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장인정신을 담고 있는 ‘고도리 와이너리’
“한국에 맞는 한국다운 와인을 먹자”
영천시는 한국 최고의 우수품질의 포도재배가 가능한 지역이다. 비옥한 토성과 내륙 분지성 기후로 미량영양성분이 풍부한 포도로 고품질의 와인생산을 위한 영천시는 클러스터사업을 합께 하고 있다. 이런 지형적인 특성에 맞게 포도를 이용한 와인산업이 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향토자원을 이용한 지역경제 향상 및 도시민들의 체험공간을 마련하는 등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자신만의 노하우와 연구로 자부심을 가지고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영천시 고경면 고도리에 위치한 고도리 와이너리(www.고도리와인.kr) 최봉학 대표를 만나보았다.
한국다운 맛, 고도리 와인
전국 최대 재배 면적(1,668㏊)을 자랑하는 영천의 복숭아는 풍부한 일조량과 적합한 토질 덕에 당도가 높다. 또 영천 포도는 강우량이 적고 일조량이 풍부한 재배 환경으로, 당도가 높고 맛과 향이 좋기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품종으로 캠벨과 거봉을 생산하는 이 지역에서 와인산업이 성황리에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포도 최대 주산지인 영천의 포도가 명품와인으로 되고 있으면서, 한국에서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완성시키기에 한국다운 맛을 느끼는 와인을 영천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고도리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최봉학 대표는 “영천은 전국 제일의 포도 주산지로, 품종 또한 다양하다”고 하며 “영천 캠벨은 단맛과 과즙이 많은 것이 특징이고, 거봉은 송이가 크고 씨가 적으며 육질이 연한데다 단맛이 높고, 영천의 지리적 특성으로 머루포도(MBA)도 맛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여러 나라의 와인이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게 맞는 가장 한국적인 와인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 많았다. 세계 여러 나라의 입맛은 다양한데, 기존에 유통되는 와인의 맛에 길들여져 그것만 맛있다고 느껴지겠지만, 한국인은 한국다운 와인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 대표는 사람들이 아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와인보다 직접재배하고 가꾼 한국다운 맛의 와인을 권유한다.
혼과 열정을 담은 와인
마을이름이 ‘고도리’이기에 ‘고도리 와이너리’라는 상호로 운영하고 있는 최봉학 대표는 선친의 논을 포도밭으로 재개간해 20년 동안 포도농사를 지었다. 그러다 지금으로부터 7년전부터 영천시에서는 와인 클러스터 사업이 시작되면서 와인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과수농사만으로는 큰 소득을 얻기 힘들다고 생각해 고부가가치산업에 대한 관심이 있던 때라 더욱 열의를 가졌던 것 같다”고 했다. 최봉학 대표는 와인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7년 전, 농업기술센터에서 와인 강좌를 수강하면서 와인과의 인연이 닿았다. 이후 2년에 걸쳐 강의를 들었고,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공부를 하면서 다른 와인산업 하는 곳과 차별성을 둬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미국 소믈리에 자격증 CSW를 땄고, 현재 영국 소믈리에 자격증인 WSET를 공부 중에 있다. 이렇게 이론적인 공부를 마무리하고, 2008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와인에 대한 열정이 배움과 더불어 생산에도 접목되었다. 최봉학 대표는 “와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료”라고 강조하며, “똑같은 품종이라도 떼루아가 다르기 때문에 와인의 맛도 달라진다"고 전했다. 이 ‘떼루아’는 즉 포도가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토양, 강수량, 태양, 바람, 배수, 재배법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고도리 와이너리는 전통와인 떼루아에 맞는 농법을 사용한 저농약 인증 및 GAP 인증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이 포도로 우리나라 최고의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고 있어 어느 곳보다 맛과 품질에 있어 자신 있는 모습을 내비친다.
수많은 연구와 노력 끝에 최 대표가 거봉으로 만든 화이트와인은 지난 2011년 10월17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주최하고 (사)한국전통주진흥협회가 주관해 서울에서 열린 ‘2011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는 큰 성과를 이루어냈다. 예선대회에서 청도 감와인, 예산 사과와인, 고도리 거봉와인이 나란히 수상해서 본선에 진출했는데 본선에서는 경북에서 유일하게 고도리 와인이 우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을 대표하는 명주육성에 적합한 제조장 시설, 위생 및 품질관리 등 지속적인 생산이 가능한 제조업체 역량을 평가하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여 우수상을 수상한 고도리 와이너리는 그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최 대표는 “거봉으로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주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하면서 “특히 거봉이 원료이기 때문에 싱겁지 않을까 하면서 화이트 와인을 선보였는데, 예상밖의 호응으로 향과 맛이 좋다는 품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고도리 화이트 와인은 거봉 포도로 만들어지며 풍부한 산과 달콤한 과일향이 곁들어 풍부한 아로마틱한 향을 낸다. 최 대표는 직접 재배한 거봉으로 화이트와인을 만들고, 머루포도(MBA)로 레드와인을 만든다. 또 올해 출시한 MBA머루포도로 만든 아이스와인은 당도가 높고 향이 깊어 여성들이 많이 찾고 디저트로 마시기 적당하다. 그는 “식용 포도의 당도가 20브릭스(Brix) 정도인 데 비해 와인용 포도는 27~28브릭스”라며 “먹기엔 ‘달아서 아리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렇게 해야 와인의 맛이 풍부해진다”고 전했다.
와이너리의 발전을 위해
고도리 와인은 신토불이 장인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말하는 최봉학 대표는 우리나라만의 독보적인 와인 책자가 발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와인을 평가할 기준이 해외의 특정 지역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하는 최봉학 대표. 그는 “우리나라 와인도 충분히 우수하기 때문에 평가할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잣대를 달리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한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토양과 기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런 환경조건에서 재배되는 원재료인 포도역시 맛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 대표는 우리나라 와이너리 산업과 와인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더욱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수한 농민이었기에 어느 누구보다 농민들의 심정을 잘 아는 그는 20여 년간 전국농민운동에 참여해 농민들의 어려운 점을 토로했다. 최 대표는 농산품 제값받기 운동과 최소생산비 제도화를 추진하면서 농민들이 설 자리를 마련했고, 그 때문에 영천시농민회 뿐 아니라 고경면에서 이뤄지는 지역 행사에 많은 참여를 해왔다. 포도와 복숭아 농장을 가꿔오면서 여러 우여곡절이 많은 날을 보내왔지만, 그렇기에 더욱 인정받고 가치를 평가 받는 것은 아닐까. 그는 “정성을 다하면 좋은 술을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아래 기본은 배우고 정성을 다해 만드니까 술도 알아서 익어준다는 신념으로 만든다”며 항상 올곧은 신념으로 와인을 생산해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앞으로 최봉학 대표의 이런 울림 있는 말과 더불어 자부심을 가진 와이너리 농장이 더욱 늘어나 영천와인산업의 가시적성과에 이어 여러 국제 대회에서도 ‘한국와인산업의 메카 영천와인밸리’라는 명성에 맞게 성장해나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