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여 년 노하우로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
3만 가지의 다양한 제품으로 의료 기기 전 분야 다뤄
현대의료가 발전하기 시작한지 200여 년 남짓. 현대의료의 역사와 맥락을 같이 하며 성장한 기업이 있다. 비브라운(B.Braun)은 174년의 역사를 지닌 독일에 본사를 둔 유럽최대의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다. 독일 멜승겐의 작은 약국에서 붕대와 같은 작은 의약품 생산으로 시작해 현재 수많은 혁신적인 의료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세계인의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비브라운의 사업 분야는 크게 4가지다. ‘Hospital Care 부문’은 안전한 인퓨전 테라피의 세계적인 선두주자로서 수로 수액제제, 마취과용 의료기기, 중환자 및 급성환자 케어용 의료기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Aescualp 부문’은 외과분야 수술에서 필요한 모든 핵심 프로세스에 대한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Out-Patient-Market 부문’은 외래환자를 위한 당뇨케어 제품, 상처관리, 감염관리 제품 등을 공급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Avitum 부문’은 30년 이상의 전문성을 가진 투석치료 시스템 프로바이더로서 만성신부전환자를 위한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혈액투석 제품을 공급하며 중환자실과 투석센터를 위한 급성투석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아태지역에서의 성장 기대
비브라운은 아태지역이 경제발전 가능성이 높아 시장잠재력 관점에서 향후 가장 빠르게 성장할 지역으로 보고 아태지역 고객들에게 비브라운이 가진 전문의료지식과 기술을 공유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인류사회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비브라운 코리아의 김해동 대표는 16년 연속 평균 30% 이상의 성장을 이뤄내 지난 2004년 비독일인으로는 최초로 아태 총괄 사장자리에 올랐다. 김 대표는 “이 일이 좋아서 빠졌고 빠지니 일에 몰입하게 됐습니다”라면서 “몰입을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그를 통해 경쟁력을 얻게 됐습니다. 경쟁력이 있으니 자꾸 이기게 되고 이기니 즐거워지는 선순환구조에 빠져 인생을 즐기다 보니 성공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서양의 브랜드를 동양에서 성공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서양의 문화차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미시건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리처드 니스벳은 그의 저서 ‘생각의 지도’에서 동·서양인의 생각의 차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놨을 정도다. 김 대표 역시 25년간 독일기업에서 근무하며 오래 일할수록 다르다는 것을 더욱 더 실감하게 된다고 말한다.
“다른 문화, 다른 생각 체계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이들을 리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단일문화의 직원들을 경영하는 것보다 몇 배의 긴장이 필요하죠. 내가 말하고 행동하기 전에 그것이 문화가 다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될 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가 이끌던 브라운 아태지역본부는 말레이시아에 위치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 아태지역에 진출한 비브라운은 말레이시아 페낭공장을 비롯해 태국, 베트남, 인도, 중국, 일본 등지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16개국에 위치한 현지 판매법인 등을 통해 1만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과 아태지역의 많은 지역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펼친 김 대표는 그 중 인도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회고했다.
“인도가 특히 우리나라와 많이 달라 기억에 남습니다. 새로 매니저를 여러 명 뽑아야했는데, 평소 인재 선발에 자신이 있던 저는 인도의 지원자들과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우수성에 깊은 감명을 받고, 그중에서도 더 낫다고 여겨지는 여러 명을 뽑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판단임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죠. 인도인들은 거의 대부분 타고 난 달변가로 어색하고, 수줍음을 타는 한국인에 비하여 표현, 발표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러나 그것이 업무역량과 전혀 연관성이 없었습니다. 11억 명의 수많은 인구 중에 눈에 띄어 살아남기 위해 근본적인 능력을 쌓기보다 임시방편의 겉포장의 귀재들이라고 할까요.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저는 한국에서 쌓아온 지식, 경험, 그를 근거로 한 직관과 안목, 그에 따른 판단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한국용이었죠. 다국적 기업에 근무하거나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면 직관적인 판단을 삼가고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분석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몰입과 성과의 즐거움, 직원들에게 전파해
“산업사회에서 기업은 산업사회의 경제원칙에 따라야 합니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죠. 대규모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에게 임금을 적게 주고 최대한 많이 부리는 것이 경영자의 사명이었는데, 이는 늘 제게 딜레마였고 기업과 경영자가 직원들과 사회에 떳떳하지 못한 이유였습니다. 이제 상품이 넘쳐나 대량생산 체계가 경쟁력을 정하지 못합니다. 무언가 다른 것이 필요하게 된 것이죠. 남과 다르다는 것은 먼저 어제의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직원들의 창의력에서 나오는 것이고 창의력과 혁신은 직원들을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스스로 즐겁고 행복하게 일에 몰입할 때 발생합니다.”
행복한 직원들이 생산해내는 창의력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김 대표는 직원들과 행복을 추구했고 그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고 성과를 즐겼던 리더로 기억되고 싶다고 한다. 직원들의 행복을 챙기는 김 대표는 회사생활이 행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직장인들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동료직원들과 함께 보내기 때문에 그 시간이 불행하고서야 행복한 삶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생활이 행복해야 합니다. 성취를 위한 성장, 성장을 위한 학습, 배움과 몰입의 기쁨, 일의 모든 과정에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기업 경영의 바쁜 일과 중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김 대표는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학문 탐독에 열심이다. 기업과 사람을 경영하다 보니 궁금한 것들이 생기고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책과 학계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궁금증이 풀리면 더욱 깊은 궁금증에 빠져 들게 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지적 탐구를 즐기게 됐다는 그는 “지식사회에서 기업의 힘은 직원들의 지적역량에서 비롯됩니다. 때문에 직원들의 학습은 매우 중요한데, 사장이 배우지 않으면서 직원들을 공부시킬 수 없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경영에 임하며 기업과 사업을 이끌 인재, 미래의 리더를 길러내고자 노력하는 김 대표가 있어 비브라운 아태지역의 성공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