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색국면, 귀태 발언으로 더욱 악화

靑·새누리 강력반발.... 상당 기간 진통 불가피

2013-07-12     지유석 기자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이 정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홍 대변인은 11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라는 책을 인용해 “그 책의 표현 중에 하나가 귀태라는 표현이 있다. ‘귀신 귀’자에다 ‘태아 태’ 자를 써서 그 뜻은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일본 제국주의가 세운 만주국에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며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인 박 대통령과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인 아베 총리”라고 덧붙였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먼저 12일로 예정됐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하 회의록) 열람을 전격 취소하는 한편 운영위원회, 공공의료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등 원내 일정도 취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여야는 당초 오전에 운영위를 열고 회의록 열람을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한 뒤 이날 오후 성남에 있는 국가기록원을 찾아 회의록을 열람하고 국회에 제출될 자료의 범위를 정할 예정이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홍익표 대변인의 발언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어떻게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에 대해 귀태라고 하고 일본 극우주의자 아베 신조 총리와 비교할 수 있느냐, 이런 저주가 어디 있느냐”면서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홍 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홍 의원이 국민을 경악하게 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전날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강력하게 책임을 요청한다”고 한 뒤 홍 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청와대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어제 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변인 발언은 국회의원 자질을 의심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이 했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폭언이고 망언이었다”면서 민주당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수석은 이어 “이것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일이고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국정조사, 서해북방한계선(NLL) 등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던 여야는 이번 귀태 발언으로 또 한 번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