 같이 기본적인 생활영역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과 시장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전체의 42.8%에 달하는 ‘주관적 하위 중류층’ 소비자의 소비생활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한국의 소비생활지표를 지속적으로 발간해 국민소비생활 동향을 점검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자정책 추진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