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파워 인적쇄신, ‘박근혜식 정치 실험’ 성공할까

안정과 균형’의 청와대 참모진 구축…강력한 국정 드라이브 예고

2013-08-30     편집국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이고 대대적인 청와대 인적쇄신을 통해 하반기 국정운영의 문을 열어젖혔다. 올 상반기 정부 출범과 첫 조각, 주요 국정과제 정리 등 ‘시스템 구축’에 집중했던 박 대통령이 그동안 ‘문제 인사’로 지적됐던 참모들에 대한 깜짝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국정 드라이브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령이나 경력 면에서 원로급에 해당하는 일부 인사가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파격적으로 기용된 데에는 ‘일하기 위한 참모진’을 구성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대론 안된다’ 비판수용 靑인적 쇄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인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통령은 새 정부가 출범 이후 5개월여 동안 새로운 국정 철학에 맞게 정책기조와 계획을 세우면서 과중한 업무와 책임 속에서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 온 비서실장과 수석들의 노고에 감사하면서, 하반기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청와대 인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청와대 인적쇄신이 정책 드라이브와 ‘새로운 출발’이라는 두 가지 목표하에 이뤄졌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인사를 통해 그동안 자질 논란에 휩싸였던 청와대 참모진 상당수가 교체됐다. 허태열 비서실장은 원만한 성격으로 새 정부 출범 초기 조직 관리 면에서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윤창중 파문’ 등을 거치면서 정무적 능력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 곽상도 민정수석은 수석실 세팅 과정에서부터 끊임없이 잡음이 제기된 데다 불통 이미지까지 겹쳐 그동안 교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돼 왔다. 최성재 고용복지수석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은 전문가 출신 발탁 케이스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그동안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측근들과 상대적으로 원로급 인사들이 발탁된 것 역시 ‘일하기 위한 참모진’을 구성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김기춘(74) 신임 비서실장은 경력(검찰총장, 법무장관, 3선 의원)이 화려하고 대표적인 원조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로 꼽힌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지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의 판단을 도왔던 이른바 ‘원로 7인 그룹’의 일원이다.
윤창번(59) 신임 미래전략수석 역시 정보기술(IT) 전문가인 동시에 지난 대선 과정은 물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론과 ‘정부 3.0’ 구상을 가다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정책 참모다.
박준우(60) 신임 정무수석, 홍경식(62) 신임 민정수석 등은 전임자들보다 연령과 경력 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안정감 있는 인사들로 분류된다. 박 신임 수석은 유럽연합(EU) 대사와 벨기에 대사, 외교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다. 외교관 출신이 정무수석에 기용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지만 청와대는 “뛰어난 협상력과 정무적 판단력을 갖췄다고 평가돼 왔고, 대사 재직 시에 탁월한 외교 역량을 보여줬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홍 신임 수석도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 법무부 검사적격심사위원회 위원장,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최원영(55) 신임 고용복지수석은 보건복지부 기조실장과 차관을 지냈다.

‘새로운 출발’ 對 ‘국민과 싸우자는 인사’
박근혜 정부 제2기 청와대 비서진이 출범과 관련해 정치권도, 언론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내각이나 비서진 개편 인사 때마다 거의 반복되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청와대는 인사에 대해 자화자찬에 나섰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맞장구를 치고, 민주당과 진보당 등 야당은 “국민과 싸우자는 인사”라며 혹평을 내놓았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번 비서실 개편과 관련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과중한 업무와 책임 속에서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 온 비서실장과 수석들의 노고에 감사하면서 하반기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청와대 인선을 결정하였다”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신임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 이 수석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3선 국회의원과 국회법사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입법, 사법, 행정에 걸쳐 탁월한 경륜과 역량을 갖춘 분으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종합적인 균형감각을 갖춘 분”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서진 개편에 대해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새로 임명된 신임 비서실장 및 수석들은 해당 분야에서 경륜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에 맞게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적합한 인사로 평가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당사를 예방한 새 비서진들에게 “국민들이 바라는대로 안정감과 속도감을 내는 강력한 박근혜 정부의 추진로켓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존경하고 박근혜 정부의 탄생 때부터 큰 힘이 되어주었던 김기춘 실장님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반색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새누리당과는 달리 야당의 평가는 혹평 수준이다. 민주당, 진보당, 정의당 등 야당들은 일제히 김기춘 비서실장의 경력을 거론하며 부적절한 인사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신임 비서실장은 국회의장인 강창희, 탄핵의 주역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용갑 전 의원 등과 더불어 7인회라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 자문모임의 멤버이며, 유신헌법을 초안하고, 중앙정보부 대공 수사부장 경력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주도 등의 이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 특히 김 실장은 199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영남 기관장들과 함께 김영삼 후보 당선을 위해 “우리가 남이가?”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초원복집 사건의 장본인이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과거에 공작정치를 한 사람으로서 엄중한 정국상황에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앞으로 청와대 비서실을 김기춘 실장과 이정현 수석이 주도해서 국정을 농단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 주시고 그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대한다”며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임명한 것과 관련, “한여름 납량특집인사”라며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김기춘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에게는 가장 어울리는 비서실장일지 모르나 우리 국민들에게는 가장 끔찍한 인선”이라고 지적하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정국이 얼어붙은 마당에 원조 정치공작 책임자를 비서실장으로 앉힌 것은 현 사태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과 판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비서실장의 자리가 대통령의 복심이고 측근이라는 점을 백번 이해한다 하더라도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인사는 실망스럽고 암울하다. 국정조사에 대통령이 나서라는 야당의 목소리를 이번 신임인사로 깔아뭉개시겠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며 비판에 목소리를 보탰다.

청와대 개편의 숨은 코드는 따로 있다(?)
이번 비서실 개편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PK(부산·경남)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경남 거제 출신의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기 때문. 허태열 전임 비서실장(경남 고성) 역시 PK 출신이었다.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비서실장 자리에 PK 출신 인사를 연이어 등용한 것이다. 아울러 민정수석과 고용복지수석비서관에 임명된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은 경남 마산,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은 경남 창녕 출신이다. 최 수석의 전임인 최성재 전 수석(경남 고성)은 같은 PK 출신이지만, 홍 수석의 전임인 곽상도 전 수석(대구)은 박 대통령의 지역구인 TK(대구·경북) 출신이었다. 이로써 청와대 참모진 중 PK 출신 인사는 기존 1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반면 이정현 홍보수석(광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강원 원주), 조원동 경제수석(충남 논산),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서울), 유민봉 국정기획수석(대전),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서울), 박준우 정무수석(경기 화성) 등 다른 참모진은 고른 지역적 분포를 보인다. 오히려 곽 전 수석의 경질로 청와대에서 TK 출신 인사가 종적을 감췄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류우익 전 실장(경북 상주)을 임명했다. 이 전 대통령의 초기 인사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영포(영일·포항)라인으로 표현될 만큼 지역적 편중이 뚜렷했다.
이후 정정길(경남 함안)·임태희(경기 성남)·하금열(경남 거제) 비서실장을 거치면서 청와대 내 지역색은 다소 완화됐지만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경북 포항),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경북 포항),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경북 칠곡) 등 소위 영포회 멤버들이 한동안 권력 실세로 활동했다.
박 대통령 역시 정부 출범 당시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인선에서 영남 출신 인사들을 대거 등용했다. 하지만 그 구성을 보면 차이는 확연하게 나타난다. 내각의 정홍원 국무총리(경남 하동)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부산), 청와대의 김기춘 비서실장(경남 거제)과 박흥렬 경호실장(부산) 등 4명이 PK 출신이다. 반면 TK 출신 인사는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경북 영덕),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경북 의성),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경북 경산) 등 3명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출생지이자 지역구인 대구에서는 장관급 이상 공직자가 한 명도 선출되지 않았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본인의 연고지보다 PK 감싸기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이 지역이 갖는 상징성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 과거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부산·경남 지역은 최근 민심이 빠르게 동요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야권 도지사가 탄생했고,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는 두 명의 민주당 의원이 탄생했다. 특히 조경태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부산 3선이라는 진기록을 연출했다. 여기에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선 부산 유권자의 39.9%가 문재인 민주당 의원에게 표를 던졌다. 40% 가까운 부산 시민이 새누리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박 대통령 개인적으로도 PK 지역이 갖는 의미는 크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후보 시절 해양수산부 부활을 약속하고, 부산 시민들의 숙원사업이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부활한 해수부 청사의 입지는 세종시로 선정됐고, 신공한 건설은 정부 지방공약가계부에서 제외됐다. 이 같은 상황들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의 이번 PK 출신 인사 발탁은 지역 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측면이 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달 첫 지방순방 일정으로 부산을 택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추진, 속도 낸다
박 대통령의 비서실 개편과 관련,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박 대통령이 지난 8개월간 자기 정치를 하기엔 내·외부의 환경이 좋지 않았다”며 “그렇지만 지지도 60%를 회복한 상황에서 이번의 전격적인 청와대 인사 개편은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와 더불어는 그는 가까운 시일내 내각의 개편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 박사는 청와대 개편에 대해 “김기춘 비서실장은 75세의 고령이고 소위 7인회 멤버이자 ‘초원복집 사건’에도 연루된 인사여서 여론이 좋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7인회의 일원이라는 것은 결국 언론이 만든 것이고, ‘초원복집 사건’도 이후 김 실장이 3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어느 정도 희석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비서실장은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필요하고 검증된 사람을 써야하니 인재풀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박 대통령이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 기용한 것으로 본다”고 옹호했다.
고 박사는 “정작 이해가 안 되는 것은 30년 경력의 전문 외교관 출신의 박준우 정무수석이다. 국내 정치부분을 맡길 인사로는 보이지는 않는다”며 “굳이 해석하자면 박 대통령이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남갈등이 생길수도 있으니 그 부분을 보조하라는 의미일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고 박사는 “이번 인사가 상당히 낡은 흑백 영화 보는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며 “그런데 이건 이번 인선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자체가 그런 색과 이미지를 보여 왔고 그런 점이 약간은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추구하는 ‘자기정치’의 내용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고 박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하고 싶은 정치로 ‘서민을 위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정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정치는 23살 때 5년 4개월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시작됐다”며 “고 육영수 여사처럼 소외된 이들을 만나고 그들을 다독거리는 일들을 주로 했다”고 지적했다.
고 박사는 또 “박 대통령의 정치 시작이 서민과의 만남이었고, 대기업을 무서워하는 것도 아니니, 박 대통령의 성향은 서민을 위한 복지확대와 중소기업 활성화에 가깝다”며 “지난 6월 기준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기간 중 약속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90% 정도 제정됐다”고 밝혔다.
고 박사는 “야당 기준에서는 미흡할지는 모르겠지만, 박 대통령 기준에서는 충분히 달성한 것이고, 법 제정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인데 박 대통령은 실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경제민주화 실천미비 프레임으로 박 대통령을 공격해도 선거를 좌우하는 중도층이 동의할 것 같지 않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