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 속 전세대란 우려가 현실로 오나

하반기 입주물량 2만 9,177가구…저금리 기조로 전세 매물 월세 매물로 전환

2013-08-30     신혜영 기자

지난 8월6일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올 하반기 (7월~12월)에 입주예정인 아파트는 47곳, 2만 9,177가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 이후 2010년까지 하반기 수도권 입주물량은 2006년이 6만 4,149가구로 가장 적었다. 하지만 올 하반기 입주물량은 이에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또 가장 많았던 2010년 하반기 입주물량인 7만 3,562가구에 비하면 39.6%에 불과하다. 이후 2011년 하반기에는 2006년보다 1만 가구 이상이 적은 5만 1,184가구, 2012년에는 5만 8,511가구에 그쳤다. 또 2013년 2만 9,177가구에 이어 2014년엔 3만 3,073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한편 수도권 아파트 연간 입주물량은 IMF사태 여파로 아파트 건설이 중단되면서 2002년 12만 3,802가구로 바닥을 친 뒤 2003년부터 완만하게 증가세를 보여 왔다.
2005년에 16만 9,522가구에 달해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수도권 최대 입주물량을 기록했다. 이후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13~15만 가구씩 안정적으로 공급됐다.
하지만 2009~2010년 동탄1 등 2기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 입주로 ‘경기권 입주폭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수도권 입주물량은 2011년부터 급감하고 있다.
2011년 9만 4,255가구로 10만 가구 미만으로 떨어진 후 2012년 9만 6,674가구에 이어 2013년에는 7만 3,168가구로 역대 최저 입주물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4년에는 6만 4,252가구에 그쳐 최저 입주물량 기록이 경신될 예정이다.
서울의 경우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 9,468가구다. 이중 강남권 입주물량은 3,767가구에 불과하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부동산 분양물량은 총 43곳으로 2만 4,802가구(임대포함)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는 그동안 분양시기를 늦춰왔던 건설사들이 대거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는 정부가 ‘취득세 영구 인하’ 관련 개정법 시행까지 소급적용하지 않을 뜻을 밝힘에 따라 수요자들이 개정법 시행 전까지 대기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취득세 영구 인하’ 조치가 시행되기 전까지 기존 주택 거래 중단은 물론, 건설업체들의 신규분양 일정에도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8월 분양시장은 얼어붙었던 7월보다는 활발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전셋값 폭등 내년까지 계속 될 듯
신규아파트 입주물량 감소는 전세수요 증가에 반해 전세공급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전셋값 폭등을 주도하고 있는 강남권의 경우 입주물량이 2011년까지는 매년 1만 가구가 넘었으나 2012년 3,095가구로 3분의 1로 급감했다. 올 하반기(3,767가구)에도 같은 추세가 계속될 예정이어서 전세난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닥터아파트 김수연 팀장은 “전세공급량 부족과 수요초과라는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전셋값 폭등은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 2014년에도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봄에 4억 3,000만 원이던 금호자이 33평형대 전세의 경우 현재 3,000만~4,000만 원이나 올랐다. 잠실 리센츠 33평형대 전세는 1년 새 무려 1억 2,000만 원이 올랐다.
약수역 일대 2,300가구의 대단지인 ‘약수하이츠’ 57㎡는 7월 중순 2억 6,000만 원에서 8월초 2억 8,000만 원까지 올랐다.
동대문에 위치한 ‘전농동 SK’, ‘답십리동 경남’ 등도 모두 1,000만 원 이상씩 값이 뛰었다. ‘미아동 경남아너스빌’과 ‘벽산라이브파크’는 일주일 새 5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올랐다.
김포한강신도시푸르지오아파트 59㎡ 전셋값은 융자가 없는 경우 1억 5,000만~1억 6,000만 원이다. 매매가가 2억 4,000만 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전셋값 비중이 62%를 웃돈다.
서울 지역에 있는 아파트의 3.3㎡당 전세가격이 평균 900만 원대를 넘어섰다. 이는 2011년 7월(8일 기준, 800만 2,300원) 800만 원대를 돌파한 후 2년 만이다.
전세가격은 지난 8월 본격적인 휴가시즌 영향으로 오름폭이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매매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와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전세가격이 저렴한 외곽지역으로 수요가 확산됐다.
수도권(0.18%)은 50주 연속 상승했으나 오름폭이 둔화된 반면, 지방(0.06%)은 전 주와 동일한 변동폭 수준을 유지하며 5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시도별로는 서울(0.22%), 세종(0.21%), 경북(0.18%), 대구(0.18%), 경기(0.17%), 인천(0.14%), 대전(0.12%), 충남(0.07%), 전북(0.04%), 전남(0.03%) 등순으로 상승했다. 규모별로는 135㎡초과(0.31%), 85㎡초과~102㎡이하(0.25%), 102㎡초과 ~135㎡이하(0.13%), 60㎡초과~85㎡이하(0.12%), 60㎡이하(0.09%) 순으로 나타나 모든 규모에서 일제히 상승세를 유지한 가운데 대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전세가격은 통상 여름은 비수기로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지만 최근 경우 매물 부족이 심해지면서 계절적 요인과 관계없이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저금리 기조로 전세 매물이 월세 매물로 전환하면서 전세가 부족해졌고 특히 수도권 전셋값에 불이 붙은 양상이라 전셋값 상승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 아파트값 5주 연속 하락
반면 지난 8월8일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값이 5주 연속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5일 기준으로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주 대비 0.04% 하락, 전세가격은 0.12% 상승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말 대비 매매가격은 0.13%, 전세가격은 3.65% 올랐다.
수도권(-0.09%)은 10주 연속 하락한 가운데 서울 동남권 지역이 가격 하락을 주도하며 지난주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지방(0.00%)은 3주 연속 보합을 유지했다.
시도별로는 서울(-0.15%), 세종(-0.10%), 전남(-0.09%), 대전(-0.08%), 울산(-0.08%), 경기(-0.07%) 등순으로 하락한 반면 경북(0.18%), 대구(0.15%) 등은 상승했다.
서울은 11주 연속 하락세를 유지한 가운데 강북(-0.11%)은 지난주보다 낙폭이 다소 둔화된 반면 강남(-0.17%)은 낙폭이 확대됐다. 구별 등락폭을 보면 서초구(-0.43%), 강남구(-0.25%), 양천구(-0.25%), 동대문구(-0.24%), 성북구(-0.22%), 도봉구(-0.20%) 등순이다.
규모별로는 135㎡초과(-0.12%), 85㎡초과~102㎡이하(-0.08%), 102㎡초과~135㎡이하(-0.07%), 60㎡초과~85㎡이하(-0.04%), 60㎡이하(-0.04%) 순으로 나타나 모든 규모에서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한 가운데 대형 아파트가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

거래절벽·전세대란 여전히 심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1,766건으로 지난달(6월 9,030건) 거래량의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비수기인 지난해 같은 기간(2,783건)과 비교해서도 36%나 적다.
이는 6월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와 비수기 등이 겹치면서 주택거래가 급감, 거래절벽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더욱이 취득세 영구 감면 논의가 시작되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아예 주택 취득 시기를 미뤄 주택수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동산114 이미윤 책임연구원은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 거래량이 급감하는 ‘거래절벽’ 현상도 과거보다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서 소비자는 주택 구입비용 부담을 과거보다 추가로 더 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가 꺾이면서 전세에만 수요가 몰리고 있으며,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 추진 소식 등에 따라 거래 물량이 거의 없는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부동산써브 김미선 선임연구원은 “올 하반기에도 상위 10% 주택에 대한 매매가 하락과 전세가 상승 양상은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취득세 감면 종료로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하반기에도 매매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이 적은데다, 전세가는 비수기임에도 상승 폭이 커지고 있어 가을 이사철 전세난이 예고된다”고 말했다.

월세물량은 포화…4개월 연속 월셋값 하락
월셋값 역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월세는 늘어나는 수요에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월세는 물량이 많이 나와 있는 데다 시중 금리도 낮아지고 있어 그에 맞게 가격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85㎡ 기준으로 최저 ‘월 100만 원’이 된지 오래다.
지난 8월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전환율은 6.68%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12월 10.04%보다 3.36%포인트 하락해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은 7월 말 기준 8개 시·도와 수도권 주택 월세는 작년 말보다 0.5%, 0.9% 각각 내렸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5만~20만 원 깎아주거나 보증금이라도 낮춰주는 게 요즘 추세다”라며 “논현동이나 역삼동의 보증금 1,000만 원, 월 100만 원짜리 오피스텔이나 빌라의 경우 보증금을 깎아주거나 월세를 시세보다 단돈 5만 원이라도 낮추지 않으면 쉽사리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주택 분양 축소, 시장회복 기대
최근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전세값과 관련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셋값이 오르는 원인을 분석하면 하나는 저금리 기조 때문에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측면이 있고 다른 하나는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충족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주택시장을 활성화를 통해 전세값 상승 요인을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놓은 4.1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의 주요내용은 공공주도의 공급물량을 축소한다는 것이다. 공공과 민간 물량을 줄여 부동산 경기를 안정화 시키겠다는 것이 정부가 내놓은 후속조치다.
후속조치 안을 살펴보면 우선 사업이 초기단계인 경우 사업성 등을 감안해 지구지정을 해제(고양풍동2)하거나 지구 면적을 축소(광명시흥 등)하는 방식을 통해 총 2만 9,000가구를 감축할 계획이다. 사업이 진행 중인 지구는 공공분양주택의 비율을 축소하거나 연차별 사업승인 시기를 조정한다.
공공분양주택의 청약물량과 시기도 조정된다. LH가 분양예정인 공공 분양주택 분양을 2016년까지 5만 1,000가구로 줄이되, 우선 내년까지 2만 9,000가구를 축소함으로써 청약물량 조정효과를 조기에 가시화 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주택공급도 보증지원, 리츠 등 금융수단을 활용해 분양예정물량을 후분양으로 유도하거나 일정기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분양성 평가비중을 확대하고, 이에 기초한 보증료 차등도 확대해 미분양 위험이 큰 사업장의 신중한 추진을 유도할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4·1부동산 대책 후속조치에 대해 매매 시장에 온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현재 주택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과잉”이라며 “이번 후속대책이 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공공주택 분양 축소는 시장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