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 실태보고
2006-06-22 글/ 이선영 기자
시위대 목숨 잃고 의경은 실명, 심각한 폭력양상…공권력과 국민의 잘못된 인식 문제
예전에 학생들에게서 주로 나타났던 불법폭력시위가 현재 노동자와 농민 등 각종 다양한 이권 단체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부상자가 속출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게 되는 사례까지 일어나 폭력시위 문제점이 사회적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불법폭력시위대는 물론 진압대 모두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양손에 무엇이 들려있는지, 그리고 누구를 향해서 던지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합법적·평화적 시위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하지만 현재 일어나는 시위들은 폭력성이 짙은 경향을 띠고 있어 매우 심각한 사태다. 최근 갈수록 강경해지는 폭력시위 양상은 시위 주최자가 폴리스 라인(질서유지 선)을 어기거나 쇠파이프, 죽봉 등 폭력도구를 반입해 집시법 상의 준수사항을 어기는 데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 벌어진 농민 사망사건의 원인을 이 같은 과격집회와 과잉진압이 악순환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시위문화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보고 있다.
집시법 14조에 따르면 집회 주최자는 질서유지를 위해 신고목적과 장소를 현저히 이탈하는 행동을 해선 안된다는 준수사항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14조 위반 시 공권력 투입을 명시한 18조에 의거해 해산명령이 내려지고 공권력 절차가 진행된다. 현재 이 같은 규정을 어길 시에 경찰이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은 현장 입건 대신 채증사진 분석을 통한 사후 입건 조치가 대부분이다. 폴리스 라인을 어기거나 도로 무단점거가 발생하면 경찰은 채증사진 분석을 통 해 사후입건 조치를 취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의 현장 입건과 달리 시위대를 자극할 수 있는 즉각적인 현장대응을 삼가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경찰 일부에선 집회 신고 시 약속한 시간과 장소를 어기는 것은 물론 흉기나 다름없는 쇠파이프, 죽봉 등을 죄의식 없이 반입하는 행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각해지는 폭력시위 양상
검찰이 지난 평택 폭력시위에서 죽봉을 사용한 시위대 16명을 구속함에 따라 죽봉의 위험성 및 법원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택 미군지기 시위 현장에서 등장한 죽봉이 폭력시위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죽봉과 과거 폭력시위의 대명사였던 화염병 중 어떤 것이 더 치명적이고,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인가.
검찰은 죽봉을 사용한 시위가담자에 대해 형법상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등을 적용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죄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적용된다. 바로 죽봉이 시위를 막는 전·의경들에게 심각한 부상을 초래하는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이다. 죽봉을 바닥에 내리쳐 끝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 전·의경의 안면보호구 틈새로 휘어져 들어가 눈과 안면에 심각한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 맥아더 장군 철거시위 도중 시위대의 죽봉에 의경 1명이 눈을 찔려 실명했다.
대검 관계자는 “화염병이 폭력시위의 대명사로 비난받았던 것처럼 죽봉도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죽봉이 실제 쇠파이프나 화염병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며 “죽봉은 단순 방어용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죽봉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고, 처벌도 화염병보다는 가벼운 실정이다. 법원은 2003년 화염병을 사용한 강모 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던 반면 지난해 죽봉으로 의경을 실명시킨 송모 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편 지난 2005년 12월 농민 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경찰 수뇌부의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불러온 폭력시위·폭력진압에 있어 허준영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농민단체들의 시위가 열렸다. 이번 시위에서도 참여한 농민들과 이를 막는 경찰사이에 힘겨루기가 벌어지면서 김우현(33)씨가 경찰 방패에 떠밀려 달리는 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여의도 국회와 광화문에서는 수천여 명의 시위대들과 경찰들이 물리적인 충돌을 빚었다. 당시 경찰은 1만여 명이 넘는 경력을 배치했지만 시위대에 의해 폴리스라인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시위대와 경찰, 서로 다른 의견
앞에 두 사건은 경찰의 과잉진압과 시위대의 과격시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만큼 시위에 참가한 시위대와 이를 막는 경찰들의 주장은 엇갈린다. 당시 시위 진압에 투입됐던 한 경찰관은 죽봉과 각목 등이 등장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말한다. 시위대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불법폭력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대로 시위대는 경찰의 과잉대응이 이 같은 불법폭력시위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앞 시위에서 부상을 당한 김 씨는 “30여명에 불과한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수백여 명의 경찰이 동원된 것은 과잉진압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또한 “정당한 이유를 대지 않고 윗선의 지시라며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서로의 잘못만을 주장하는 책임 공방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가면서 시위과정에서의 인명과 재산피해는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국가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시위농민 사망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인권위는 당초 강력한 징계를 권고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서울경찰청 지휘부에 대해 경고하는 선에서 사건을 매듭지었다. 폭력 시위에 대응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가기관을 상대로 하는 인권위의 성격상 개인적인 폭력은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권력의 과도한 사용은 문제지만 모든 책임을 경찰에게 떠넘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법폭력시위의 근본원인은 정부정책 실패 때문인데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모든 책임을 떠안는 상황은 정당한 공권력마저 제한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이 많은 경찰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누가 앞으로 불법폭력시위 상황에서 책임지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겠냐”고 항변했다.
일반 시민들 역시 시위대의 주장과 요구들이 폭력이라는 수단을 통해 전달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실제로 최근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1%가 폭력 시위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밝혔다. 불법 폭력시위와 이에 대한 과잉진압이 계속되면서 경찰에게는 공권력 추락과 사기저하, 시위대에겐 국민적 공감대 형성 실패라는 오점을 남기고 있다.
해외에서 벌린 한국인 폭력시위
지난 2005년 봄 홍콩의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들어 버린 한국 원정시위대 폭력시위는 우리의 치부를 고스란히 전 세계에 내보였다는 점에서 너무나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사건이었다. 원정시위대는 준법시위를 당부하는 홍콩 경찰의 거듭된 사전 경고는 물론 현지 법규까지 무시한 채 끝내 깃대와 대나무, 쇠파이프 등을 동원한 폭력시위를 벌였고 이 모습이 홍콩 방송과 CNN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 것이다. 그러니 이를 지켜본 전 세계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해외까지 나가 폭력시위를 벌이는 한국인의 과격성·비민주성에 혀를 내둘렀을 법하다. 또한 이번 시위로 인해 홍콩 시민들은 잊혀지지 않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현지 언론들이 밝혔다.
이 같은 해외 원정 폭력시위는 600여명이나 연행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몰고 갔다. 원정시위대는 출국 전은 물론 현지에 도착한 후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비폭력 평화투쟁을 원칙으로 홍콩 시민들과 전 세계에 한국의 입장을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시위대의 식언으로 말미암아 초래될 한국의 국가 이미지, 신인도 추락과 한류 및 현지 교민들에 대한 역작용 등 엄청난 불이익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번 시위는 해외 각국에 한국인을 민주적 의사결정과 법질서를 경시하는 국민으로 각인시킨 사건으로 결코 되풀이 돼선 안 될 일이다. 노동·농민운동 단체들의 의사 표현 방식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국내든 해외에서든 불법폭력시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불법 시위자 형사 처벌로 강격대응
정부가 폭력적 시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쇠파이프, 죽봉 등 위해 물품의 시위장 반입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 3월 9일 오후 정부중앙청사 총리 회의실에서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공동위원장 이해찬 전 총리, 함세웅 신부) 2차 회의를 열어 불법폭력시위를 막고 평화시위를 확산시키기 위한 32개 과제를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4월부터 불법시위 관련자에게는 예외 없이 형사처벌 원칙을 적용하고 불법 폭력시위가 예상되는 단체는 시위 신고부터 종료까지 수사전담팀을 운영해 대응하고 있다. 또 채증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비디오·디지털·이엔지(ENG) 카메라 등 고성능 장비를 도입하기로 했다. 4월부터는 상습적인 폭력시위자가 현장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차단·분리조를 편성해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올해 말까지 검토·추진할 방안에는 ▲쇠파이프, 가스통 등 위해 물품의 시위현장 반입 금지 ▲불법 폭력 시위자 및 주동자에 대한 처벌을 지금의 ‘1년 이하 징역, 1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 ▲폴리스 라인 침범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6월 이하 징역, 5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 등이 들어 있다.
이에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지금의 관련 법률이 충분히 구체적이고 강력한데도 현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집회·시위를 억압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폭력시위 문화 근절·결별해야…
지난 1월 7일 전·의경 부모들과 예비역 전·의경들이 폭력 시위 근절을 촉구하고 과격시위를 벌인 농민들과 시민단체들을 향해 항의성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계획은 최근 치안총수의 자진사퇴로 인해 경찰이 폭력진압의 멍에를 쓰면서 일방적으로 매도되고 있다는 반발심리에다 불법폭력시위를 더 이상 용인하지 말자는 자발적 요구에서 출발했다. 전·의경들이야말로 폭력시위의 피해자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집회 시 불법시위 추방을 요구하는 전단지와 불법시위 화면자료를 전시하고 폴리스라인 준수 등을 촉구, 집회 후 농민 및 시민 단체를 방문해 항의했다. 전·의경 부모들은 “시위 중 농민이 사망한 것은 애석한 일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과격한 시위가 그 사망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과 전·의경들이 살인의 굴레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불법폭력시위로 생기는 이중의 피해를 더 이상 용인하지 말자는 자구차원의 시위인 것이다.
‘전·의경 그들의 삶’ 카페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복무하고 있는 전·의경들이 폭력진압자로 몰려 이중의 피해를 겪게 됐다”며 “이번 집회에서 공권력 무력화에 대한 유감표시, 전·의경의 시위현장 인권 및 복무개선, 폭력시위자들의 조속한 사법처리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농민뿐 아니라 시위를 명령에 따라 진압해야 하는 전·의경도 피해자”라며 “회의를 거쳐 대표단이 부상당한 전·의경을 위문하는 방안도 추진해보겠다”고 말했다.
폭력적 시위문화는 폭력시위를 하는 집단과 이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국가공권력 그리고 이를 범죄시하지 않는 일반 국민의 잘못된 인식에 의한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언론매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는 소수집단에 있어 시위는 그들의 권익과 주장을 국정에 반영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가능하면 세인의 관심과 이목을 끌어야 할 필요성과 유혹을 느낀다. 과격한 시위방법을 통하여 공공의 안녕질서와 타인의 법익을 위협할수록 시위를 통하여 얻고자 하는 성과는 커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바로 시위의 속성이자 시위에 내재하는 위험성이다.
폭력적 시위문화와 결별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폭력시위를 단호하게 배척하고 징계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며, 여기서 언론매체는 언론 나름의 기능을 통하여 기여해야 한다. 폭력시위를 통하여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사회에서 폭력시위는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이다.
프랑스 폭력시위
프랑스 학생 수십만 명 또 폭력시위… 정부 강경대응
지난 4월 4일 정부의 청년 실업 정책에 반발하는 프랑스 학생들이 16일 수십만 명을 동원한 시위를 벌이며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 정부를 압박 했다. 빌팽 정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최초고용계약(CPE)은 사주가 고용 뒤 최초 2년간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노동시장 유연성을 통한 고용 창출을 도모한 것이지만 학생들과 노동계가 고용 불안정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했다.
이날 전국에서 200여건의 크고 작은 가두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학생 조직들은 84개 대학 가운데 64개 대학이 시위의 영향을 받았으며, 전국적으로 30만 명에서 최대 60만여 명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시위대 수를 24만 7,500명으로 추산했다.
랭시에서는 경찰과 학생들의 충돌로 경찰관 2명과 학생 1명이 다쳤고 지방의 보르도, 마르세유, 그르노블, 렌 등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렌에서는 100여명의 학생들이 한때 시청 건물 일부를 점거하기도 했다. 렌 대학은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최근 6개간 휴업 상태다. 한편에서는 휴업에 반대하는 보수파 학생들의 반발도 일고 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를 저지했으며 이에 맞서 학생들은 돌을 던지며 저항했다. 시위 과정에서 소르본대학의 한 신문 가판대와 차량이 불탔으며 일부 상점 창문이 파손됐다. 일부 학생은 화염병은 물론 차량과 보도블록, 주변 카페의 테이블과 의자 등을 경찰에 던지며 저항했다. 경찰은 최소한 8명의 진압 경찰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또 수십명의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번 시위의 결과는 프랑스 정부가 고용의 유연성을 내걸고 추진했던 최초고용계약제가 프랑스 전역에서 10주간에 걸쳐 계속된 학생과 노조의 시위에 굴복해 결국 철회됐다. 이를 두고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중요한 승리라고 평가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프랑스 사회가 변화를 거부했다는 상반된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