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가정 꾸리기
2006-05-02 글/이현지 기자
자유로움과 엄격함 사이에서 균형 있는 태도로 접근해야
재혼 가정은 가족구성원의 관계가 한층 복잡하고 다양해지기 때문에 혈연 중심의 가정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혈연가정과 달리 재혼가정에만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 특징들을 현실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자료제공:(주)행복출발 고객만족팀 유지인 실장>
재혼 후 생기는 어려움
재혼한 부부는 자녀들이 태어나기 전에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없는 남남인 만큼 둘 중 한명은 자녀들에 대한 책임감을 절실히 느끼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성공적인 협력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아직 협력관계를 위한 기반이 확립되지 않았을 뿐더러 새 배우자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특히 새 배우자가 자녀들을 키워본 경험이 전혀 없다면 더욱 어려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와 완전히 떨어져 살 수 없다. 그 과거가 더 이상 자신에게 속해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별이 아닌 이혼 후에 재혼을 하는 경우에는 뜻하지 않게 과거의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들에 직면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새로운 배우자가 자녀들을 사이에 두고 전 배우자와 뜻하지 않는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재혼 가정의 화목을 위한 태도
먼저 부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불가피한 문제들이 닥쳤을 때 서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눠야 한다. 재혼 가정의 특성상 처음에는 구성원들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자주 불거질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서로를 믿고 현명하게 대처해야한다. 머지않아 자녀들은 부모를 신뢰하게 될 것이고 가정의 화복을 위해 애쓰는 의붓부모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존경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관계들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새 배우자들의 자녀들과 형제자매, 심지어 부모를 받아들이고 좋아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당연히 새 배우자가 자녀들을 처음부터 좋아해주길 바라는 것도 무리지만 자녀들에 대해 느낀 감정을 서로 솔직히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감정이 어떻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처음부터 의붓자녀가 친자녀와 같을 수는 없을 것이고 의분자녀 역시 처음부터 친부모처럼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이다. 이때 새 배우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관계에 빨리 적응해야한다는 조급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새 식구들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고 서로에게 못마땅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갖도록 해야 한다. 긍정적인 태도란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좌절감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자녀들의 다른 부모와 자신을 비교하지 않으며 그들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곤란한 상황에 부딪치게 되더라도 심각해하거나 좌절해버리기보다 가볍고 융통성 있는 마음가짐이 우선이다.
재혼 후 자연스러운 관계 맺기
혈연가정에는 자녀에 대한 책임과 개입의 정도, 규칙을 정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이 있다. 그러나 재혼가정에서 의붓부모는 의붓자녀의 일에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붓자녀와 얼마나 가까워져야 하는지, 어느 정도 권위를 지켜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거나 상황에 직면했을 때 미리 정해둔 기준이 없어 난감해 한다.
어떤 아버지들은 처음부터 새 배우자에게 어머니의 역할을 맡기고 싶어 한다. 특히 새 배우자가 자녀들을 키워 본 경험이 없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때 새어머니가 의붓자녀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부부관계는 분명 나빠질 것이다. 한편, 친어머니가 자녀들과 함께 사는 경우, 새 배우자의 역할을 정하기는 한결 쉬워진다. 그 이유는 전통적으로 자녀양육에 관해 어머니에게 더 큰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새 아버지는 친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한다기보다는 자녀들과 편하고 부담 없는 관계를 맺는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좋다.
자녀들이 의붓부모인 새 배우자를 좋아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서로가 빨리 친해질 것을 재촉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자녀에게 뿐만 아니라 새 배우자에게도 가정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양쪽 모두를 배려하며 그 둘이 서서히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이의 연령에 맞는 조언과 지도 필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의붓자녀들과 친자녀들이 부모에게 불만이나 나쁜 감정을 품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들의 감정을 받아들이되 버릇없는 말과 행동까지 받아주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새로운 관계와 그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아이의 나이에 맞는 조언과 지도를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자녀들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자녀들이 함께 살지 않는 다른 부모와 지속적으로 만나도록 새 배우자와 함께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때로는 자녀들과 전 배우자의 만남이 성가시고 불편하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살지 않는다고 해서 가족이 아닌 것은 아니며 비록 떨어져 살지만 그들도 자녀들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이 미치는 가족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아이들은 양쪽 친부모와 관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의붓부모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자녀들은 새 가정에 더 빨리 적응 할 것이다.
한번 결혼에 실패한 사람은 재혼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갖으며 과거의 관계를 극복하고 새 출발을 하려는 의욕이 강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재혼은 초혼보다 여건이 더 좋지 않음을 염두 해 두고 넘어야 할 산이 전보다 더 많아졌음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며 실질적인 문제들을 정확히 인식, 특히 자녀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불행을 극복하고 새 희망을 찾기 위해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 자체가 자녀들뿐 아니라 부모들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변화임을 잊지 말자.
행복한 새 가정을 꾸미기 위한 조언
▲따로 살며 정기적으로 자녀들을 만나는 새 어머니들이 부딪치는 문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인내심과 세심함, 신중함이 필요하다
▲의붓자녀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진실하면서 변함없는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원만한 관계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자녀들과 함께 살지 않는 의붓부모라면 자녀들과 지내는 시간 동안 일상을 함께 보내면서 사이가 돈돈해지도록 노력하고, 특별한 대우를 하거나 지나친 선물을 하는 것은 삼가도록 하자.
▲어떤 문제가 생길 때 대화로 풀려고 한다면 가족들 간의 관계는 한층 좋아질 것이다.
▲의붓자녀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자.
▲친자녀, 의붓자녀 그리고 새 배우자를 대할 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붓자녀들과 친부모와는 다른 특별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