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종 치료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Propranolol 치료제로 영유아 2명의 혈관종 완전 소실돼”
혈관종은 혈관의 상피세포가 증식하는 양성종양으로 소아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양성종양이다. 안면부에 가장 많이 발생(60%)하지만 안면부 외에 전신의 피부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고, 간, 콩팥, 뇌, 기도 등 내부 장기에도 발생 가능해 혈관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육종인 암과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정혜림 교수는 기존의 치료법보다 부작용이 줄고 재발 위험성이 낮은 새로운 치료법을 발표하였다.
혈관종 환자에게 propranolol 투여 부작용과 재발확률↓
혈관종은 출생 시에 매우 작거나 보이지 않다가 생후 첫 2~3개월간 급격히 커져 생후 1년까지 커졌다가 대부분 치료 없이 7~10년에 걸쳐 서서히 소실되지만 일부 환자는 눈, 귀, 점막에 발생한 경우에 시력 또는 청력 장애, 출혈, 궤양, 안면부 형태 파괴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내부 장기에 생겼거나 크기가 큰 경우에는 심부전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치료의 대상이 된다. 과거에는 면역억제제인 스테로이드나 인터페론 주사 치료를 하였으나 영유아를 대상으로 부작용이 나타나 사용이 어렵고 안면신경마비나 출혈의 위험성 때문에 수술적 치료도 어렵다.
이에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에 내원한 합병증을 동반한 안면부 혈관종이 있는 8명의 영유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터페론이나 스테로이드 등의 기존 치료가 아닌 경구용 고혈압 제제인 propranolol을 투여한 결과 큰 부작용 및 재발없이 만족할 만한 치료효과를 관찰하였다. Propranolol은 nonselective beta adrenergic blocker로서 장기간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어온 약제이다. Propranolol의 작용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혈관을 수축시키고 모세혈관 상피세포의 자멸사(apoptosis)를 유도하며 혈관성장인자(VEGF,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를 하향 조절하여 빠르게 혈관종을 퇴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응증이 되는 모든 혈관종 환자를 첫 3~4일간 입원시킨 후 propranolol 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느린맥, 저혈압, 저혈당, 기관지연축 등의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각 투여 한 시간 후마다 혈압, 맥박, 혈당 등을 측정하면서 목표 치료 용량의 1/4 이하의 저용량부터 propranolol을 8시간 간격으로 경구 투여하면서 점차 용량을 증가시켰다. 이 결과 중간 연령이 5.5개월(2개월~7세)인 8명의 환자 모두에서 propranolol 치료 시작 7일 이내에 혈관종의 크기, 경도 및 붉은색의 감소가 관찰되었으며 큰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현재 8명 중 안면부와 전신에 다수의 혈관종이 있었던 2명은 12개월간의 치료 후 혈관종이 완전히 소실되어 치료를 종료하였고 나머지 환자들은 혈관종의 감소를 보이며 6~18개월간 치료 지속 중에 있다.
한편, 정혜림 교수는 유전용혈빈혈연구회 위원장으로서 희귀혈액질환인 유전용혈빈혈을 알리고 연구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유전용혈빈혈이란 유전자 이상으로 적혈구의 파괴(용혈)가 쉽게 이루어져 빈혈이 초래되는 희귀한 혈액질환이다.
정혜림 교수는 “최근 진단기법의 발달로 진단율이 높아지고 유전용혈빈혈의 유병률이 높은 동남아시아지역으로부터 취업 및 국제결혼 등을 위해 한국으로 인구이동이 증가해 앞으로 국내 유전용혈빈혈 환자의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에 대한 사회와 정부의 관심과 대책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