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국 특사파견, 한반도 정세 완화 신호탄 될까

6자회담 등 각종 형식 대화 원해…핵개발 비포기 의사도 적극 시사

2013-06-10     신혜영 기자

북한의 최룡해 인민군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5월22일 중국을 방문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긴장국면이 이어진 한반도 정세 변화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최룡해 특사는 “북한은 한반도의 긴장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라는 중국의 충고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도 북한의 특사 파견이 성사된 것 자체를 ‘좋은 신호’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북중관계 최악의 국면 속 北 특사 파견

북한이 최룡해 인민군총정치국장을 김정은 위원장의 첫 특사로 파견한 것은 현재 북한이 처한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는 점이 작용했다. 사실 이번 특사 파견은 작년 1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올해 실시 된 2월 제3차 핵실험,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등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랭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최근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중국 어선을 억류해 몸값을 요구하는 사건도 냉랭한 관계의 원인이 됐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이 유엔 제제 결의에 동참하며 북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어 현재 북중관계가 최악의 국면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그동안 시종 반도의 평화와 안정, 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련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중국은행이 북한조선은행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한 것을 비롯해 중국은 금융, 통관, 관광, 물류 등의 분야에서 제재를 시행했을 뿐 아니라 수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자제하라며 북한을 비난해 왔다. 그리고 의사교류는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과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을 통한 대사관 통로로 제한했다. 이렇게 대북정책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을 압박해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 군 최고위급이 이례적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로 방중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북중 군사협력이 강하다는 점을 외부에 선전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면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중국 특사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극심한 긴장국면 완화 기대

北 김정은 위원장 방중을 위한 목적도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의 핵심실세인 최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파견함으로써 소원해진 북중관계를 회복함은 물론,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중을 준비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남북문제 전문가 위잉리(于迎麗) 연구원은 “이번 특사 파견은 북·중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북한의 시도”라며 “김 제1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관련해 협의하는 선발대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특사 파견은 정상적인 외교 채널로는 역부족이고, 특별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이뤄진다. 북한이 핵심 실세를 중국에 파견하면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매우 유력하고 명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정세 안정을 중요시하고 있는 중국은 그동안 북한과의 특사 교류에 대해 핵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상황개선을 위한 북한의 실질적인 태도변화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하거나 대화를 거부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냉랭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으로서도 중국의 제재 완화가 시급해질 수밖에 없다. 어선 나포 등에 따른 여론 악화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관계개선 필요가 크다. 

특히 한반도 주변국의 연쇄 정상회담에 앞서 이뤄 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6월 말로 추진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 간의 한중정상회담과 시진핑 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초 미국에서 회동하는 등 한반도 주변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북한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룡해 특사를 통해 6월7일에 있을 오바마-시진핑 회동 때 핵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북미관계 나아가 남북관계까지 해결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중, 미중, 한중간의 이런 연쇄 접촉을 통해 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한반도 정세는 극심한 긴장국면이 완화되면서 북한과 주변국간 대화나 협상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일본은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 참여(자문역)를 북한에 보낸 데 이어 북한과의 정부 간 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도 역시 북한과의 대화 방침을 밝히는 등 대화정국으로 가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형국이다. 북·중이 이번 최룡해 특사를 통해 한반도 긴장국면을 해소키로 의견을 모은다면 6자회담 재개 등을 위한 한반도 주변 당사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문제도 해결되고 우리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설 경우 정세 변화가 속도를 더 낼 가능성도 보고 있다. 


北, “핵개발 포기는 하지 않겠다” 의사 표명

북한의 특사 파견 이틀 후인 24일, 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각)에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가운데 한반도의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 재개 등에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총정치국장은 “조선(북한)은 유관 각국과 공동 노력해 6자회담 등 각종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도 적극 시사했다. 

또한 최 총청치국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조선 측은 적극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북한이 경제 발전, 민생 개선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해 평화로운 외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전통적인 북·중 우호를 매우 소중히 여기고 있다. 고위급 교류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부단히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은 많은 사람의 바람이자 거슬릴 수 없는 대세”라며 “이와 관련된 중국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유관 각국이 반도 비핵화 목표, 반도의 평화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관련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정세 긴장을 완화하고 6자회담을 재개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 동북아의 장기적 평화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중 관계와 관련해서 최 총정치국장은 “북한은 중국과의 전통적인 우정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며 중국과 함께 중조 우호관계를 견고히 하고 발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조(북중) 우호는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라며 “중국 당과 정부는 조선과 함께 노력해 양국 관계를 장기적으로 건강, 안정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포기 않겠다’는 입장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의 판창룽 중앙군사우원회 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도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찾아내기를 희망한다면서 핵포기 반대에 대한 입장은 확고히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최 총정치국장은 “최근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세는 매우 복잡하고 특별하며 특수한 상황으로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북한국민은 국가를 건설하는 데는 평화안정의 외부 환경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북한은 여러 관련국과 함께 노력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려 한다”며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최 총정치국장은 중국 류윈산(劉云山)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나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복잡하고 특수해 평화에 대한 보장이 없다”면서 “북한은 각국과 함께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북한의 특사파견을 계기로 6자회담을 추진하고 반도의 평화와 안정 및 동북아의 장기적 안정을 이끌려하고 있다. 


박 대통령 첫 방중, 최대 관심은 대북문제 

박근혜 대통령의 첫 방중 일정이 가시화되면서 논의될 의제에 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눈길이 쏠리는 부분은 대북문제 논의다. 북한의 도발 위협 이후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는 대북문제와 관련해 어떤 해법이 나올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대북공조 의지를 재확인한 미국 순방 뒤 이어진 중국 방문을 통해 대북문제에 있어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가 향후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의제로 논의될 내용이 박 대통령이 제시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이른바 ‘서울프로세스’다. 박 대통령은 이미 미국 방문에서 안보나 역사, 영토문제 등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있는 동북아 국가들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의 발판을 만든다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문제와 관련, 중국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이번 방문에서 핵심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 밖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와 한·중·일 FTA 문제 등도 이번 방중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양국의 교역관계가 이미 밀접하게 연결돼있는 상황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중 FTA 협상에도 박 대통령의 방문이 중요한 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이명박정부 때 다소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가 이번 박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인사들과 인연을 갖고 있는 박 대통령은 이미 측근을 중국 특사와 대사로 파견하고 취임 축하전화 등을 통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재확인하면서 관계 진전 가능성을 보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