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여성 지역밀착형 DIY 전문 기업
“제 고향 칠곡이요? 살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넘치는 도시죠”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펼치는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와 사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발전과 공익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상북도 칠곡군에 위치한 (사)한국생활 수공예협회 사업단 영굿은 예비사회적기업으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일궈가던 권혁대 대표가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10여 년간 칠곡에서 사업을 일궈 온 성과를 지역민과 함께 나누고자 공예사업을 통해 지역 아동 지원에 나서면서부터였다.
“아동 지원 사업을 통해 이주 여성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이 제게 ‘한 달에 20만 원만 친정에 보낼 수 있어도 가정이 해체 되는 일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던 차에 제가 하고 있는 공예사업이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사업인 만큼, 고용창출을 통해 많은 다문화가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 대표는 이를 계기로 바로 실행에 나섰고, 아동 지원 사업에서 나아가 지역 일자리 창출 및 취약 계층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사회적 기업 전환을 마음먹었다. 사회적 기업을 이끈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인데, 권 대표의 신념은 확고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곧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같은 사회적 기업이 많이 자생하고 성장해 사회의 어둡고 어려운 부분에 빛을 주어야 합니다.”
영굿은 총 직원 30여 명 중 다문화 이주 여성, 한부모 가정, 미혼모 등 취약계층이 16명에 달하고 직원의 대부분이 지역민이자, 여성인 지역 밀착형 회사다. 권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칠곡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인터넷 판매 및 오프라인 매장 판매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 및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혼모를 대상으로 출산 준비물 무료 기증 및 취약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공예 수업, 물품 지원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권 대표는 “영굿은 앞으로도 지역민과 취약계층과의 폭넓은 교류를 통해 이들의 일자리 창출과 복지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라며 의지를 내비쳤다.
사회적 기업으로는 흔치 않은 인력 구조
최근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소셜 커머스와 모바일 판매, 이마트, 다이소 등 국내 굴지의 기업에 납품할 만큼 업계의 두터운 신뢰를 쌓은 영굿은 작지만 저력 있는 기업이다. 권 대표는 영굿의 경쟁력은 단연 사람이라고 말한다.
“영굿은 회사 구성원들의 짜임새가 다양하고 이들의 열정과 전문 기술이 잘 어우러진 회사입니다. 생산직 17명, 디자인 2명, 사무회계 3명, 인터넷 사업부 4명, 오프라인 매장 관리 2명, 물류 관리 2명으로 이뤄져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는 흔치 않은 인력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생산과 판매가 조화롭게 이어져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년간 유아 소품에 경력을 쌓아온 디자이너를 보유하고 있어 소량 다품목 생산이 가능하고 독창적인 제품을 통해 판매 경쟁력에서 우위에 서 있다. 현재 보유한 디자인만 2,000여 가지로 시기적절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구매 욕구에 호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권 대표는 “유통경로를 확보하고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는 것 역시 기업의 성패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판로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오프라인과 인터넷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영굿의 또 다른 경쟁력은 자체 브랜드다. 유아 전문 브랜드인 ‘아이밍키’를 개발해 시판하고 있으며 이는 근로자들의 자부심을 강화시켜주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등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납품을 확대하며 유아 소품 전문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아이밍키의 성장이 기대되는 바이다.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창출에 기여하고파
창업에 도전하는 누구나 그러하듯이 권 대표도 창업초기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는 구성원들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기술적 문제와 유통 판로 등 수많은 난제들에 부딪힐 때마다 어머니를 찾아 조언을 구했다. 시장에서 생선을 팔아 자식들을 기른 어머니는 권 대표의 멘토이자 롤 모델이다.
“어머니는 항상 ‘남에게 손 내밀지 말고, 네가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거라’라며 ‘넌 항상 필요한 사람이다’라며 자존감을 키워주셨습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신 분이지만 삶에 있어서 배움의 깊이보다 얼마나 만족하는 인생을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어머니는 지금도 가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느냐’라고 묻곤 하십니다. 어머니의 물음에 ‘행복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도록 즐겁고 보람된 삶을 살고자 합니다.”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어려운 이웃에게 먼저 손 내미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권 대표는 이제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전형적인 도농 복합지역인 칠곡은 생산직의 일자리는 많은 반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문화 산업과 인터넷 산업의 발전이 더딘 편이다. 이제 영굿은 인터넷 사업과 문화 사업을 발전시켜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 문제로 칠곡을 떠나는 일을 줄이고자 한다.
끝으로 권 대표는 “영굿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한편, 칠곡과 같은 작은 도시에서도 성공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칠곡군은 타 지역에 비해 군수님 이하 모든 공무원들이 일자리 창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에 칠곡이 지방산업의 성공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