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정국, 좀처럼 해결 실마리 못찾아
대화록 열람·국정원 국정조사 등 의사일정 난항 전망
‘귀태’ 발언으로 경색된 정국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전격 회동해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또 귀태 발언의 당사자인 홍익표 의원이 대변인직을 사퇴하면서 여야 경색국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이 14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정치개입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또 다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고문은 이날 세종시 홍익대 국제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치공작 규탄 및 국정원 개혁촉구 대전·세종·충북·충남도당 당원보고대회’에 참석해 “4·19혁명이 난 뒤 자유당 내무부 장관 최인기 장관은 부정선거 혐의로 교수형을 당했다”면서 “국정원과 경찰이 그에 못지않은 부정선거를 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고문은 “옛날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고 누구한테 죽었나. 박씨 집안은 안기부, 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 이제 끊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문은 또 “이제 국정원과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된다. 자꾸 비호하고 거짓말 하면 오히려 갈수록 당선무효까지 주장할 수 있는 세력이 자꾸 늘어난다. 정통성을 유지하려면 그 악연을 끊어 달라. 그리고 나라를 바로 세워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고문의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고, 일자리를 만들고, 외교적으로 국격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아닌 돌아가신 분과 자꾸 싸우려 하는 모습들이 안타깝다”면서 이 고문을 겨냥해 “국민의 뇌리에 많이 남아 있는 자리에서 활동해 온 사람들은 끝까지 말을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대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15일 한 언론과의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을 비판했다. 홍 사무총장은 이 고문의 발언에 대해 “이 의원은 대선의 대표였고, 친노 세력의 수장인데 대선을 지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려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러야 된다고 생각해서 될 수 있으면 국정원이 우리하고 관계를 갖지 않도록 최선의 준비를 했고 그렇게 노력을 했다”며 “그래서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 자체는 말이 되지 않는 얘기고, 사실은 국정원을 이용하려고 했던 쪽은 우리가 아니고 민주당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홍익표 의원의 귀태 발언과 관련,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축복인데 태어나서는 안 된다는 식의 폄하하는 발언은 보통 수준의 막말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본인들이 잘못한 것을 우리(새누리당)가 잘못한 것처럼 말씀하시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정을 새롭게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야당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민주당은 어렵게 국회 운영의 정상화에 합의한 만큼 여야 합의정신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정치권 불신조장하고 후진성을 보여주는 막말을 중단하고, 국민에게 품격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공세에 정면 대응하는 양상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점, 경찰이 은폐하고 거짓발표한 점, 대선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유출된 점, 국정원이 정치 한가운데 뛰어든 점 등에 대해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그런데 민주당이 오히려 부적절한 표현상의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제는 박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차례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정통성 시비는 용납할 수 없다고 하지만 정통성은 스스로 주장한다고 해서 확보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오늘(15일)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 자료의 열람을 시작한다. 국정원 국정조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여야 간 앙금이 여전해 의사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