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상드르 뒤마의 프랑스사 산책

뒤마, 프랑스 역사의 흐릿한 페이지에 생기를 불어넣다!

2017-12-29     이선영 기자

(시사매거진=이선영 기자) 루이 13세 시대를 배경으로 검객 다르타냥과 근위병 삼총사의 무용담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 《삼총사》는 책을 뛰어넘어 수차례 영화와 만화로 각색된 대표적인 역사소설이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알렉상드르 뒤마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생기를 불어넣어 독자를 사로잡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는 1829년 희곡 〈앙리 3세와 그의 궁정〉을 무대에 올려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로 급부상했을 때부터 1870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주로 역사를 종횡무진 누비며 작품 활동을 했다. 그는 250여 편의 작품을 남겼는데, 통사로 집필한 정통 역사서는 이번에 출간된《알렉상드르 뒤마의 프랑스사 산책(Gaul et France)》이 유일하다.

 

소위 잘나가는 작가 뒤마가 역사서를 집필한 데에는 개인사와 얽힌 당시 시대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뒤마의 아버지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나폴레옹 휘하에서 장군으로 활약하였지만 뒤마가 태어난 후 4년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뒤마는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독학으로 글쓰기 능력을 길렀고, 성인이 된 후 오를레앙의 공작 루이 필리프의 가문에서 문서 업무를 맡아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는데, 뒤마가 극작가로 주목받던 1830년 그의 고용주였던 루이 필리프가 ‘시민왕’이란 별칭과 함께 프랑스 왕좌에 오르는 역사적 사건이 벌어졌다. 시대를 역행하여 극단적인 반동정치를 일삼은 샤를 10세를 성난 민중이 다시 한 번 끌어내린 7월 혁명의 결과였다. 이 같은 역사적 변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뒤마는 자연스레 왕의 운명마저 좌우하는 민중권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관심이 프랑스 민족의 형성과 민중권력의 탄생 과정을 되짚어보는 역사서 집필로 그를 이끌어 《알렉상드르 뒤마의 프랑스사 산책》이란 결실로 이어졌다.

 

프랑스 대혁명의 열기가 남아 있던 시기에 쓰여진 《알렉상드르 뒤마의 프랑스사 산책》은 프랑스라는 국가 정체성과 프랑스 민중의 자유를 향한 열망의 기원을 찾아 떠난 근 2,000년의 시간 탐험이다. 하지만 서유럽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지리적 조건 때문에 프랑스에서 벌어진 일들은 비단 프랑스에 국한된 역사가 아니다. 800년, 서유럽을 재패하며 프랑크 제국을 건설한 샤를마뉴에게 476년에 이미 멸망한 서로마제국 황제의 관이 수여되고, 샤를마뉴의 서로마제국 전통을 독일이 신성로마제국으로 잇는 등 유럽은 종교와 역사를 서로 공유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프랑스 역사, 특히 우리에게 조금 낯설 수 있는 중세 프랑스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의 역사를 읽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생동감 있는 필체로 프랑스와 유럽 역사의 흐릿한 페이지를 생생하게 만남으로써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