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군산공장 결국 폐쇄…우려가 현실로

협력업체 줄 도산 등 경기침체 도미노 현상 불가피

2018-03-05     신혜영 기자

(시사매거진 239호=신혜영 기자) 위기에 봉착한 제네럴모터스(GM)이 결국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폐쇄키로 했다. 지난 2월 13일 GM은 최근 가동률이 계속 하락하면서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군산 지역사회는 일제히 패닉상태에 빠졌다. 군산공장 폐쇄는 1만 3000여 명의 종사자와 가족을 포함한 5만여 명의 생계가 걸려있는 만큼 회생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 최대 명절 설을 앞둔 지난 2월 13일 GM은 “한국지엠의 존립 및 지속 가능 경영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결정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회사의 경영실적을 자세히 검토한 결과, 한국지엠의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함과 동시에 수익을 창출하고 생존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중대한 조치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올해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는 것. 군산공장은 최근 3년간 가동률이 20% 가량에 불과한데다, 최근 가동률이 계속 하락했다.
한국지엠의 카허 카젬(Kaher Kazem) 사장은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의 사업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많은 임직원이 영향을 받게 월 것임을 알고 있으며,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직원들을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계약직을 포함한 직원 약 2,000명의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조치로 GM은 4억 7500만 달러의 비현금 자산상각과 3억 7500만 달러 규모의 인건비지출 등 최대 8억 5000만 달러의 지출을 예상하고 있다.
단, 한국지엠 관계자는 “향후 일정 기간 구매자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수준의 재고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재고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크루즈와 올란도를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공장 폐쇄 후에도 고객들에게 인도한 크루즈와 올란도를 위한 품질보증, 부품 및 서비스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우려가 현실로…불안감에 휩싸인 군산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면서 군산시는 불안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산공장의 근로자인 30대 김모 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으로 주위의 우려와 걱정에 패닉상태다”라고 말했다.
군산공장의 중단과 폐쇄로 당장의 생계의 위협은 물론, 지역경제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공장폐쇄로 근로자 2,200명을 비롯해 협력 업체 136개사에 종사 하고 있는 1만 700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5만여 명의 생계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로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 실업률 증가와 지역상권 몰락, 부동산가격 하락, 인구유출 등으로 이어져 전북경제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박정희 군산시의회 의장은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아 군산을 떠나고 이에 따른 경기침체와 땅값 하락 등 전반적인 경제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지엠 군산공장을 가동한 지가 20여 년으로 근로자 대부분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았다”면서 “이번 조치로 1만여 가구 4만여 명이 넘는 인구가 생계 위기상황에 빠지는 심각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동자 “지엠측의 일방적 결정 용납할 수 없어”

GM의 일방적 폐쇄 결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폐쇄 결정이 내려진 다음 날인 1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GM) 군산지회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위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재홍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군산지회장은 “설 명절을 사흘 앞두고 지엠이 전 조합원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면서 “군산공장 근로자와 전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장폐쇄를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 죽을죄를 지은 것인가, 무능 경영책임을 전가하는 경영진은 승승장구하고 있다”면서 “모든 것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폐쇄는 군산시의 폐쇄와 일맥상통한다”면서 “지엠의 일방통행에 울분을 참을 수 없다. 군산시는 비상체계에 돌입해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상가동에 올인하겠다”고 전했다.
박정희 군산시 의장은 “유럽시장에서의 철수로 수출은 부진하고, 내수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약화하여 판매가 부진한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이냐”면서 “군산공장의 낮은 가동률을 핑계 삼아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은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상화를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엠은 노동조합, 한국정부와 주요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한국에서의 사업을 유지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제시했다. 회사는 희망퇴직을 받아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쉐보레 제품 구매 바우처 등을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로는 시원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게 노동자들의 얘기다. 군산공장의 재고 물량으로 인한 가동중단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구조조정이 이뤄져 왔다지만, 폐쇄가 결정되면서 연쇄도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지엠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는 3만 명이며, 2·3차 협력업체 등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노동자를 모두 합치면 15만 7000명에 이른다. 한국지엠의 근로자만이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수출과 내수판매 부진 직격탄, 생산물량 감소로 위기론

GM은 지난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다. 지엠 군산공장은 군산경제의 제조업 생산의 6.8%, 수출의 20%를 좌우하고 1만 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향토기업이란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군산 앞바다를 매립해 만든 129만㎡의 부지에 연간 27만 대 규모의 완성차 승용차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최첨단 자동화 설비 및 생산관리 시스템과 작업자 중심의 작업시스템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생산성을 확보한 이상적인 공장으로 명성이 대단했다. 차체-프레스 공장, 도장-화성공장, 조립공장, 디젤엔진공장, KD 공장 등 7개의 주요 단위 공장과 주행시험장을 갖췄다. 또한 뷰익 SUV(스포츠유틸리티) 등 한국지엠에서 생산하는 차량들은 대부분 해외 수출용이었던 만큼 출고장, 5만t급 수출전용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자동차 수출전용부두를 함께 갖췄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지엠은 한해 52만 대에 달하는 전 세계 GM 자동차 생산량의 7% 정도를 담당했다. 군산공장은 2011년 26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쉐보레는 유럽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결국 지난 2013년 GM은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시장에서 철수시킨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내수판매 부진 등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생산물량이 지속해서 감소하면서 위기론이 불거졌다. 군산공장은 지난해 2월부터 준중형 세단인 ‘올 뉴 크루즈’ 생산에 나섰으나 판매실적 저조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로 지난해 크루즈 판매량은 1만 554대로 2016년 1만 847대로 2.7% 줄었으며, 수출도 지난해 9469대에 그치며 1만 대를 밑돌았다. 여기에 올해 군산공장에 배정된 전체 물량 또한 1만 5477대에 그쳐 이는 한 달 평균 2~3일 정도의 가동 밖에 안 되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한국지엠의 철수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지엠은 국내에 창원과 부평, 군산 등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올란도 등을 생산하는 군산공장은 지난해 월 평균 가동일이 7일 정도에 머물렀으나 스파크와 라보, 다마스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은 20일 이상을 가동해서 상황은 좀 나은 편이다. 그러나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발표한 데 대해, 바라 CEO가 그동안 인도와 러시아, 서유럽, 동남아 등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지역의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해온 다운사이징 전략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GM은 지난해 인도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또한 태국과 인도네시아, 호주 등지의 사업도 접거나 축소하고 있다. GM은 현재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에 경남도는 지난 2월 14일 경제통상국장을 총괄반장으로 ‘한국지엠 창원공장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폐쇄 조치로 정치권 골머리…여야 대책마련 고심

한때 세계 자동차 시장 1위에 군림했던 GM의 군산공장 폐쇄 조치로 정치권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월 19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GM은 우리 정부에 5000억 원 이상의 공적자금 투입(산은 유상증자)과 세제혜택을 요구한 뒤 다음 단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와 여당은 일단 지원에 앞서 실사부터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주의 사례에서 보듯 결국 정부 돈만 받은 뒤 철수하는 ‘먹튀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태스크포스(TF)를 운영 하며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TF위원장을 맡은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GM과 논의하겠지만 본사만 배불리는 문제에 대해 한국지엠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것을 전제로 고용안정과 지역경제를 위해 한국정부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홍 위원장은 “글로벌 GM의 오직 돈만 버는 전략에 의해 한국지엠이 희생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부품가격이 30~40%가 높다든가 엄청난 기술 자문료를 미국에 준다든가, 최근에는 2조 7000억 원 규모의 본사 부채 이자율을 5%까지 높여서 한국지엠의 부실을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GM은 2013∼2016년 한국지엠에서 연 5% 안팎의 차입금 이자로 4620억 원을 가져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현대·기아차,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가 부담해온 차입금 이자율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2014∼2016년의 누적 적자보다 많은 1조 8580억 원이 연구개발(R&D)비로 지출된 과정, 글로벌 GM이 한국지엠에 부품을 비싼 가격에 팔고 완성차를 싸게 사가며 적자 경영구조를 만들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 “GM은 두 차례 산업은행과의 협약을 통해 장기 발전 방향을 마련키로 약속했으나 약속과 달리 GM은 수출량 급감, 신차 독자개발, 미래차 산업 중단 등 독자적 생존 능력 고사 조치를 잇따라 시행했다”며 “GM본사의 고금리 대출, 부풀린 납품단가 논란 등 정상적 경영행태라고 볼 수 없는 일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 19일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과 관련해 “군산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협력업체들까지 이어질 고용의 감소는 군산시와 전북도 차원에서는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군산경제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군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재홍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 군산지회장은 2월 19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군산공장, 한국지엠을 회생시킬 수 있게 해 준다면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GM 자본 특성상 정부에 계속 지원 요청만 하고 나중에 철수한다는 말을 다시 할 수 있으니 정부나 산업은행이 철저하게 경영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법적인 것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고용노동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군산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행 고용정책기본법과 고용부의 ‘고용위기지역 지정기준 고시’에 따르면 고용위기지역은 지난 1년간 해당지역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전국 평균 피보험자 증감률보다 5%포인트 이상 낮고,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전년대비 20%이상 증가해야 지정할 수 있다.
군산은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가 예정된 5월 이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군산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이 지역 실업자의 실업급여 지급 기간은 최대 60일까지 연장된다. 재취업을 위한 직업훈련비, 취업지원서비스 등도 받을 수 있다. 또 군산은 일자리 관련 사업비용을 다른 지역보다 우선 지원받게 된다. 지방세 등 각종 세금 납부기한 연장 등의 세제 지원도 이뤄진다.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군산공장 폐쇄 조치 원점 어려워”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0일 오전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국회를 찾아 여야 원내지도부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하고자 하며 경영상황을 개선해 건전하게 만들어 나가겠다. 이러한 방안을 위해 자구 계획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앵글 사장은 한국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완전 철수도 검토 안에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에서의 사업을 개선해 지속하고 이를 통해 한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이런 일을 이뤄내기 위해 앞으로 많은 일이 남아있지만 논의를 통해 고무됐고, 모두 함께 이뤄 낼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확신을 한다”고 답했다.
또 김관영 의원의 ‘군산공장 폐쇄를 원점에서 재검토 해달라’는 요구에는 “수년간 20% 미만의 가동률로 일주일에 하루 정도 조업하는 것으로는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라며 “군산공장을 살리는 것은 어렵다고 보지만 22개 협력업체에 현재 5,000명의 근무자가 있는데 500명 정도가 영향 받을 것으로 본다. 더 늘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