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설전, 제2라운드 돌입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회담결렬 책임 공방

2013-06-13     지유석 기자

남북간 설전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남북은 지난 5월 개성공단 폐쇄를 놓고 설전을 벌인데 이어 이번엔 당국회담 무산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13일 조선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당국회담 무산) 책임은 남한 당국에 있다”면서 “도발적 망동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엄중한 후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당국회담의 결렬 원인은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남북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데 있다. 한국 정부는 실무접촉 단계에서부터 통일전선부장이 나와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이것은 우리 체제에 대한 무식과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우리의 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통일부) 장관 따위와는 상대가 되지 않으며 남북대화 역사 수십년 간 지금까지 당 중앙위 비서가 공식 단장으로 나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남한을 성토했다.

북한은 이어 실무접촉 단계에서 “우리 정부가 김양건 당중앙위 비서(겸 통일전선부장)의 이름을 합의서 초안에 작성하는가 하면 개성공업지구 잠정중단 사태에 김 비서를 연결시키며 중상모독했으며 이런 이유 때문에 접촉 시간이 16시간이나 걸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왜곡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통일부는 13일 “북한이 수석대표 급(級) 문제를 이유로 남북당국회담을 무산시키고 오늘 담화를 통해 실무접촉 과정을 일방적으로 왜곡해 공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북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북한이 과거 남북회담 관행을 운운하고 있으나 과거 관행을 일반 상식과 국제적 기준에 맞게 정상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의 설전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냉전 시절 남북은 빈번하게 비방전을 벌였고 1969년엔 양측이 11시간 동안 침묵으로 일관한 적도 있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지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남북당국회담이 대수롭지 않은 기술적인 문제, 즉 수석대표의 급 때문에 무산됐다”고 전제한 뒤 “남북 양측의 수십년에 이은 대결구도로 인해 의전 같은 문제도 자존심 때문에 첨예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담결렬 책임 공방으로 인해 남북 관계개선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남북 양측이 강경기조를 보이는 것도 관계개선을 어렵게 하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에 수정제의를 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 역시 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당국회담에 털끝만한 미련도 가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측이 유연성을 보이지 않는 한 경색국면은 장기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