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유일, 대장암 진료 1등급 병원으로 선정
“암 환자는 서울로 간다? 경남은 예외”
지난 30년간 한국인 사망원인 1위는 암(癌)이다. 특히 지난해 암으로 사망한 사람만 7만 1,500여 명에 달하고, 암 발병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현상이 계속되자 보건당국이 직접 나섰다.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암 가운데 하나인 대장암의 진료수준과 수술실적을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그 중 전국 3등급 이상인 113곳 가운데 경남 유일의 대장암 진료 1등급 병원으로 선정된 진주제일병원. 특히 종합병원으로는 이례적으로 외과전문의만 11명이 근무하고 있는 진주제일병원의 정회교 대표원장을 만나보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외과 전문의를 꿈꾸다
1966년 제일외과병원 개업을 시작으로 50여 년 동안 외과전문의로 지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정회교 대표원장. “많은 사람들이 서구화 된 식습관으로 인해 지방질 섭취가 늘어나는 등 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장암은 한국인에게 굉장히 많이 발생하는 암입니다. 하지만 다른 소화기 암에 비해 치료성적이 좋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되면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암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외과 전문의를 꿈꿔왔던 그는 ‘남들처럼’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남보다 한발 더 앞서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1993년 복강경 담낭 수술을 한 것이 바로 그것. 당시에는 수술 대부분이 개복수술(배를 열어서 하는 수술)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배를 열지 않고 수술을 하는 복강경 수술은 획기적이었다.“1987년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내시경 수술에 도입되면서 복강경 수술은 폭발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여기에 전자산업의 눈부신 발전으로 영상장비가 개선되고 근래는 HD 카메라 시스템이 도입 돼 정밀한 미세수술까지 복강경수술로 가능하게 되었죠. 이에 진주제일병원에서는 환자들의 수술 후 통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강경 수술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복강경 수술이란 저 침습 수술(minimal invasive surgery)의 하나로 커다란 절개 창 대신 몇 개의 5-10mm의 투관침을 통해 삽입한 복강경을 이용해 같은 관으로 투입된 탄산가스로 부풀러진 복강 내를 관찰하고 몇 개의 특수한 기구로 수술하는 방법이다. 특히 초음파 및 고주파 등 각종 에너지원을 이용한 지혈 기구와 여러 형태의 자동 봉합기가 복강경 수술에 쓰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복 수술과 달리 복강경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술 후 통증이 훨씬 덜하고 회복이 빨라 생업의 복귀가 대단히 빠르다는 것이다. 또 창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개복수술로 인해 2차적으로 하는 성형수술의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대장암 수술평가에서 경남에서 유일하게 1등급 병원
복강경 수술을 도입한 것은 정회교 대표원장이었지만 복강경 수술을 활성화 시킨 주역은 정의철 병원장이다. 1993년 정회교 대표원장은 경남 지역 최초로 복강경 담낭수술을 성공하였으며 현재는 정의철 병원장이 2002년 4월에 복강경 대장암 수술과 2003년 2월에 복강경 위암 수술을 경남에서 최초로 성공시키며 복강경 수술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진주제일병원의 외과 역사는 초대 병원장이신 정회교 현 대표원장님이 1966년 외과 개원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감히 남들은 할 수 없었던 고난도의 다양한 수술들을 해냈던 기술적인 축적이 오늘의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진주제일병원 외과 수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최상이라고 자부합니다. 특히, 복강경 암 수술분야에서는 더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장비와 기술적인 제한점이 많아 많은 객관적인 자료가 쌓이기 전까지 암 수술에 있어서는 초기의 환자를 대상으로만 복강경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장비와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암 수술에 있어서 수술 후의 단기적인 예후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예후도 더 좋은 것으로 학회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복강경 수술은 좋고(Full HD), 확대(7-10배)된 영상을 얻을 수 있어 수술적인 기술만 바탕이 된다면 훨씬 더 정확하고 세밀하고 출혈 없는 수술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거의 모든 암 수술을 복강경 수술로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진주제일병원은 복강경 식도암 수술, 하부 담관암에 대한 복강경 휘플씨 수술, 복강경 좌측 간엽절제 등 경남 지역에서의 최초로 성공한 수술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비뇨기계 복강경 수술까지 지역에서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차병원으로는 드물게 전체 암 수술도 연간 180례에 달하고 있으며, 특히 복부암 수술은 복강경 수술로 해결하고 있어 복강경 수술 누적 건수 만해도 1,200례를 넘겼다.현재 진주제일병원의 수술 대상 환자들은 주로 농촌 지역의 고령의 환자나 형편이 어려워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친 환자들이 많은 편이다. 아쉽게도 누가 해도 크게 성적의 차이가 없을 수 있는 비교적 초기의 상태나 형편이 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서울로 많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진주제일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서울의 대형병원들의 환자들보다 더 고난도의 수술을 요하는 환자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은 진주제일병원의 수술 실력이 우수하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아닐까 싶다.
진주제일병원이 복강경 수술로 인기를 얻은 비결은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했을 때 최대한 짧은 시간에 수술을 받고, 수술을 받더라도 흉터를 적게 해주고 싶다는 정회교 대표원장의 특별한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진주제일병원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정형외과 등 총 9개의 진료과를 운영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는 진료과를 신설할 것을 권유하지만 이윤보다는 환자가 우선이라는 정회교 대표원장의 철학으로 기본 진료과 중심의 병원운영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진주에는 진주제일병원 외에도 대학병원을 비롯해 10여개의 2·3차병원이 있다. 그러나 복강경 수술에 있어서는 진주제일병원을 따라올 병원이 없다. 진주제일병원이 복강경 수술의 중점병원이 된 데에는 바로 우수한 의료인력 때문이다. 외과 의료진만 하더라도 정 대표원장을 비롯해 11명인데, 이들 모두 복강경 수술 능력을 갖추고 있어 진주에서 뿐만 아니라 경남에서도 환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위암·대장암 복강경 수술 건수가 수백 사례를 넘었고 3차례의 한-일 복강경 수술 국제심포지엄 개최와 여러 학회에 연자로 초청 받아 발표하고 있다. 의료 장비 또한 다수의 복강경 수술 장비, CT, MRI 등 첨단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어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장비 및 설비 투자에 아끼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을 받으면서 2차병원으로서는 지역 내에 유일하게 24시간 임상과장이 교대로 입원환자를 위해 병실에 상주하면서 진료하고 있으며 24시간 응급수술이 가능한 곳이다. 응급치료가 많은 화상 환자들을 위해 화상치료센터를 개설하여 지역 내의 환자가 멀리 치료받으러 가야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야간에도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역의 중소 병원들이 어려운 병원 경영 환경을 당면하고 있으나 어려울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다는 경영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진주에서 터줏대감으로 남아 있다.
의술과 인술을 통한 환자중심의 병원으로 자리매김 할 터
진주제일병원은 철저한 환자중심의 사고에서 출발하여 각 분과별로 환자들의 특성에 맞춘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개성을 강조하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로 통일감을 준다. 또한 항상 이웃의 건강을 먼저 생각해 오고 있으며 지역민들을 위한 의료 봉사 활동도 꾸준히 한 결과, 지난 4월에는 경남 산청에 위치한 성심원(프란치코의 집)개원 50주년 행사에서 47년 동안 의료봉사의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패를 수여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진주시와 인근지역 다문화 가족들이 문화의 차이와 이방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안정하게 정착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다문화가족과 외국인근로자 진료상담센터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전통이 있는 병원’, ‘내 집 같이 편안한 병원’, ‘믿음이 가는 병원’의 슬로건으로 진주에서 뿐만 아니라 경남에서 의술과 인술을 동시에 펼치고 있는 진주제일병원. “지방에서도 충분히 고난이도 수술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늦추고 많은 돈을 들여가며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러 가는 부분들이 안타깝습니다”고 전하는 정회교 대표원장. 그의 바람처럼 가까운 곳에서 훌륭한 진료를 받을 수 있음을 경남 지역민 모두가 알고 모두가 알고 빠른 시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